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인터뷰: 한미훈련 재개…한반도 정세 어디로?] ① 해리 해리스 “한미훈련재개, 북 대화거부 탓”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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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인터뷰: 한미훈련 재개…한반도 정세 어디로?]  ① 해리 해리스 “한미훈련재개, 북 대화거부 탓” 한미 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된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고공정찰기 U-2S가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축소가 미북 협상의 결과물이어야지, 전제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오히려 미국의 대화 제안에 북한이 응하지 않음으로써 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며, 북한의 태도에도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는데요. 북한이 예측 불가능한 모습을 보일수록 한미연합훈련은 더욱 필요하다고 해리스 전 대사는 밝혔습니다.

한미연합훈련 재개 뒤 한반도 정세를 진단해보는 [연쇄 인터뷰] 한미훈련 재개…한반도 정세 어디로?,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노정민 기자가 태평양 사령관 출신인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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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
/ RFA photo

“협상 전 한미연합훈련 취소는 헛수고”  

        ⦁ 해리스 대사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올해 초까지 재직한 전직 주한미국대사로서 현재 한반도 상황에 대해 질문하고 싶은데요. 북한의 거센 반대 속 오랜 고민 끝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됐습니다. 이번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대사님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해리 해리스 전 대사] 제가 군 지휘관으로서, 전 주한 미국 대사로서의 경험에 빗대어 말씀드리면,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늘 반대할 겁니다. 심지어 북한이 모종의 도발을 할지도 모르죠. 우리는 북한의 도발 재개 과정을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도발하면 동맹국들의 양보를 얻어내고, 긴장이 고조하고, 추가 도발과 양보 등 우리는 계속 이런 식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군사적 대응 능력을 갖추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미국은 한국과 조약을 맺은 동맹국이고, 조약의 의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입니다. 다시 말해, 미군이 한국군과 함께 군사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겁니다. 조약 의무의 이행을 위해, 또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일 년의 시간을 잃은 점을 고려하면 한미연합훈련은 필수적입니다. 또 지금 훈련은 실제 병력이 투입되지 않고, 컴퓨터를 이용한 모의 훈련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오기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포기하는 것은 헛수고입니다. 협상의 결과로서 한미연합훈련이 축소되는 것이라면 완벽하지만, 협상도 하기 전에 (훈련을) 취소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거센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지난 7월에 남북 간 통신 연락선이 복구된 바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한미연합훈련이 앞으로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거라고 보십니까? 또 한미연합훈련 재개가 남북∙미북 관계의 진전에 큰 걸림돌이 아닐 거란 견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해리 해리스 전 대사] 북한의 의도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미연합훈련이 미북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희미한 가능성만으로 한미 양국이 어떤 비상사태에 대비할 준비를 못 하게 할 수는 없는 겁니다. 만약 북한이 일 년 전, 아니면 6개월 전, 심지어 두 달 전에만 협상 제안에 응했다면, 한미연합훈련의 규모나 범위 등을 줄이거나 바꾸는 논의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지 않은 겁니다. 북한이 계속해서 연락통신선에 응답하지 않았는데, 제가 볼 때 북한은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이는 북한의 예측 불가능성을 보여주고요. 그럴수록 한미 양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갖추기 위해 함께 훈련해야 하는 절대적 필요성이 강조된다고 봅니다.

        ⦁ 한미연합군사훈련 이후에 북한이 도발할 수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해리 해리스 전 대사] 도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북한은 북한의 할 일을 할 것이고, 우리는 한국을 지키기 위한 조약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우리의 할 일을 해야 합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응 태세를 갖추지 못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공은 북한 코트에 있어... 협상 전 양보 안 돼”  

        ⦁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북한에 외교와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대북적대시정책의 철회’처럼 대화에 나서기 위한 어떠한 유인책도 제시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대사님은 현재 공이 미국과 북한 중 어느 쪽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해리 해리스 전 대사] 분명히 공은 북한 쪽에 있습니다. 하지만 협상 전에 무언가를 먼저 내놓는 것은 형편없는 협상 전술입니다. 북한의 관점에서 중요한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나 ‘대북제재 완화’,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입장에서 중요한 비핵화와 긴장 완화 등을 협상장으로 가져와야 하는 거죠. 협상도 하기 전에 먼저 양보하는 것이 아니고요.

저는 바이든 행정부가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출발점으로 받아들인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싱가포르 합의는 완벽하지 않지만, 이전 행정부들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던 절차를 다시 밟을 필요가 없는 훌륭한 지점입니다. 또 싱가포르 합의는 바이든 행정부가 앞으로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기에 좋은 진전된 상황을 제공할 겁니다. 저는 북한에 문이 열려있다는 말로 답을 맺겠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우정의 손을 내밀었는데, 이는 북한에 달려 있습니다. 북한이 열린 문으로 걸어 들어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밝은 미래를 움켜잡으면 됩니다.

        ⦁ 해리스 대사님은 주한 미국 대사로 재직하시면서 남북, 미북 관계를 지켜보셨습니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좋았던 시기부터,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 꽉 막힌 미북∙남북 관계까지 경험하셨는데요. 지금은 미 행정부가 바뀌었습니다만, 재직 당시와 지금은 어떤 큰 차이가 있을까요?

[해리 해리스 전 대사] 많은 것이 달라졌죠. 우선 코로나19 대유행이 남북 관계는 물론 국제사회의 상호관계 등을 극적으로 변화시켰죠. 하지만 저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접근 방식이 이전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 스스로 동맹을 미 외교정책의 초석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인정했고요. 저는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 정부에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북 협상에 관한 접근 방식도 상당히 다르다고 보는데요. ‘조정되고 예측 가능하며, 실용적인 접근’이라 말하고 있죠.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 때 ‘전부 아니면 전무’의 접근법, 또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의 접근법과 다른 겁니다. 저는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관계, 대북접근 방식에 매우 기대가 큽니다. 이제 북한이 저 열린 문을 통과해 협상을 시작하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임기가 일 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임기 마지막 해에 남북관계 개선에 이은 미북 대화 성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성공 가능성을 얼마나 보시나요. 또 문재인 정부나 바이든 행정부에 건네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해리 해리스 전 대사] 제가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에 조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실패한 접근을 피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는 능수능란한 협상가들이 있고, 우리도 이에 대비해야 하죠. 또 저는 북한을 상대할 때 현실주의에 기반한 이상주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적 지원과 협상 연계는 피해야”  

        ⦁ 마지막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가뭄과 홍수 피해까지 겹쳤는데요. 미국이나 한국의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요?

[해리 해리스 전 대사] 저는 ‘돌파구’가 감정과 과장투성이의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돌파구’라는 개념을 최대한 피하려고 하죠. 인도적 지원은 그 나름의 장점이 있고 필요한 일이지만, 이를 협상 결과와 연관 짓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필요한 것이 많고, 우리가 이를 지원할 능력을 갖추고 있을 때, 그리고 북한이 기꺼이 이를 받아들여 수백만 명의 고통을 완화한다면 좋은 일이겠죠. 물론 인도적 지원은 상호 간 신뢰를 증진할 수 있고, 협상을 위한 조건을 만들 수는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협상에서 얻고 싶은 결과도 이끌어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 네. 해리스 대사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주미한국대사를 지낸 해리 해리스 전 대사와 함께 최근 한반도 상황에 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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