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긴장∙∙∙감기에도 민감한 반응”
2020.04.07

앵커: 북한 당국과 언론 매체가 ‘코로나 19’에 관해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북한 주민도 감기와 같은 의심 증상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한국의 북한 보건 의료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이 전문가는 ‘코로나 19’ 진단키트가 북한에 반입된 가운데, 최고 지도부와 권력층을 우선 진단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미 음성판정을 받은 고위 간부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수행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북한 의료 보건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복지 연구센터장의 견해를 노정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북 주민, ‘코로나 19’ 충분히 인식하고 민감해
- 안경수 센터장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북한 의료 보건 전문가로서 연구 활동을 해오셨는데요. 우선 북한의 ‘코로나 19’ 상황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여전히 북한은 ‘코로나 19’ 환자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한 센터장님의 견해부터 듣고 싶습니다.
[안경수 센터장] 북한 상황은 단정하기 어렵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코로나 19’ 환자는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구체적인 수치를 말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봅니다. 북한에 코로나 환자는 있지만, 어느 지역에 몇 명이 있다는 것은 정확히 알 수 없죠. 하지만 그동안 북한의 의료 보건 분야와 북한에 대한 일반적인 연구가 축적되다 보니 ‘코로나 19’ 환자가 있다고 확신하는 합리적 추정이 가능합니다.
북한은 ‘코로나 19’와 관련해 초기 환경이 아주 좋았습니다. 다른 나라처럼 중국에서 오가는 여행객이나 비행기 등이 많지 않았고, 특히 중국 우한에서 오는 비행기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북 중 국경을 빨리 봉쇄했습니다. 또 북 중 국경은 주로 동북 3성 쪽이지 않습니까? 중국에서 ‘코로나 19’가 발생했지만, 동북 3성 쪽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지리적으로 다행스러운 위치에 있었죠. 초기 상황은 아주 좋았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코로나 19’ 환자는 없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그런데도 중국에서 들어오는 물자와 인력이 존재하고 있고, 북 중 국경에서는 밀수꾼의 이동이 많았습니다. 통제가 안 되는 것이죠. 그래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었고요. 북한 언론 매체가 보도한 ‘격리수용’ 자체에서도 그런 징후가 있다는 합리적 추정이 가능한 것이죠.
- 최근 북한 내부에서 들려오는 말에 따르면 여전히 의심 증상이 나타나고 있고요. 북한 내에서도 ‘코로나 19’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고 하거든요?
[안경수 센터장] 맞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방송에서는 계속 ‘코로나 19’에 관한 내용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공식 매체가 내보내는 것은 북한 주민에게 들으라는 것이거든요. 계속 교육하는 겁니다. 실제로 저도 북한 내부와 연락을 취해보면 ‘코로나 19’에 관한 말밖에 안 하고, 오히려 ‘그쪽은 괜찮냐’라며 한국을 걱정합니다. 그러니까 북한 내부에서도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심각하다는 것을 다 아는 겁니다. 또 몸이 이상하거나, 요즘 같은 환절기에 감기 환자가 많기 때문에 걱정이 되죠. 또 몸에 열이 있으면 집에 가만히 있는 겁니다.
- 북한 주민 스스로 ‘코로나 19’에 매우 민감하다는 말씀이시죠?
[안경수 센터장] 매우 민감합니다. 이는 제가 확인한 것이고요. 또 북한 당국에서 지침을 내리면 주민들이 철저히 지킵니다. 물론 고난의 행군 이후 시장 경제가 발달하면서 평상시에는 당국의 지침이 힘을 많이 잃었지만, 긴급한 일이 발생해 노동당의 방침이 내려오면 여전히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그것이 다른 국가와 다른 점인데, ‘코로나 19’에 대해 매우 잘 인식하고 있고, 이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북 권력층 선별적 진단했을 가능성 커
- 의심 증상이 있는 북한 주민이나 사망한 사람에 대해서 북한 병원에서는 급성 폐렴이라고 진단한다고 하는데요. 코로나바이러스를 인지하고 있는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매우 답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경수 센터장] 지금 한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바이러스 검사를 해봐야 사망 원인을 알지 않습니까? 한국에서도 사망자를 검사해서 양성 반응이 나오기도 하죠. 지금 북한에도 진단키트가 들어가 있습니다. 물론 수량이 충분치 않지만, 평양과 같은 대도시에는 진단키트가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도 모든 사람이 다 진단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최고지도자와 권력층 등이 우선적으로 ‘코로나 19’ 진단을 받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지난 3월 초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 지도를 가면 김 위원장만 마스크를 안 쓰고, 다른 사람은 모두 마스크를 썼습니다. 하지만 이후 북한에서 나온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뿐 아니라 수행 간부들도 마스크를 안 씁니다. 특히 북한 권력층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데 말이죠. 다시 말해, 이들은 진단을 했다는 겁니다.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것이 확실하다는 합리적 추정을 해볼 수 있는 거죠. 즉, 진단 키트는 북한에 들어가 있지만, 계층에 따라 선별적으로 검사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 전문병원 중심에서 종합병원으로... 의료체계 개선
- 북한의 보건 의료를 계속 연구해오셨는데,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의 의료 보건 체계가 많이 개선됐다고 하셨습니다. 최근 평양종합병원도 건설을 시작했습니다만, 여전히 열악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어떤 점에서 개선됐다고 판단하십니까?
[안경수 센터장] 우선 북한의 의료 보건 체계가 많이 개선됐다고 해도 한국이나 서방의 기준에서 볼 때 미흡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북한의 의료 보건 실태가 양적, 질적으로 개선되고 현대화됐습니다. 최근 북한에서 평양종합병원이 착공됐습니다만, 이는 ‘코로나 19’ 때문에 건설하는 것은 아니고 다 계획에 있던 겁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김정은 시대가 인민의 삶을 개선하려는 인민 중심 정책을 펴는 것은 맞다고 봅니다. 그 정책의 하나로 노인, 장애인, 환자를 위한 시설을 짓고 관리하는 것인데, 실제로 김정은 정권에서 각종 대형 병원이 평양에 건설됐습니다. 류경안과종합병원, 옥류아동병원, 치과종합병원 등이 많이 건설됐어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병원이 전문병원이라는 겁니다. 북한은 전문병원과 종합병원으로 나뉘는데, 지금까지 평양에서 건설된 병원들이 안과, 치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전문병원 중심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김정은 정권에서 전문병원을 지은 이후 종합병원을 건설하는 것이 맞겠죠. 그래서 평양종합병원을 건설하는 겁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서둘러 종합병원을 건설한다고 보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 하지만 평양에만 짓다 보니 평양 시민 중심이라는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안경수 센터장] 맞습니다. 물론 한계가 있지만, 또 평양 시민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지방에서 아픈 환자도 평양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돈이 있거나 권력 있는 사람들이 더 용이하지만, 지방 주민도 평양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돼 있습니다.
또 북한은 평양에서 시작해서 지방으로 확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양에 시범적으로 건설한 다음 지방으로 확산하는 정책이 있습니다. 제가 최근 3년간 조사한 내용을 보면 지방에 많은 일반 병원이 새로 건설되거나 현대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평양 시민만 혜택을 본다는 것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볼 수 있고요. 김정은 정권에서 보건 의료 부문이 질적, 양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이 이전과 다른 점이고,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의료인력 양성체계가 개선되고 있습니다.
- 네. 안경수 센터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 의료 보건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복지연구센터장과 함께 ‘코로나 19’에 관한 북한 내 의료 보건 실태를 짚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