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시장기능 마비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10/25 13:50:00 GM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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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시장기능 마비 평양의 보통강 백화점 메니저가 스낵코너 앞에 서 있다.
/AP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기자> 북한이 최근 개최한 최고인민회의 14기 5차 회의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시정연설을 했는데요. 문성희 박사님, 김 총비서의 시정연설이 경제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죠?

문성희: 네, 물론 대남정책, 대미정책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었지만 우선적으로 언급이 된 것은 경제문제였습니다. 시정연설을 보니까 ‘현시기 가장 중요하고 사활적인 과업’이 인민생활 향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뭐 새로운 이야기는 아닌데 ‘사활적인 과업’이라고 한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주는 일종의 호소이겠지요.

<기자> 역으로 보면 현재 주민들의 생활이 매우 어렵다고 볼 수 있겠네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생각을 합니다. 원래 경제제재가 계속되고 있었던 데다가 코로나19 방지를 위한 국경봉쇄가 실시된지 이제 2년 가까이 되지 않습니까. 최근 일본 언론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탈북자인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가 쓴 글인데 국경봉쇄가 장기화되고 경제 제재가 계속돼 북한에서 물자 부족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시장가격도 상승하고 시장의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고 하네요. 물론 이게 사실인지 국경봉쇄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 그 기사에 따르면 북한에서 한 달에 생활비로 30만 원이 필요하답니다.

<기자> 30만 원이라고 하면 매우 많은 액수인데요.

문성희: 흔히 북한 사무원들의 생활비(노임)가 3천 원이라고 하니까 30만 원이면 노임 100개월 분입니다. 엄청난 액수이지요. 그러나 생활비 3천 원이라는 것은 제대로 공급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금액으로 제가 자주 북한을 다닐 때도 ‘생활비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라는 말을 자주 듣기도 했습니다. 달러로 생각해봅시다. 최근 시세를 보니까 평양에서 1달러가 5천200원입니다. 그러니까 30만 원이라면 약 58달러입니다.

<기자> 100개월 분 노임이 한 달 생활비라고 하면 북한 주민들이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문성희: 그렇지요. 그런데 지금 물자 부족과 경제 제재의 장기화로 시장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이야기에요. 쌀 값은 평양을 예로 들면, 6월 16일에 1킬로 당 3천900원이었던 것이 9월 20일에는 5천200원으로 올라갔습니다. 쌀이 시장에 나가자마자 신흥 부유층이 모두 사버리기 때문에 시장에서 쌀이 없어지고 시장가격도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그렇지만 국가에서 쌀을 공급해주지 않는다면 일반 주민들도 장마당에서 쌀을 구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요?

문성희: 네, 그렇지요. 그런데 가격이 비싸니까 살 수 없지요. 결국 돈을 가진 신흥부유층이 독점해서 사버리니까 가격이 더더욱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신흥부유층은 구한 쌀을 더 비싸게 팔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생활비가 많지 않은 일반 주민들은 쌀을 구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진다고 봅니다.

<기자> 쌀 등 식량을 공급이 아니라 시장에 의존해온 주민들로서는 어려움이 클 듯 합니다.

문성희: 네, 그런 문제가 생긴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국경봉쇄로 물건이 안 들어온다면 시장에서 물자 부족이 생깁니다. 그렇게 되면 물가가 올라가기 마련이지요. 시장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는 소리도 들려옵니다.

<기자> 그러니까 장마당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씀이신데 그렇게 되면 주민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지겠군요.

문성희: 네, 그런 측면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건도 없고 노임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런데다가 주민들은 각자 시장에서 팔 수 있는 것을 통해서 약간의 돈을 벌고 있었던 측면도 있는데 그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말이지요. 예를 들어 텃밭에서 생산된 야채 등을 시장에서 팔려고 할 때 파는 사람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돈을 벌려고 값을 올리기 마련이지요. 그렇게 되면 결국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적어지고 시장에 가는 사람들도 적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마지막에는 아는 사람끼리 물물교환을 하거나 싼 가격으로 직접 거래를 할 수 밖에 없게 되지요. 아니면 장마당이 아니라 길거리시장 같은 곳에서 물건을 구한다거나 그런 상황이 되면 국가가 마련한 지역시장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겠는가 의문이 생깁니다.

<기자> 그건 구조적인 문제도 있는 것이 아닌가요.

문성희: 네, 바로 그렇다고 봅니다. 에너지가 부족하고 설비 관리도 잘 못하면 공장을 잘 가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산도 침체되기 마련입니다. 평소에는 물자가 부족하면 수입을 하면 되는데 지금은 그것도 못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물건이 부족하게 되고 있는 것이지요. 북한에서는 지금 원자재도 나라에서 해결하라고 하는데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고 봅니다.

<기자> 좀 전에 북한에서 한 달 생활비가 30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문 박사님이 북한을 오가실 때 어느 정도의 생활비가 필요하던가요?

문성희: 제가 알기로는 2010년 당시 일본돈으로 1만 엔 (90달러) 있으면 4식구가 한 달 생활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시 시세가 정확히 얼마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1980년대에는 1만 엔으로 반 년 정도는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기억이 있기 때문에 점점 생활비가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요. 한 달 1만 엔이라면 1 년에 12만 엔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일본에 사는 저로서는 한 달에 1만 엔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부럽다고 할까요. 일본에서는 물론 생활 수준에 따라서 전혀 다르지만 20만 엔 (1800달러)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자> 그런데 시장이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주민들의 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텐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무슨 방도가 있을까요?

문성희: 그거야 국경봉쇄를 빨리 해제하는 것이겠지요. 북한은 경제 제재를 오래 받아왔기 때문에 경제 제재에는 적응력이 있다고 할까. 물론 경제 제재의 영향은 받겠지만 어떻게 적응하면 좋을 지 익숙해져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는 다릅니다. 이건 갑자기 들이닥쳐 온 재난이라 할까요. 지금 코로나19로 경제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라 세계 모두가 그렇지만 북한처럼 완전한 국경봉쇄를 2년 가까이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국경봉쇄를 해제해야 물자가 들어오게 되고 시장에 활기도 돌아온다고 봅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에서는 아직 백신접종도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도 없습니다.

문성희: 네, 그렇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경봉쇄 해제는 아직까지 실시되지 않겠지요. 물론 북중 국경인 신의주와 단둥사이에서 사람은 싣지 않고 물자만 운반하는 그런 경우도 생각할 수 있고 배로 인한 물자 수송 같은 것도 시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본격적으로 봉쇄가 해제되는 것은 아직 멀었다고 봅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머지 해결 방도는 국내생산을 늘리는 것입니다. 국내 경공업 공장 등이 잘 가동해서 물자를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되면 경제도 활성화할 것이고 무엇보다 상점에 물건이 진열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상점에 상품이 많이 진열되게 되면 소비자들은 시장에서만 물품을 구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가격은 낮아진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시장에 가서 물품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고 시장에도 활기가 돌아오지 않겠습니까?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이런 언급이 있었습니다. ‘국가적으로 인민소비품생산에 필요한 원료와 자재를 6개월이상 선행시켜 무조건 보장하여야 한다.’ 이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말한 것입니다.

<기자>그렇다는 것은 국가에서 인민소비품, 즉 생활필수품 생산을 위한 원료와 자재 보장에 힘을 쏟겠다, 뭐 이런 말씀이신가요?

문성희: 네, 그것도 6개월이상 선행시키라는 것은 6개월 이후의 원료와 자재도 조기에 보장하라는 것이지요. 그 만큼 생필품 문제가 심각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해서 상품이 시장에 넘쳐나야 시장의 기능도 돌아올 수 있다는 그런 판단이 있다고 봅니다.

<기자>그런데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쉽게 해결할 수 있는가요?

문성희: 저도 그 점은 궁금합니다. 그렇지만 자재와 원료를 보장못하면 경공업 제품을 생산할 수 없지요. 그렇게 되면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목표 달성에도 지장이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나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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