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가 서로 원하는 것은 ‘북한 노동자’”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9.03.28
moz_nk_labor.jpg 러시아 한 극동지역에서 만난 북한노동자.
RFA PHOTO/이상민

앵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한 노동자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북한의 값싼 노동력에 큰 관심을 보이는 러시아와 대북제재 국면에서 노동력 수출을 통한 외화벌이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보도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갈수록 커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 가능성
- 북러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주요 안건은?
- 북∙러가 서로 관심 두는 사안은…값싼 북한 노동력
- 북한 노동자 파견 논의 가능성 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의전을 책임지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최근(19~25일)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러시아의 크렘린궁도 27일 김 위원장의 방문 시기와 관련해 “북한 측에 초청장이 전달됐고, 논의 과정이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르면 오는 4월 중에 북러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현실적∙경제적 차원에서 ‘북한 노동자의 파견’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수 있다고 러시아 출신 한반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가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이 서로 관심을 두는 공통분모가 바로 ‘북한의 값싼 노동력’이기 때문입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객관적으로 러시아는 북한이 국제시장에서 팔 수 있는 광물, 수산물을 비롯해 섬유, 경공업품 등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관심 있는 것은 단 하나, 값싼 노동력입니다. 앞으로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북한 노동자를 많이 받아들일 겁니다. 노동자를 제외하고 북한과 러시아 간에 무역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란코프 교수에 따르면 북한과 러시아 간 교역 규모는 지난 10년 동안 1억~1억 2천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북한의 값싼 노동력은 러시아의 확실한 관심 대상입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도 최근(26일) 서울에서 한 강연에서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노동자 고용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미 북한이 중국에 단기 노동자를 파견한 것처럼 러시아도 탄광, 건설 분야에 대한 장기 노동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노동자 파견 방식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겁니다. 대북제재 국면에서 대부분 수출길이 막혀 통치자금이 부족한 김정은 정권으로서도 러시아에 노동자를 파견함으로써 외화벌이의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란코프 교수는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한 노동자의 파견 문제가 논의된다면 학생이나 개인 방문객으로 위장해 입국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RFA Graphic

앤젤라 스텐트 조지타운대 러시아∙동유럽 연구센터 소장도 2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노동자를 중심으로 북한과 러시아가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미 러시아가 일부 대북제재를 위반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면 당연히 지원을 얻어내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앤젤라 스텐트] 그동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려 했지만,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김 위원장이 실제로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당연히 러시아의 지원을 얻어내려 할 겁니다. 현재 러시아에 많은 북한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것처럼 양국은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죠. 또 북한의 관점에서 러시아가 미국이 아닌 또 다른 선택의 길이 될 수 있고, 러시아의 관점에서는 비핵화 협상에서 영향력을 잃고 싶지 않을 겁니다. 현재 러시아는 일부 대북제재를 위반하고 있고, 더 많은 제재의 완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제재 문제가 다뤄질 수 있다고 봅니다.

- 북러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해제 논의 가능
- 실제로 대북제재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 러, 북한에 외교적 지지자 될 수 있어
- 북러 정상회담에 미국 불만 있겠지만, 결정적 변화에 영향 없을 듯


하지만 현실적으로 러시아가 대북제재의 해제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구성을 보면 5개 모든 이사국이 결정해야 제재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나 중국이 대북제재를 반대한다 해도 사실상 스스로 제재를 완화할 능력이 없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대북제재의 완화를 요구하기 시작했지만, 미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이들의 주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말뿐입니다. 러시아가 북한을 돕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위반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양측이 대북제재에 대해 비판하고 가능한한 빨리 이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것은 말뿐입니다.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을 겁니다.

그래도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은 미국, 중국에 이은 또다른 선택지로서 러시아의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고,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입지를 다짐과 동시에 미국에 대한 견제 메시지를 주는 상징적 외교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 한반도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제 시간 문제가 돼 버린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로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돌파구로 러시아를 선택한 김 위원장의 행보에서 북한의 정치∙외교∙경제적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 일문일답

- 우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안드레이 란코프]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김정인 위원장이 작년에 갈 줄 알았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러시아는 북한과 무역을 많이 하지 않고, 북한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징적인 가치가 커요. 뿐만 아니라 지금 러시아와 미국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러시아와 관계는 가치가 있습니다. 북한의 역사와 외교사를 보면 북한은 1950년대 말부터 주변 강대국의 대립과 경쟁을 교묘하게 이용했습니다. 아마 북한은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을 이용하고 싶은 기대감이 없지 않다고 봅니다. 또 러시아는 김 위원장을 몇 년 전부터 초청해 왔는데, 지금까지 방문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이 없지 않습니다.

- 2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이 중국이 아닌 러시아에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이라고 분석하십니까?

[안드레이 란코프]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를 볼 때 순수한 경제적 입장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교류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교류는 2000년대 초부터 1억~1억 2천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이는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사실 러시아와 북한은 거의 무역을 하지 않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는 정치 의제로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북한이 국제시장에서 잘 팔 수 있는 상품, 즉 광물과 수산물을 비롯해 섬유와 같은 경공업품에 대해 러시아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관심 있는 것은 단 하나, 값싼 노동력입니다. 앞으로 대북제재가 많이 완화되면 북한 노동자를 많이 받아들일 겁니다. 노동자를 제외하고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서 무역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 이미 러시아에 북한 노동자가 많이 늘었다는 정황도 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제가 볼 때 북한과 러시아 간에 약간의 무역을 할 수 있겠지만, 무역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품이 놀라울 정도로 없습니다. 확실한 관심 대상은 노동력뿐입니다. 러시아는 옛날처럼 값싼 북한 노동자를 러시아에 많이 오게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다른 관심 대상이 없습니다. 노동력뿐이에요.

- .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을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을 텐데요. 미국을 압박하면서 대북제재의 완화 방법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안드레이 란코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구성을 보면 5개 모든 이사국이 결정해야 제재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나 중국이 대북제재를 반대한다 해도 사실상 스스로 제재를 완화할 능력이 없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대북제재의 완화를 요구하기 시작했지만, 미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이들의 주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말뿐입니다. 러시아가 북한을 돕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위반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양측이 대북제재에 대해 비판하고 가능한 한 빨리 이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것은 말뿐입니다.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을 겁니다.

-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가 기대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아야 할 텐데요.

[안드레이 란코프] 러시아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완전히 무시해서도 안 됩니다. 러시아는 북한과 무역을 많이 하지도 않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지만, 외교적인 부문에서 어느 정도 북한을 도울 수 있을 겁니다. 러시아는 한편으로 북핵을 결코 환영하지 않지만, 동북아시아에서 현상 유지를 매우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현재 미북 관계는 정체기입니다. 북한도 미북 협상에 관한 전략을 재검토하고 새판 짜기에 나서는 모습인데요. 러시아 방문이 이뤄진다면 미국에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요? 또 미국은 어떤 대응을 할 것으로 내다보십니까?

[안드레이 란코프]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이 약간 짜증을 낼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 불만스러워할 수 있을 텐데요. 이는 상징적인 외교라고 봐야 합니다.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서 경제교류나 다른 중요한 부문에서 중대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 끝으로 만약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어디가 유력할까요?

[안드레이 란코프] 블라디보스토크라고 생각합니다. 모스크바까지는 너무 멀어요. 베트남 하노이보다 더 멀어요. 시간문제입니다.

- 네.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