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재미와 돈맛] 인스턴트 커피 장사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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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재미와 돈맛] 인스턴트 커피 장사 지난 2008년 남한 관광객이 개성에서 커피를 사며 1달러 짜리 지폐를 지불하고 있다.
/AP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 돈을 버는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 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혜영 씨와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날씨가 추워지는 계절입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더 생각나는 시기인데요. 북한에도 커피는 즐기는 사람들이 있죠. 북한에서 커피의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요?

[김혜영] 요즘 같은 가을철이면 저도 북한에서 경험한 커피와 차에 관한 추억들이 아련합니다. 원래 북한에서는 커피가 대중화되지 않았습니다. 일반인들은 커피를 거의 몰랐으니까요. 외국을 오간 사람들, 미국 달러화나 일본 엔화, 유럽의 유로화를 쓰는 사람들이 커피 문화를 조금 알았죠.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외화상점에 가면 일본 커피가 제일 많았습니다. 차는 중국산, 홍콩산이 많았고요. 우리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아버지께서 커피를 타주시곤 했는데,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쓰다고 안 먹거나 누룽지물 같다며 맛없다 하기도 하고, 심지어 내뱉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 최근 중국 단둥에 있는 무역업자가 ‘북·중 국경 봉쇄가 길어지면서 북한에 들여가려던 커피를 다 버리게 됐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북한에서도 커피가 유행이구나'란 생각을 했는데요. 평양 외 지방에서도 커피를 잘 알거나 선호하나요? 국경 도시는 알 것 같습니다만, 어떻습니까?

[김혜영] 제가 평양에서 일할 때 저와 같이 무역하거나 거래하던 사람들은 커피를 즐겨 마셨습니다. 평양에는 호텔마다 커피점이 있어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커피나 차를 얼마든지 마실 수 있었는데요. 지방이나 국경도시에는 커피를 마시는 카페나 찻집이 없었습니다. 일반 주민들은 커피 문화를 잘 모르니까 사 먹으려 하지도 않고요. 국경 지역에서 커피를 팔아 돈을 벌었다는 소식도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아마 북한에서 커피문화가 발달했다면 커피 장사가 잘 됐을 겁니다. 지금은 평양이나 국경지방에서 커피를 즐기는 제법 많아졌다고 들었습니다. 지방에도 외화상점이 있기 때문에 달러화와 엔화를 쓰는 사람 중에 커피 맛을 아는 사람은 사 먹을 수 있지만, 평양과 지방의 백화점이나 대형 상점에는 커피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북한 평양에 커피 전문점이 있고요. 해외 유명 상표의 커피 원두를 사서 판매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는데요. 북한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커피점을 찾나요?

[김혜영] 평양의 호텔에는 오래전부터 커피점들이 있었는데, 국제적인 만남이나 사업을 할 때 커피를 자주 마시다 보니 커피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거죠. 물론 커피 맛을 알고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자신의 가치와 격을 높이는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이런 곳에서 친구를 만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처음에는 커피 맛을 잘 모르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왜 커피를 좋아하는지 호기심에 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은 평양에서 어느 정도 커피문화가 발달했고 사람들이 자주 커피점을 찾는 것으로 아는데, 그래도 돈이 없으면 커피를 사 마실 수 없지 않습니까. 평양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모든 평양 시민이 다 커피를 즐기는 건 아닙니다.

-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방문했다고 하는 평양의 '해맞이 커피'점은 어떻게 운영되고,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김혜영] 김정은 총비서가 ‘해맞이 커피’점을 방문했다는 것은 평양에도 외국인 방문객이나 평양 시민들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문화 수준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또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기 위해 이런 커피점도 만들고, 김정은 시대에 사람들이 다양하고 새로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생활 수준을 높이려 했겠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당에서 선발한 신분이 보증된 사람들인데, 커피 기계를 다루는 것, 여러 가지 커피를 만드는 전문 기술을 외국에서 전수받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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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 ‘해맞이 커피’점의 메뉴판. / 린지 밀러 (Lindsey Miller)


- 커피도 문화생활인데요. 결국, 돈이 있는 사람들이 자주 사 마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커피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주로 누구인가요?

[김혜영] 당연히 그렇죠. 우선 평양에는 외국인 손님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드나들기 때문에 이들이 커피점을 많이 이용할 테고요. 젊은 층이나 무역하는 사람들도 사업을 위해 이곳을 자주 찾습니다. 부유층 여성들도 커피점에 모여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요. 사람 사는 세상은 북한도 똑같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북한에서는 사기꾼들이 이런 커피점에서 자주 손님 접대를 하기도 하는데요. 왜냐하면 자신이 커피점을 자주 다니는, 돈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과시하고 각인시켜서 이를 사기의 도구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커피 한 잔을 마시려 해도, 일반 평민들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커피점에 들어갈 수 없는데요. 커피 맛을 알게 된 평양 시민들 중에도 커피점에서 파는 커피 한 잔이 너무 비싸다고 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중국에 나간 사람들이나 무역일꾼들이 자신들이 먹을 커피를 사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 한국의 인스턴트 커피, 일명 막대기 커피라고도 하는데요. 이 커피가 북한에서 인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장마당에서 인스턴트 커피가 팔리거나 이를 한 잔씩 만들어 파는 사람도 있나요?

[김혜영] 맞습니다. 한국에서 만든 인스턴스, 즉 막대기 커피가 북한 사람들에게 매우 인기입니다. 외화상점에서 파는 커피는 가공 커피이고 아주 쓰기 때문에 연유나 우유가루, 설탕을 조금씩 넣어 마시는데, 그래도 커피 맛을 잘 모르는 사람은 쓰다며 안 먹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막대기 커피가 중국을 통해 북한에 들어가게 됐는데, 그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붓는 순간 쉽게 풀어지고 달콤하니까 사람들이 정말 맛있게 마시고, 이것이 커피냐며 너도나도 즐긴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장마당에서도 팔게 됐는데요. 북·중 국경봉쇄 이전에는 한국에 있는 탈북민들이 막대기 커피를 북한 집에 보내주기도 했는데, 중국을 통해 참 많이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이 커피를 팔았는데, 커피 장사가 정말 잘됐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시장에 오는 사람들, 장사하는 사람들도 다 사 먹었다고 하는데요. 아마 나중에 북한이 개방되면 이 막대기 커피가 정말 잘 팔릴 겁니다.

- 커피는 국제사회의 공통 음료라 할 수 있는데요. 한국에는 커피 전문점이 정말 많고, 커피 판매 시장이 엄청나게 발달해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 것 같은데, 이 차이를 볼 때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김혜영] 제가 한국에서 놀란 것 중 하나는 정말 이곳에 커피점이 많다는 겁니다. 건물마다 하나씩 커피점이 들어서 있고요. 또 커피점을 얼마나 예쁘게 꾸며놨는지, 커피 종류는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여기에 과일주스와 차 종류도 많아서 젊은 학생들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가 다 찾고요. 커피점에서 컴퓨터를 펼치고 공부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직 북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을 겁니다. 지금은 평양에 커피점들이 몇 개 있지만, 한국이나 다른 나라처럼 커피문화를 제대로 누리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누리는 것을 북한 주민은 즐기지 못하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북한에서도 커피 문화가 더 많이 발달해 이것으로 돈도 벌고, 생활 수준도 높아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네. 오늘은 북한의 커피 문화와 장사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전직 북한 무역일꾼 출신인 김혜영 씨와 함께했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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