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건∙의료 대해부] 연구의 민낯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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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보건∙의료 대해부] 연구의 민낯 북한의 대표적 여성종합병원인 평양산원 내 유선종양연구소 내부 모습.
/연합뉴스

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대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안 센터장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센터장님께서는 북한 보건의료 현황에 관한 꾸준한 연구를 이어오셨는데요. 폐쇄된 북한 내부의 의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로 어떤 방식이 사용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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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센터장] 북한의 실제적인 보건의료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요. 북한 보건의료의 정확한 데이터나 실제 상황에 대해서 공개된 자료가 너무나 부족하다 보니 연구자들이 연구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북한의 보건의료만 연구했던 것이 아니라 북한의 경제, 사회, 문화, 정치, 이런 부분을 연구해왔기 때문에, 북한의 보건의료라는 것이 그런 것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 보건의료는 북한의 경제, 사회, 문화, 정치와 굉장히 밀접하게 다 얽히고설키고 연계되어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북한을 연구하고 분석했던 방법론을 북한 보건의료 연구에도 그대로 가져오고 있습니다. 북한을 연구하는 방법론은 거의 다 비슷합니다. 일단 북한에서 출판된 북한 문헌을 봅니다. 문헌은 북한 당국에서 출판되고, 그래서 공적 문헌이죠. 그런 문헌을 입수해서 공부하고 분석하고 연구하고요. 두 번째가, 우리 주변에는 북한을 경험하고 온 그런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실제상황을 경험하고 온 사람들을 면담해서 자문을 구합니다.
그래서 이 두가지 방법이 사실은 북한 연구의 거의 모든 것인데요. 여기서 제가 좀 중요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두가지 방법론을 고르게 해야 될 것 같아요. 저도 항상 반성하고 고찰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기존의 북한 보건의료뿐만 아니라 북한 연구를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 두 가지 방법이 쓰시는데, 어느 한쪽을 더 많이 쓰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문헌만 본다든지, 아니면 북한을 경험하고 온 사람들 얘기만 듣는다든지, 이렇게 하면 북한에 대한 연구나 북한 보건의료 연구가 굉장히 편향적으로 되고 종합적인 분석이 제대로 안 된다고 저는 항상 느끼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두 가지 방법을 고르게 연구합니다. 그 두 방법론에서 단점으로 제기되는 것이 있어요. 북한에서 발간된 문헌만 보면 실제상황을 완벽하게 알 수가 없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자꾸 보완이 돼요. 고르게 연구하다 보면 그런 것들이 서로 보완돼서 실제적인 북한 상황에 대한 그림이 그려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들으신 내용 중엔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어떤 변화가 있다든가 하지는 않나요?

[안경수 센터장] 김정은 위원장 시대에 들어오면 가장 보건의료적으로 특징적인 것으로 거의 모든 분들이 평양의 대형전문병원을 꼽아요. 평양에 새로 조성된 여명거리나, 번쩍번쩍한 그런 거리들을 얘기하면 항상 얘기하는 게 그런 시설들을 주로 얘기하시고. 항상 나오는 게 평양종합병원과 같은 대형 의료시설들을 꼽으시고요. 그뿐만 아니라, 북한 같은 경우는 어떤 지역을 개발하게 될 경우 모든 분야가 개발돼요. 삼지연의 예로 들자면 도로나 공장, 살림집이나 관공서, 호텔, 스키장 같은 것들이 개발되고. 여기서 양로원, 인민병원, 양생원 등 인민 보건의료적 시설도 다 개건되거든요. 최고지도부가 정한 흐름에 맞춰 지역개발, 도시개발을 할 때 앞서 내려진 지침이 반영되는 것이죠. 그래서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그런 건 하드웨어(표면)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고요.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는 무엇보다도 제약회사, 의약품 공장의 발달입니다. 굉장히 많은 제약회사가 설립되고 대형화 돼요. 그리고 그런 제약회사들이 나름대로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건강식품이나 의약품을 개발한 다음에 그런 상품들을 각 지역에 있는 소위 제약회사의 대리점 식의 약국 상점에서 팔거든요. 특히 2013-2017년 사이 굉장히 많은 변화가 일어나서 하드웨어적으로도, 또 소프트웨어적으로 많이 변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자: 탈북민들이 북한 보건의료 현황에 대해 말할 때 보통 어떤 감정이던가요?

[안경수 센터장] 사실 자신들이 살다 온 경험이 있는 지역에 대해서 얘기를 하게 되면 그때는 이미 살다 온 지역을 벗어나 있기 때문에 당시의 감정과 100% 같지는 않은 것 같아요. 사람의 기억이란 게 굉장히, 그런 후천적인 것도 있거든요. 일단 북한 보건의료 현황에 대해서는 많이 비교할 수는 있어요. 좋은 점들도 얘기하시는데요. 다만 좋고 나쁨을 떠나서 북한 인민들의 삶에서 북한 보건의료는 굉장히 많이 시장화가 돼 있다는 실제적인 얘기를 많이 해요. 보통 우리가 사회주의 보건의료라고 생각하는 꽉 짜진 외부적인 틀 안에서만 북한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를 계속 고민을 하는 분들도 없지 않고요. 그래서 연구자들이 북한의 실제 현황과는 계속 멀어지게 되는 거예요. 실제 살다 온 사람들은 실제로 시장을 통해서 많은 보건의료적인 부분을 겪었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세요. 또 그런 건 있어요. 북한을 경험하고 나오신 사람들은 거의 일반 주민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실제적인 얘기를 많이 들을 수가 있는 것이고, 그런 부분에선 좀 도움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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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소재 병원의 한 약국.                                   / 안경수 센터장 제공


기자: 앞서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가 북한 보건성을 통해 받은 자료를 토대로 제공하는 북한이 보건의료 관련 자료들의 신뢰성에 의문이 드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하셨는데요, 얼마나 심각한가요?

[안경수 센터장] 제가 북한의 다른 분야에 대해 연구하다가 북한 보건의료 연구를 해보니 북한 보건의료를 연구하시던 분들이 세계보건기구나 유니세프 같은 유엔 국제기구에서 발간하는 북한 보건의료 보고서를 열심히 연구하시고 거기서 근거를 많이 찾으시더라고요. 제가 굉장히 놀란 부분 중의 하나가 그거였어요. 물론 이해는 해요, 왜냐하면 북한의 다른 분야에 대해서 연구를 할 때는 그 다른 분야와 관계된 국제기구가 딱히 없거든요. 국제기구가 어떤 북한 관련 보고서를 내는 이유는 그걸 다 근거를 해서 대북 인도적지원이나 교류협력 등의 사업을 하기 위해서이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 보건의료에 관한 보고서가 나오는 것이죠.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 다른 분야는 이런 보고서가 당연히 없겠죠. 그런 거로는 북한과 사업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놀란 점은 북한 연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이 쓴 보고서라는 점이 너무나 명확하게 보인다는 점에 굉장히 놀랐어요. 보고서 첫 장부터 오류가 있는 경우도 있고요.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북한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부분이 있어요. 일단 북한 보건의료 체계에는 보건성이나 병원, 진료소 등에 대한 조직체계가 있고, 두 번째로 의료인력 체계가 있어요. 조직체계가 있으면 사람이 있어야 하잖아요. 북한 의료인력체계는 조직체계에 따라오는 것이고 그다음엔 그런 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체계가 따라와요. 그러니까 북한 보건의료는 크게 조직체계와 의료인력체계, 그리고 교육체계 이렇게 나눌 수 있는데요.
근데 최소한 이런 체계에 대해서는 사실적이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두리뭉실하게 적혀 있는 거에요.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 북한의 의료인력 통계 부분도 그래요. 그런 표 하나만 봐도 이것이 얼마나 소위 성의가 없는 그런 통계를 그냥 그대도 인용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요. 특히 북한 의료인력체계와 교육체계 부분은 진짜 심각해요. 북한에 의학대학이 많지도 않은데, 그런 의학대학들 조차도 정확히 표기돼 있지 않고요. 그러다 보니 한국에 있는 북한 보건의료 연구자들도 북한의 의학대학이 정확하게 어떻게 있는 건지 잘 파악되지 않는 거예요. 이런 체계에 대해서도 굉장히 서술이 두리뭉실합니다. 이 때문에 한 병원을 두고 서로 다른 병원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없지 않고요. 지금 북한 보건의료 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가 그런 국제기구 보고서에 대한 맹신이라고 할 수 있고, 실제 연구를 해보면 좀 답답한 상황이 많죠.

기자: 국제기구나 대북 인도주의지원 단체들이 자료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절차가 따로 있어야 하지 않나요?

[안경수 센터장] 국제기구의 북한 보건의료 관련 보고서에 대한 신뢰성을 따지는 것조차도 사실 어려운 것 같아요. 이건 사실 유엔 국제기구의 탓이 더 크다고 봐요. 유엔 국제기구라는 것이 어떤 성역 같이 여겨지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저는 비판하는 입장이에요. 감히 말씀드리는데, 국제기구에는 북한 보건의료 실태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엔 보고서를 쓰거나, 받은 데이터를 옮기고 작성하는 사람들은 철저하게 관료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지, 북한의 보건의료를 진지하게 분석하고 연구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정확한 연구와 분석에 기반했다면 그런 식의 글이 안 나오거든요. 저는 이게 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비판을 위한 비판이 제일 나쁜 건데요. 제가 국제기구에 대한 보고서를 비판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다만 그것을 비판함으로써 계속해서 제대로 된 보고서와 나오길 바라는 것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세계보건거구, 유니세프, 세계식량기구 등의 유엔 국제기구에서 북한의 실제 현황에 대해서 연구를 좀 더 많이 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바람입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대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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