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7명 중국서 잇따라 체포...북송 위기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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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중국 선양 일본 영사관에 진입하려다 중국공안에 체포되는 탈북자 이성희씨의 처절한 모습을 딸 한미양이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는 장면.
지난 2002년 중국 선양 일본 영사관에 진입하려다 중국공안에 체포되는 탈북자 이성희씨의 처절한 모습을 딸 한미양이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는 장면.
연합뉴스 제공

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 즉 습근평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정상회담을 갖는 등 양국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 탈북자 7명이 잇따라 공안에 붙잡혀 강제북송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최근 북중 양국 간 관계개선이 중국 내 탈북자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 될 것이라고 국제 인권단체는 우려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심양에서 지난 24일, 10대 소녀를 포함한 탈북자 3명이 중국 공안에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자 박소현 씨(가명)는 이날 밤 10시 40분, 심양을 출발해 쿤밍으로 가는 기차에서 출발 10분 전 자신의 언니인 박 모 씨와 15세 소녀, 그리고 북한 여성 한 명 등 3명이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고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박소현 씨] 언니가 3월 24일에 10시 40분 기차로 심양에서 쿤밍까지 가는 기차를 탔대요. 그 안에서 출발하기 10분 전에 일이 잘못됐데요. 경찰들이 언니를 잡았는데, 언니가 당황해서 뒤를 돌아봤나 봐요. 경찰들이 주시하다가 15세 여자아이와 북한 여성 등 3명이 잡혀 있는 상태에요. 나머지 4명은 기차 밖으로 도망쳤다고 하더라고요.

경찰에 붙잡힌 박 씨는 다른 관할서로 이송된 이후 소재 파악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동생 소현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중국 심양의 한국 영사관에 연락했지만, 중국 측에 의뢰한 상태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소현 씨는 자신도 한 차례 강제북송된 경험이 있다며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언니의 강제북송만은 막을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박소현 씨] 저는 북한에 한 번 북송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그 상황을 잘 알아요. 인간 취급을 안 하거든요. 최선을 다해서 저희 언니를 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박 씨를 포함한 3명의 탈북자 외에 지난 25일에는 쿤밍을 지나던 기차 안에서 탈북 여성 2명과 그들의 자녀 2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북∙중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 내 탈북자에 대한 체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 공안은 탈북자를 고발하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주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4살 남자아이와 엄마를 포함한 10명의 탈북자가 한꺼번에 체포돼 결국 강제북송 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국경 경비의 강화로 탈북이 어려워지고, 중국 내 탈북자에 대한 단속과 체포가 여전히 이뤄지는 가운데 북∙중 관계의 개선은 탈북자에게 결코 좋은 소식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인권 전문가의 지적입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된 가운데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중국의 역할로서 탈북자 강제북송의 중단을 꼽았습니다.

[그레그 스칼랴튜] 중국이 북한을 완전히 봉쇄시킬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 역할은 강제북송과 관련된 조치입니다. 중국이 강제북송을 중단해야 합니다. 중국이 1951년 유엔 난민 조약에 가입한 것처럼 탈북자가 정치적 난민이 될 수 있도록 허락해 줘야 합니다. 그래서 북∙중 사이에서는 중국은 북한 난민을 보호하고, 그들이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도록 정치 난민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레그 사무총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남북∙미북 정상회담으로 북한의 외교정책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하지만, 김씨 일가의 기본적인 전략과 목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탈북자 박소현 씨는 지금도 언니의 행방을 파악하고 최소한 강제북송만은 막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들려오는 소식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박 씨는 지금도 중국 내 탈북자에 대한 체포와 강제북송이 이뤄지고 있으며 다시 한번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이를 중단하는 데 한목소리를 내줄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박소현 씨] 제가 죄인이 된 것 같아요. 언니의 아이들이 지금 충격을 받았고, 작은 아이의 건강이 안 좋다고 들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강제북송만은 막고 싶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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