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한국 총선에 ‘북풍’ 미풍 그칠 듯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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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REUTERS

앵커: 올해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한국의 총선 등 선거국면이지만, 북한의 영향, 이른바 ‘북풍’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미국과 한국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미국의 거듭된 대화 제의를 거부하며 판세를 지켜보는 북한으로서는 선거 국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만,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녹록지 않은 분위기인데요.

그렇다고 북한이 관심에서 멀어질 수도, 협상 판을 깰 각오로 큰 도발을 감행할 수도 없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 관심에서 멀어지는 북… 미국은 현상 유지 원할 듯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실무협상의 재개를 통한 북한과 대화를 거듭 제안했지만,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분위기입니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 수호재단(FDD) 선임 연구원 등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 정부가 계속 북한에 실무협상의 재개를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에 반응하지 않으면서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줄 시점을 찾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나중에 있을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란 겁니다.

하지만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북한이 미칠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유권자의 선택을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북한은 재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함으로써 미국 유권자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전쟁을 시작하지 않는 한 그의 행동은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겁니다. 이미 유권자의 표심은 매우 양극화되어 있는 데다, 북한이 표심을 바꿀 이유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것이 유권자의 관심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미국 내 전직 행정부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탄핵과 선거 국면이 본격화되면 국내 정치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덩달아 미북 협상에 대한 관심에서 멀어지게 될 것을 지적해왔습니다.

프랭크 엄 미 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입장을 바꿀 조짐이 없다며 대통령 선거 직전 외교적 성과를 위해 미북 협상에 합의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매우 희박하다고 전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자신이 재선되기까지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지 않는 지금의 현 상황을 유지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습니다.

북한이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수 있지만,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등 높은 수준의 도발이 아니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관심을 끌 수 없다는 겁니다.

마크 토콜라 미 한미경제연구소(KEI) 부소장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대수롭지 않게 취급했다며 올해 북한의 도발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느냐에 따라 관심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북, 큰 도발 나설 동기∙명분도 마땅치 않아

일부 한국 전문가들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 국방대학교(KNDU)의 김영준 교수는 최근(29일)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대선 국면이 아닌 다음 임기 때에 북한 카드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선거 국면에서 큰 도발을 감행할 만큼 중요한 동기도 찾지 못했다고 김 교수는 진단했습니다.

[김영준 교수] 김정은 위원장이 현재 한국의 총선과 미국의 대통령 선거 이전에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할 만큼 중요한 동기를 찾지 못했다고 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까지는 지금의 비핵화 협상 과정을 유지하고 싶어 할 겁니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북한과 합의를 이용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믿고 있습니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카드를 지금이 아닌 다음 임기 때 사용하려 할 겁니다. 다음 대선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이나 공화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게 말입니다.

오는 4월, 국회의원을 새로 뽑는 한국 총선에서도 북한이 미칠 영향력이 작을 것이란 분석도 함께 나왔습니다.

한국 세종연구소의 이상현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총선의 주요 현안은 북한이 아닌 국내 정치와 경제이기 때문에 북한의 영향, 이른바 ‘북풍’은 미약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상현 수석연구위원] 과거에 북한이 한국 선거에 큰 영향을 준 적이 있었습니다. 이를 ‘북풍’이라고 부르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북풍이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겁니다. 이미 한국 사회가 국내 문제로 많이 분열된 데다 ‘사회 정의’와 ‘균등한 기회’ 등 관념이 더 중요한 현안이 된 상황에서 북한이 큰 도발을 한다 해도 선거에 결정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겁니다. 물론 한국 내 보수층의 표를 의식해 도발을 할 수 있겠지만, 이미 한국에는 더 많은 국내 현안이 있고, 과거에도 북풍을 통해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큰 영향력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한편, 킹 전 특사는 북한 관리들이 선거 국면과 대북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불확실한 미국 내 정치 상황이 미국 대통령 선거의 판세를 지켜보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오히려 불확실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킹 전 특사의 분석입니다.

미국의 거듭된 대화 제의를 거부한 북한이 선거 국면에 영향을 끼치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큰 도발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는 오히려 협상 판을 깨고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반발을 불러볼 수 있기에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란 전문가들의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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