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경제위기감 고조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0-04-23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평양시내 학교 운동장에 '수령복', '장군복', '대장복'이라는 글발이 새겨진 게시판이 걸려있었다. (2011년 9월)
평양시내 학교 운동장에 '수령복', '장군복', '대장복'이라는 글발이 새겨진 게시판이 걸려있었다. (2011년 9월)
사진 제공-문성희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문성희 박사님, 안녕하세요.북한에서는 최근 최고인민회의가 열렸지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 네, 최고인민회의가 지난 4월 12일에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의 세계적 유행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여전히 ‘아직도 한 사람의 확진자도 안 나오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네요. 내각사업보고에서도 “우리 나라에서 아직까지 단 한명의 감염자(확진자)도 발생되지 않았다”고 언급됐습니다. 사진상으로도 회의 참가자에 마스크를 낀 사람은 안 보입니다. 수백 명의 대의원이 한 곳에 모였지만 괜찮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다만 김정은 위원장은 대의원이 아니어서 인지 최고인민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전날(4월11일)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는 참석하고 사회까지 맡았습니다.

<기자> 김 위원장이 당 회의에는 참석했다는 말씀이시군요.

문성희: 네 북한에서는 역시 당중앙위원회를 기본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번 정치국회의 의제을 보면 첫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적대책을 더욱 철저히 세우는 문제입니다. 지금과 같이 바같에서의 사람 유입은 철저히 막을 것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유통도 함께 막혀있다는 것이지요. 원래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 자력갱생으로 경제를 운영해왔기 때문에 유통이 막혔다 한들 다른 나라처럼 큰 영향은 안 받겠지만. 그래도 중북 국경까지 철저히 막았다면 거기를 왔다갔다하면서 장삿꾼들이 갖고 온 물건도 북한엔 안 들어오게 된다는 말이지요. 아무래도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그렇군요.

문성희: 정치국회의 보도에서도 “비루스감염위험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불가능하며 따라서 이같은 환경은 우리의(북한의) 투쟁과 전진에도 일정한 장애를 조성하는 조건으로 될수 있다”며 위기감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습니다.

<기자>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코로나 관련 대책 외에 주로 어떤 문제들이 토의되었던가요?

문성희: 우선 3가지 법률이 새로 채택되었습니다. 재자원화법, 원격교육법, 제대군관생활조건보장법인데요. 각 법률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입수하지 못했지만, 예를 들어 재자원화법 같으면 이름으로 보아 자원을 재이용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진 법률이라고 봅니다. 일본에도 리사이클, 즉 재활용법이 있는데 뭐 그런 내용인 것 아닌가하는 추측이 가능해요.

<기자> 예산문제 등은 당연히 논의되었겠지요?

문성희: 네,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는 이유가 기본적으로는 예산 문제이니까요. 이번 14기 3차회의에서도 지난해 사업 정형과 올해 과업, 지난해 국가예산집행 결산과 올해 국가예산이 의제에 포함됐습니다.

<기자> 먼저 지난해 사업 정형과 올해 과업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볼까요?

문성희: 네, 청취자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북한에서는 현재 ‘정면돌파전’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자력갱생으로 경제 문제를 풀어나가려 하고 있지요. 지난해 사업 정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에 앞서서 ‘정면돌파전’도 새삼스레 강조되었습니다. 보고에 따르면 연간 공업총생산액계획은 108%로 수행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숫자만 봐서는 어느 만큼 성과가 있었는지는 잘 알 수가 없지만 많은 성, 중앙기관, 시, 군의 인민위원회, 공장, 기업소들에서 연간 경제계획을 넘쳐 수행했다는 보도입니다. ‘많은’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인지 이것도 알 수가 없지만 ‘모든’이 아닌 즉 모든 기관이나 공장, 기업소, 지방들에서 계획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기자> 여전히 할당된 생산량을 채우지 못한 공장, 기업소가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문성희: 네 할당된 생산량을 채우려면 우선 원료나 자재가 필요할 것이고 공장을 가동시키려면 전력이 필요하겠지만 일부 국가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프로젝트나 공장, 기업소 이외는 자력갱생으로 모든 것을 풀어나가라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경제 제재가 계속되는 어려운 상황속에서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공장, 기업소 그리고 각 부문들이 나와도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다만 이런 상황이 별로 어제오늘 시작된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만성적으로 잘 안 되는 장소는 안 되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김정일 정권 시기에는 생산이 잘 안 되는 공장, 기업소들은 대담하게 없애는 조치도 취해졌습니다.

<기자> 구체적인 부문에 관한 언급도 있었던가요?

문성희: 네, 전력, 석탄, 금속, 철도운수, 그리고 건설, 농업, 수산, 환경보호 등의 부문에 나뉘어서 성과들이 언급되었습니다. 하나씩 보면 전력의 경우 수력에 의한 전력생산계획을 103%로 넘쳐 수행했다고 하고 있고, 석탄의 경우 전 해에 비하여 석탄 생산이 123%, 화력탄 공급이 122%로 장성했다고 하네요. 기본적으로는 지난해에 비하여 성장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건설부문에서는 구체적으로 건설대상의 이름이 나왔더군요.

<기자> 어떤 대상들인가요?

문성희: 삼지연시꾸리기 2단계공사, 남새온실농장과 양묘장,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어랑천발전소 언제꾸리기 등입니다. 이곳들은 모두 김정은 위원장이 각별히 신경을 쓰고 현지지도도 간 곳이지요. 특히 양덕온천문화휴양지는 금강산 지역을 현지지도하면서 한국이 건설한 대상들을 싹 쓸어버리라고 지시한 뒤에 시찰한 곳으로도 잘 알려졌지요. 온천에 들린 김 위원장이 매우 만족을 표시했다고 노동신문에도 크게 소개된 적이 있어요. 조선신보에서도 특파원이 실지로 가서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크게 선전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에서는 매우 힘을 들여 건설한 온천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다만 지금은 코로나 유행 때문에 국내 사람들도 출입금지인 것 같아요.

<기자> 농업부문은 어떻던가요?

문성희: 북한에서는 농업전선을 “경제강국건설의 주타격전방”이라고 규정하고 있기때문에 당연히 힘을 놓았겠지요. 내각사업보고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알곡생산이 최고 수확년도 수준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농사가 잘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수산부문에 관한 언급도 있었지만 구체적인 수확량 문제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에서는 어업에 계속 힘을 놓고 있다고 봅니다. 최근에도 일본 아오모리 현 바닷가에서 북한 목선이 발견되고 있는데 북한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으려고 원양에까지 진출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봅니다. 야마토타이라는 장소에선 물고기가 잘 잡히니까요. 거기까지 가는 배들이 있다고 봅니다. 다만 아오모리에서 발견된 배를 보면 사람이 몇 명 타면 그만인 작은 목조선인데요. 어민들이 위험을 무릎쓰고 먼 바다까지 고기를 잡으러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가 있어요.

<기자> 성과가 아니라 부족점, 극복해야할 점에 관한 지적은 있었던가요?

문성희: 이런 구절이 흥미로왔습니다. “지난해 내각사업에서는 심중한 결함들이 나타났다”고 하면서 “나타난 결함들은 당에서 나라의 경제를 통채로 맡겨주고 국가경제발전의 전략과 방도를 뚜렷이 제시하였으며 그 실현을 위한 권환과 수단을 다 부여해주었지만 경제지도일군들이 주인구실을 바로하지 못하면 당이 제시한 경제건설목표들을 성과적으로 점령할수 없다는 심각한 교훈을 주고있다”고 지적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당에서는 경제 사업이 잘 되도록 온갖 지원을 하고 있는데도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것은 경제 일꾼들이 열심히 일을 안 하기 때문이다, 뭐 그런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지요. 같은 지적은 국가예산보고에서도 보입니다.

<기자> 어떤 내용인가요?

문성희: 결국은 경제가 잘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것은 실지로 경제 문제를 지도하는 일꾼들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런 교훈은 과거에도 제기되어 온 것이라고 보는데. 다만 최고인민회의 보고에서 ‘심각한 교훈’ 자체를 언급하는 것은 드물다고 봅니다. 그만큼 경제 문제 해결이 절박하다는 것이겠지요.

<기자> 결국 당과 국가는 아무 잘못이 없고 경제일꾼들이 잘못했다, 뭐 이런 지적인 듯한데, 책임을 떠 넘기려는 의도아닐까요?

문성희: 그렇다고 보는게 자연스럽지요. 다만 어려운 조건속에서도 머리를 쓰고 기업 운영을 잘 하고 있는 장소도 있기 때문에 그런 공장, 기업소, 기관들의 모범을 본 따르라, 조건 만 내세우지 않고 머리를 쓰고 운영을 하라, 그렇게 질타하고 있는 측면이 큰 것이 아니겠는가 보는데요. 물론 국가가 힘을 넣는 장소에는 국가적인 자금 지원도 있을 것이기에 아랫 일꾼들로부터 보면 불공평하다는 불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지난해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지난해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기자> 지난해 예산 집행은 어떠했던가요?

문성희: 국가예산수입은 101.5%로 집행, 전해에 비해 105.3%로 장성했고 지출은 99.8%였습니다. 지출총액 중 국방비는 15.8%였습니다. 첨단무기체계개발과 군수생산공정 현대화에 기여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북한이 첨단무기 개발에 계속 힘을 놓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국방비의 15.8%는 여느 해와 다름이 없기 때문에 올해 따라 국방비가 늘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기자> 올해 과업에서는 어떤 특징을 찾아볼 수 있는가요?

문성희: 역시 코로나 문제이지요. 최근 평양종합병원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옵니다. 3월 17일에 착공식이 진행되었는데 완공 목표는 당창건 75돐, 그러니까 올해 10월 10일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셈이지요. 북한에서 병원 건설이 절실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의료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문성희: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쓸고 있고, 그런속에서 북한도 예방적인 측면도 고려해 병원 건설을 다그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제가 2003년 평양특파원 시기 느낀 점으로는 북한은 철저히 예방의학을 지향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기보다 병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미리 예방을 한다는 정책이지요. 그리고 고려의학이라고 해서 서양의학이 아니라 동양의학도 장려되고 그런 병원도 있었습니다. 저의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 중에는 고려의학을 많이 장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었어요.

<기자> 오늘말씀 감사합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