[심층보도: 북한 손전화 급증...실태와 전망] <3> 사회변혁 촉진 ‘비밀병기’

중국-노정민 nohj@rfa.org
201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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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이 휴대폰으로 쇼핑하는 모습.
북한 주민이 휴대폰으로 쇼핑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불러온 손전화는 아직 기능과 활용 면에서 한계가 있지만, 앞으로 북한 사회의 변혁을 촉진할 큰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 손전화가 외부 인터넷과 연결되고, 더 다양한 손전화 프로그램(콘텐츠)이 개발된다면 북한의 경제발전은 물론 일반 주민의 삶의 질도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큰데요.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한 손전화의 역할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RFA 심층 보도: 북한 손전화 급증] 오늘은 세 번째 시간으로 ‘사회변혁 촉진의 비밀병기’로서 북한 손전화의 가능성과 미래’를 전망해봅니다.

보도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북한 손전화, 기능과 역할의 한계

- 한국 손전화 vs 북한 손전화의 가장 큰 차이…인터넷

- 북 주민, ‘인터넷’∙’인트라넷’ 개념조차 몰라

- 신의주 여성 “더 발전될 필요 없는 듯…?”

- 세상과 연결 안 되는 스마트폰…초보적 기능에 머물러


[이선화(탈북자)] 한국에는 인터넷이 있으니까 (손전화로) 온 세상의 정보를 다 알 수 있잖아요. 외국에 있는 사람과 연락도 하고, 대화도 할 수 있고요. 그런데 북한 사람은 자기들끼리만 통화해야 하고… 그것이 답답하죠. 장사할 때 가격이나 안부만 물어보고. 이런 것밖에 없잖아요. 한계죠.

[김진우(탈북자)] 북한 손전화에도 항공 모드 설정 기능이 있거든요. 처음에는 이것이 무슨 말인가 했어요. 기능은 있지만, 사용하지 못했거든요. 손전화 망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고 미흡하니까 다 못 써봤는데, 한국에서 손전화 쓰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어요. 다 할 줄 아니까. 인터넷으로 새롭고 필요한 모든 앱(프로그램)이 다 활용할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아요. 북한에는 이런 것이 없어요.

[김진성(탈북자)] 이제 (북한에도) 인터넷만 된다면 더 필요한 것은 없고, 개방개혁이 되는 것이겠죠.

북한과 한국에서 손전화를 사용해본 탈북자들은 가장 큰 차이점으로 인터넷 접속 여부를 꼽습니다.

북한 손전화가 개인 통신수단으로서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고, 북한 사회에 미친 영향도 크지만, 그 기능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한계라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4월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직접 통화한 신의주 거주 여성은 ‘앞으로 손전화로 해보고 싶은 것이 있느냐? 는 질문에 “더는 발전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기자: 손전화로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신의주 여성] 규정이 있으니까 책 열람이나 영화를 보는 것은 나오는 게 있는데, 그 이상 더 발전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대북 매체인 ‘국민통일방송’의 이광백 대표는 평양 내 부유층을 중심으로 북한의 내부 통신망인 인트라넷을 이용해 전자 결제와 같은 금융 거래, 배달 앱 프로그램 등이 이용되고 있지만 대다수 일반 주민은 인트라넷의 뜻조차 모르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습니다.

또 손전화 통신망이 전국적으로 서비스를 하지 않아 통신 장애를 겪는 지역이 많은 것도 북한 손전화의 또 다른 한계입니다.

기자: 그럼 인터넷 대신 북한 주민 사이에서 인트라넷 사용 실태는 어떻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광백 대표] 그 뜻을 못 알아듣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어차피 음성통화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흔히 말하는 정보 이용료를 부담하면서까지 인트라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만큼 서비스가 많은 것 같지도 않고, 북한 내에서 제공하는 배달앱도 흉내를 냈다고 봐요. 인트라넷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몇 군에 있는데, 이용하는 사람은 소수였습니다. 다수는 인트라넷을 모르고 이해를 잘 못 하는 것 같아요. 앱도 다운받는 것이 아니라 구매하는 것이 많았어요.

한국 ‘NK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현대 사회의 손전화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은 ‘개인과 개인을 넘어 세상과의 연결’이라고 강조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누구와도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모든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 손전화의 기본적인 활용이라 할 수 있는데, 아직 북한 손전화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김 대표는 진단했습니다.

[김흥광 대표] 스마트폰이 (음성통화 위주의)‘2G폰’과 다른 것은 바로 ‘연결’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사람끼리 연결하고, 어디서든 전 세계 사람과 소통하는 손 안의 작은 컴퓨터란 말이죠. 그런데 북한에서는 뭐만 할 수 있느냐? 게임을 할 수 있고, 그 안에 있는 요리, 학습, 책 등을 볼 수 있고, 전화 통화와 문자전송만 할 수 있는데, 본래 의미에서 보면 진짜 스마트폰은 아니죠.

그래픽-김태이

북한 손전화, 기능과 역할 증대하려면?

- 계층과 지역 고려하면 가질 사람은 다 가진 북한 손전화

- 시장의 발달과 일반 주민의 자유 보장돼야

-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손전화 확대와 발전에 걸림돌

- 남북 간∙국제사회와 교류 협력도 확대돼야


이미 북한 사회에 변화를 불러온 북한 손전화의 기능과 활용도를 늘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뭘까?

한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이춘근 선임연구원은 시장의 발달과 함께 일반 주민의 자유가 더 보장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경제뿐 아니라 교육, 문화 등으로 활용 분야를 확대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춘근 선임연구원] 시장이 발달해야 합니다. 또 통제가 느슨해져서 일반 주민의 자유도 늘어나야 손전화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거죠. 단순한 경제적 목적뿐 아니라 손전화가 교재, 의사소통, 게임 등 다양한 분야와 함께 내비게이션 등으로 확산하고 있는데 그 분야에서는 제한적이잖아요. 북한 당국이 많이 주저하죠.

북한 손전화는 현재 확산 단계이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면 경제 성장이 제한되고, 이는 통신망의 확대나 새로운 손전화 단말기의 구매 등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북한 현지 주민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손전화 이용이 가능한 대도시와 북∙중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 달러로 손전화 구매가 가능한 소비층 등을 고려할 때 이미 손전화를 가질 사람은 다 가진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북한 경제가 더 발달해 손전화의 공급과 수요가 함께 늘어나고 통신망에 대한 투자와 확대가 이뤄지면 북한 손전화가 전국적으로 확산∙사용될 수 있지만, 북한 당국의 정치적 의지 부족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국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서소영 연구원도 손전화가 북한 체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경제 활성화와 과학기술 보급 외에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북한 손전화의 활용∙확대를 위한 남북 간, 또는 국제사회와 교류 협력이 저조한 것도 사실입니다.

북한에서 기술적으로 음성인식, 화상인식 등이 활발하게 개발∙활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남북 협력 분야에서 날씨나 재난 정보 공유,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비정치적이고 인도주의적 측면의 교류 협력도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합니다.

[서소영 연구원] 최근 북한이 대외적으로 개방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내면을 들여다보면 북한 내부 경제 활성화, 과학기술 지식 보급 두 가지 외에 더 확산하는 바가 없거든요. 북한 체제 유지에 저해가 되는 정책은 전혀 적용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육 차원이나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거나 인도적 지원 차원의 ICT 정책에만 적용될 거라 평가하고요, 다른 부분은 기초 기술이나 자연과학 분야보다 오히려 교류 협력이 가장 나중에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광백 대표] 북한 주민의 통신 생활 선진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통신 개방, 통신 교류가 될 것으로 봅니다. 그것이 콘텐츠이든 국제통화를 마음껏 허용하는 것이든, 그것을 어떻게 해낼 수 있느냐는 북한 당국의 결단이 가장 중요한데, 한국과 북한의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의제로 통신 개방과 통신 교류를 제안할 수 없을까. 또 미북 협상의 틀을 경제교류, 통신 개방, 통신 교류로 활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차원으로 확대된다면 북한 주민과 우리가 자유롭게 통신 교류를 하고, 북한 주민도 단순한 통화가 아닌 중요한 핵심 미디어 기기로써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픽-김태이

다양한 손전화 콘텐츠 개발, 북 변화 앞당겨

- 북 주민, 정보와 오락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 강해

- 일상생활과 사상에 영향 줄 수 있는 콘텐츠 개발∙활용 중

- 손전화를 이용한 선순환적 기능에 기대


이처럼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손전화가 북한 사회의 변화를 촉진하는 비밀병기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지녔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합니다.

아직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정보와 오락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를 바탕으로 북한 주민의 생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 당국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선순환적 기능을 기대해볼 수도 있는데, 손전화를 통해 과거에는 금지됐던 도서들을 이제는 돈을 내고 볼 수 있는 것이 한 예입니다.

[김흥광 대표] 북한 손전화에서 당국이 철저히 막는 것은 안 된다 하더라도 북한 주민을 교양하거나 읽을거리, 자기 계발에 관련된 것들은 막지 않아요. 놀라운 사실은 ‘독서가의 벗’이라는 앱이 있는데, 제목조차 보는 것도 금지됐던 외국 도서들이 정말 많아요. 몇천 권은 됩니다. 그 책들은 손전화를 살 때 돈을 내고 다운받아야 해요. 그렇다면 돈을 벌기 위해서 자기들이 막고 싶은 사상과 맞바꾸는가. 다른 의미에서 보면 북한도 손전화를 이용해 선순환적 기능, 다시 말해 뉴미디어, 다양한 앱을 개발해서 국민 정서와 국민 양식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개수가 너무 적은 것이 문제죠.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북한 내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손전화의 새로운 내용물(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분석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스마트폰이 잘 팔리게 하기 위해서는 통신 기능만 가지고는 안 된다. 부족하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거죠. 재미없으면 안 보지 않습니까? 아마 북한 내에서도 인쇄물이나 텔레비전보다 디지털 콘텐츠를 보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다양하고 재미있어야 합니다.

[서소영 연구원] 우선 앱(프로그램) 측면에서 보면 기존에는 북한 당국의 지시를 전달하기 위한 정보 전달의 통로,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의 매체로서 손전화기가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사진 보정이나 날씨 정보 제공, 길 찾기 등 북한 주민의 생활 편의를 위한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돼 있어서 북한 당국에서도 손전화가 의사소통을 위한 것만이 아닌 생활에 편의를 돕는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소통할 수 있는 손전화.

북한 손전화가 인터넷이라는 통로를 만났을 때 북한 사회와 일반 주민의 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또 손전화를 통한 정보의 공유가 더 익숙해지고, 교류하는 정보의 내용과 의미가 확대될 때에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많은 탈북자들과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기자: 북한에서도 손전화를 사용해보셨는데, 앞으로 어떻게 바뀌면 좋을까요?

[김진성(탈북자)] 지금 있는 손전화가 인터넷이 된다면 가격이 2배로 올라가겠지만, 손전화의 기본적인 역할을 다 하는 것이잖아요. 북한은 인터넷만 된다면 더 필요한 것이 없죠. 가진 것을 다 팔더라도 인터넷을 이용할 거예요.

기자: 손전화가 더 큰 변화로 이어지는 작은 시작이 될 수 있을까요?

[김흥광 대표] 아직은 이르지만, 방식에 익숙하면 되죠. 두려워 말고 문자를 통해 대북 라디오를 들은 자료를 서로 전달하고 콘텐츠를 공유하는 때가 되면 정말 우리가 이야기하는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 항상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죠.

[이광백 대표] 미디어 기기(손전화)가 보급되면 이에 따른 서비스는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음성통화 중심으로 가고 있지만, 당연히 소수만 쓰던 콘텐츠를 다른 사람도 쓰게 되겠죠. 결국 비슷한 환경이 언젠가 올 텐데, 그런 새로운 환경에서 북한의 인권 증진, 민주화를 위해 어떻게 활용할까가 저희의 관심사이고, 남북교류와 통일시대의 격차 해소를 위해 통신환경을 이용하고 싶은 사람은 나름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겠죠. 이런 것이 중요하다 싶습니다.

북한 손전화가 인터넷과 자유롭게 연결되는 시기는 아직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더는 손전화의 확산과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경제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도 손전화와 외부세계의 연결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마냥 거부할 수는 없을 전망입니다.

이것이 북한 사회의 변혁을 촉진할 비밀병기 손전화의 역할과 가능성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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