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 “김정은 연설, 당황스러워”
2020.10.12
앵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한 연설에서 주민들의 안위를 언급하며 울먹인 데 대해 탈북민들은 다소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탈북민들은 김 위원장의 연설에서 유례없는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지만, 그의 주장이 진정 북한 주민들의 안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인 의도로 내부결속을 꾀하려는 것인지 혼란스럽다고 밝혔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탈북민들 “김 위원장의 연설 다목적 의도 엿보여”
최근(10월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열병식에서 한 연설을 본 탈북민들은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며 내비친 ‘눈물’이 다소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2004년에 한국 서울에 정착한 탈북민 김혜영(가명) 씨는 최근(11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김 위원장의 연설 내용과 눈물이 ‘충격적’이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김혜영(가명) 씨: 좀 충격이었어요. 김일성이나 김정일 당시에는 명령조로 말했지, 이렇게 (북한 주민들의 안위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들이 자신을 믿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하고, 인민들의 경제를 위해서 눈물을 흘리면서 어떻게 해주겠다고 하는데, 좀 안쓰럽더라고요. 김정은도 안쓰럽고, 특히 인민들도 안쓰럽고. 인권이 뭔지도 모르는 것이 안쓰럽고...
김 씨는 김 위원장이 유례없이 주민들의 안위를 챙긴 점은 놀랍지만, 정말 인민들을 위한 진심인지는 알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코로나19’ 국면에서 이번 열병식에 참여한 인원들 중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당황스렀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혜영(가명) 씨: ‘코로나19’ 때문에 힘들다는데, 정말 북한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마스크를 한 명도 안 썼더라고요. 북한에는 정말 코로나가 없나. 이런 생각도 들고, 왜 마스크를 한 명도 안 썼는지.
탈북민 출신으로 영국 뉴몰든 지역에서 한글학교를 운영해 온 최승철 런던 한겨레학교 운영이사는 최근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김 위원장의 열병식 연설은 ‘내부 결속’의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승철 운영이사: 제가 봤을 때는 주민들을 결속한다고 해야할까요. 그런 차원이 아니었나 싶은데. 나름 죄책감을 가진 듯한 모습도 보이고요. 비록 이유가 코로나 때문이라고 했지만, 김 위원장이 연설에서 인민들이란 말을 많이 쓰더라고요.
그러면서 최 이사는 연설 속에서 김 위원장이 이전보다 북한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 “자신감이 생긴 부분도 없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승철 운영이사: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진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 체제에 대해 일단 어느 정도 안정감을 가졌기 때문에 그렇게 나오지 않았나. (눈물을 흘리는 주민들도) 진정성이 있어 보이고, 당에 대한 신뢰나 믿음 이런 것들이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나름 (북한 당국의) 성과라고 봐야죠.
최 이사에 따르면 영국 현지 탈북민 사회에서도 일부는 ‘북한 당국이 예전에 비해 좀 달라진 것이 아니냐’는 식의 반응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탈북민 사회, 조성길 대리대사 딸 걱정도 나타내
한편, 인터넷 온라인 상의 여러 탈북민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북한의 조성길 대리대사가 한국으로 망명했다는 소식이 공개됨에 따라 북한에 남겨진 조 대리대사의 딸에 대한 걱정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2007년에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김성현 씨는 최근(10월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당국이 “북한에 남아 있는 조성길 대리대사의 가족은 다치지 않도록 관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가족들의 사회적 생명은 사실상 끝났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정재섭 미국 하버드의과대학원 한국정책연구원도 최근(8일)조 대리대사의 망명 소식이 한국 언론을 통해 알려짐에 따라 북한에서는 내부적인 숙청이 진행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도 관측했습니다.
정재섭 연구원: 북한 내부에서는 숙청, 탈북을 할 경우에는 삼대를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숙청 후에 외부적으로, 또는 북한 내에서 인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당국에 따라서 달라질 것입니다. 외부적으로는 아예 알리지 않을 수도 있고요, 만약 알릴 경우에는 반역자라며 안 좋게 홍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편 탈북민 사회에서는 한국 언론에서 조 대리대사에 대해 ‘탈북’이 아닌 ‘망명’으로 보도되는 것에 대해 위화감을 느끼는 탈북민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과 ‘망명’에 대해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탈북민 사회에서 확산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 연구원은 ‘망명’과 ‘탈북’을 구분짓는 호칭 논란과 관련해 이같은 호칭의 구별이 일부 탈북민들의 심기를 충분히 건드릴 수 있을 사안이라 본다며, 정치적인 이유로 일부 탈북민들이 차별을 느끼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