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경제활동 주체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11/16 09:31:59.885638 US/East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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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경제활동 주체 북한 여성이 평양의 한 거리에서 집에서 만든 물건들을 팔고 있다.
/REUTERS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일본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편집장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북한 시장에서 물건파는 사람 대부분 여성

<기자> 북한 여성들이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한국 민간단체의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문성희 박사님, 아무래도 여성이 장마당에서 장사를 한다거나 하면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지요?

문성희: 늘어났다기보다 제가 알기로는 오래전부터 북한에서 경제활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여성들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세대주는 국가에서 정한 기업소나 공장, 직장에 출근해야 합니다. 세대주라고 하면 기본은 남성이지요. 물론 남편이 사망했다거나 하면 여성이 세대주가 될 수 있지만, 기본은 남성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남성이 가져오는 노임만으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습니다. 특히 1990년대 후반기의 경제난 시기에는 그러했지요. 그래서 결국 여성들이 장마당에 나가서 장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남성들은 부끄러워서 장사를 못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에서는 ‘여성들이 얼마만큼 돈을 버는가에 따라 그 집 생활이 결정된다’고 말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여성들이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제가 북한의 종합시장에 갔을 때도 거기서 물건을 파는 사람은 모두 여성들이었습니다. 지방에서도 장마당이나 길거리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것은 여성들입니다.

길거리시장에서도 물건을 팔지 못하는 사람은 그냥 아무 거리에서나 서서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물건을 파는데 이런 사람도 모두 여성입니다. 남성들은 무역을 하거나 그런 사람들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집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장사를 하는 것은 여성들이 아무래도 중심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는 것을 이번 조사결과가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반면 북한 사회의 가부장적 분위기 탓에 여성들이 대부분 가사와 양육까지 도맡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북한에 계실 때 남녀 사이에 가사, 양육의 분담 실태는 어떻던가요?

문성희: 당연히 여성들이 가사와 양육까지 다 맡고 있었습니다. 서양에서는 남성들이 가사와 양육을 분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지만, 동양 그러니까 북한뿐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예전부터 가사, 양육은 여성의 역할이라는 사회적인 통념이 있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제가 사는 일본에서는 최근 가사, 양육을 분담하는 남성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젊은 남성일수록 저항이 적은 것 같습니다. 한국의 실태는 잘 모르겠지만 역시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남성들이 가사나 양육을 분담하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여기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물론 수는 적어도 가사 분담에 저항을 안 가지는 남성들도 있습니다. 제가 1996년에 취재한 한 남성이 그러했습니다. 아내는 인민위원회 위원장이었기 때문에 매우 바빴습니다. 그래서 가사를 남편이 분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처음에는 싫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여성들이 사회에서 활약하자면 남성도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003년에 한 가정주부의 집을 취재했는데 그 집 남편도 청소 정도는 자기가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청소정도는 자기가 해야 하지요’라고 말하는 한편, 아내는 ‘이 사람은 집세가 얼마인지도 모릅니다. 여기(북한) 남성들은 모두 그래요’라고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가계를 쥐고 있는 것은 여성이라는 말입니다. 사회적으로는 북한에서도 여성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남성도 가사를 돕는 것을 장려하지만 그렇다고 가부장적인 생각이 몸에 스며든 북한에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남녀 평등은 없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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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대 제2식료공장 안에서 노동자들이 빵을 만들고 있는 모습. (2008년 8월) /문성희 박사


경제계획 목표 공개않는 상황 속 실적 알기 힘들어

<기자> 북한이 새로운 경제5개년계획의 첫 해인 올 해 결산을 앞두고 경제성과를 독려하고 나섰습니다. 관영매체는 ‘아직 실적을 못 내고 있는 성과 중앙기관의 당 조직들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는데요, 문 박사님 보시기엔 올 해 북한의 경제건설 실적, 어떨 걸로 예상하시는지요?

문성희: 어려운 질문이네요. 해당 기관이나 기업, 공장, 협동농장들이 올 해 결산을 앞두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득바득 애쓰고 있는 그런 모습이 안겨오는데, 저의 생각으로서는 실적을 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선적으로는 북한이 계획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도대체 어떤 실적이 나오고 있는 것인지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는 현실이 있지요. 그러니까 이런 질문을 받아서 대답하기가 어려운 것은 실적이 어느 만큼 있는지 외부에서는 알 수 없다는 현실입니다. 관영매체에서 독려를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계획이 미달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봅니다. 그거야 그렇지요. 제재가 계속되는데다가 코로나19로 국경봉쇄를 지속하는데 원료나 자재가 들어오겠습니까? 그런 속에서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연말이 가까와지면 그래도 성과가 나오고 있는 장소의 실례를 노동신문 등에서 소개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래도 뭔가 성과가 안 나오면 북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못 주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평양1만세대 주택 건설이나 그런 눈에 보이는 성과를 과시하지 않겠냐? 그런 생각도 듭니다.

<기자> 국경을 봉쇄중인 북한이 지난달 초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방역 물품 지원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긴급의료품과 의약품 등이 남포항에 도착했다는 건데요, 북한의 의약품 부족이 그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지적입니다. 북한의 의료용품 부족, 얼마나 심각한가요?

문성희: 의료용품 부족도 현재의 일이 아니라 만성적인 일이라고 봅니다. 제가 2003년에 북한에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데 그때 검사를 위해 피를 뽑는데, 주사기가 아니라 압정 같은 것을 귀에 가져가서 그것으로 피를 뽑고 있었습니다. 주사기가 모자란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어요. 제가 다니던 병원은 외국인 병원이기때문에 물자는 우선적으로 공급이 될 것이라고 보는데 거기서도 그러하니까 일반 사람들이 다니는 병원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남측 드라마에서 약품을 자기가 시장에서 사서 병원에 가져가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렇게까지 심각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정말로 나빠지지 않은 이상은 민간요법이라고 할까 자기들의 힘으로 병을 고치려고 하지요. 이가 아쁠 때 거기에 뭔가 약을 넣고 그것으로 아픔을 참고 있는 사람들도 보았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한방 병원이 있었던 것입니다. 동양의학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지요. 거기서는 수술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약으로 치료를 하는 방법이 주였습니다. 사람들도 좋아하는 것 같아서 거기에 입원하고 있는 당 간부를 만나러 간 적이 있습니다. 물론 병원 안에는 못 들어갔지만, ‘아, 이런 병원이 있어서 북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인가’고 느낀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은 반대로 수술을 그렇게 많이 못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추측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가능하면 수술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병을 고치려고 하는 것이겠지요.

북, 국경봉쇄 조금씩 풀겠다는 의사 밝히고 있는 듯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 당국이 평양 주재 각국 대사관에 해외물자 수입 준비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북한 외무성이 지난 달 말 각국 외교관들에게 생필품과 의약품 등 외국 물품 주문서를 보내달라는 통지문을 전달했다는 건데요, 평양에는 외국인들과 외교사절용 상점이 따로 있는 데요, 주로 어떤 상품을 팔고 규모나 운영 방식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문성희: 북한에는 중국대사관 이외의 외국 대사관들이 기본적으로 한 군데에 모여 있어요. 정확한 거리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흔히 사람들은 “대사관 거리”라고 하는 장소입니다. 근처에 “대사관 상점”이 있습니다. 대사관 사람들이 편리하게 쇼핑을 하기 위해서 거기에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북한 주민들이 쇼핑을 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렇게 비싼 물건을 일반 사람들은 못 산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여러 번 가봤는데 주로는 소시지나 햄, 육고기, 생선, 치즈 그리고 과일들도 팔고 있었습니다. 독특한 것은 거기 가면 북한 사람들이 산유라고 하는 요구르트나 우유 등을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같으면 흔히 살 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우유도 모자라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대신 콩우유를 제공하고 있는 정도였습니다. 물론 평양여관에서도 요구르트가 때때로 나왔지만 흔히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 평양에 머물어야 하는 특파원 시절에는 대사관상점에 가서 우유나 요그르트를 구한 적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과자도 그렇고 유럽에서 수입하는 물품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유럽뿐만이 아니라 모든 상품이 외국에서 수입하는 상품들이었어요. 그러니까 지금은 물자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규모는 보통 작은 수퍼마켓정도였고 회계방식도 다른 나라와 다름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기본적으로 파는 물건이 외국상품이기때문에 지금 이렇게 코로나로 국경봉쇄를 계속하고 있으면 물자가 부족해지지요. 북한 외무성의 그런 움직임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조금씩 북한이 국경봉쇄를 풀겠다는 의사의 표명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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