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집:김정은 집권 10년] ② 정권생존 급급했던 ‘김정은 10년’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1/12/05 08:30:00 US/Eastern
Share on WhatsApp
Share on WhatsApp
[연말 특집:김정은 집권 10년]  ② 정권생존 급급했던 ‘김정은 10년’ 지난 2015년 평양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창당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AP

앵커: 올 해 12월로 집권 10주년을 맞이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집권 기간 6차 핵실험부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까지 정치·군사적으로 다양한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RFA 연말 특집] 김정은 집권 10년, 두 번째 시간으로 미국내 손꼽히는 북한 지도부 연구 전문가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선임국장로부터 김정은 총비서의 정치·군사 부문 실적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ken_gauth.jpg
미 해군분석센터(CNA)
켄 고스 선임국장

김정은 총비서, 경제 발전 통해 권력 입증 원해

<기자> 김정은 총비서는 2011년 12월 30일 인민군 최고사령관 자리에 올라 노동당 주도 국정운영체제, 즉 당 중심 국정운영을 부활시키기 위해 국정을 간부 인사 회의가 아닌 노동당 협의체를 통해 결정 및 전달하는 방식을 추구해왔습니다. 김 총비서의 당 중심 국정운영 시도가 성공했다고 보시는지요?

[켄 고스] 김정은 총비서가 목표한 바 중 일부만 이룰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원한 몇몇 주요 인사들을 요직에 앉힐 수 있었습니다. 특히 그를 중심으로 통치 구조를 재정비했고 당 조직을 다시 활성화했어요. 하지만 외부로부터 북한에 필요한 자원을 얻을 수 없는 한, 그가 원하던 당 중심 운영체제가 이뤄지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고립된 시기에 김정은 총비서가 하려는 것은 외부 세계와 거래할 시점을 대비해 내부의 문제들을 재정비하는 것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미국과 교섭할 방법을 알아낼 때까지는 이 방법이 최선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가 당 중심 국정운영에선 약 50%의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반면 김정은 총비서는 2020년 열병식에서 군 장성에 이례적으로 ‘장군’ 칭호를 하사하는 등 군을 추켜세우는가 하면, 북한 군 서열 1위이자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위 비서인 박정천과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을 지난 10월 국방발전전람회에 걸어두기도 했는데요. 이는 선당 정치에 한계점을 느낀 김정은 총비서가 선군 정치로 회기 혹은 적어도 다시금 군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고 봐도 될까요?

[켄 고스] 김정은 총비서는 병진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은 그가 외부세계를 끌어들이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자신의 권력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군사적 측면과 미사일, 핵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해야 했던 겁니다. 그러나 그는 궁극적으로 군사적 측면이 자신의 권력을 입증하길 바라진 않습니다. 다만 그가 지금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그는 미국, 한국과도 협력할 수 없어 군사력 증강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던 겁니다. 동시에 군부 내 세력이 뒤섞이고 숙청되고 있는 그런 모습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그가 군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지도자로서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군에 기대야 한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2017년에 그가 외부와 대화할 준비가 됐지만, 미국엔 트럼프 정권이 들어섰어요.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어느 정도 구축한 김정은 총비서는 전략적으로 핵실험을 잠시 멈추고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어요. 이는 김정은 총비서가 경제 협력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이 시도는 실패했고, 그는 다시 군 세력에 기대야 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쪽으로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공포정치는 생존과 통치 영속 위한 ‘발버둥’

<기자> 김 총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운구차를 호위했던 7명의 당과 군 최고위 간부 중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시작으로 5명이 숙청됐고, 고모부 장성택 부장,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을 포함해 80여 명의 고위 간부를 숙청해 이른바 ‘공포 정치’를 실현했습니다. 집권 초기, 서열 2위였던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도 무릎을 꿇고 입을 손으로 가리고 보고를 올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는데요. 김정은의 최측근이었던 사람들의 처형과 공포 정치의 재등장, 어떤 이유라고 보시나요?

[켄 고스] 북한은 여전히 전체주의에 기초하고 있으며, 김정은 총비서는 집권했을 때, 매우 젊은 지도자로서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나이가 많은 고위 관료들과 군부 (실력자들)에게 최고 지도자의 의지를 보여줘야 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수령 중심이자 전체주의 나라인 북한에서 내부의 피비린내 나는 정치 양상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몰락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권력 구조에서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장성택, 황병서 등 여러 사람이 흥망성쇠했어요. 이는 나머지 지도부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한편으로는 김정은 총비서의 관점에서 너무 위험하다고 여겨졌던 사람들을 완전히 제거한 겁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잔인해 보이지만 그 체제 속에서 살아남고, 번영하고, 최고 지도자로 인정받으려면 김정은 총비서는 과감한 조처를 해야 합니다. 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들에게 이러한 교육을 했고, 고모 김경희도 김정은 총비서에게 김씨 일가 통치를 교육했다고 확신합니다. “규칙 첫 번째, 권력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라고요. 그렇다고 그가 대외적으로 관여하거나 북한을 정상화된 국가로 개혁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그가 내리는 모든 결정과 외교정책에서 지켜야 할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정권의 생존이고, 두 번째는 더 중요한 것으로 김씨 가문의 통치 영속입니다. 그는 앞으로도 그 두 가지 목표 중 어느 하나를 위반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kju_gauth.png
                                                                                                                                             / RFA 그래픽


핵실험 멈추고, 경제 회복에 초점 맞춰야

<기자> 김정은 총비서는 3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17년 6차까지 총 네 차례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북한의 핵 개발 어느 수준까지 왔다고 보시나요?

[켄 고스] 북한의 고각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미국까지도 사정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는 어떠한 징후도 본 적이 없습니다. 아직 미사일이 효과적인 대기권 재진입 능력을 갖췄다는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고, 발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분명해 보이지만, 2017년 말 이후 광범위한 실험없이 큰 진전을 이루긴 어려웠으리라 보입니다. 제 생각에 북한이 약간의 진전을 이뤘지만, (핵 탄두 장착과 대기권 재진입 성공까진)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김정은 총비서는 강화된 대북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집중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전쟁억지력을 위해 국제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켄 고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동결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전면적으로 3가지를 제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제제재 완화에 대한 보답으로 북한의 도발, 핵실험, 확산을 제한하는 겁니다. 그래야 북한과 경제 협력에 대한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이는 김정은 총비서가 그의 권력의 정당성을 핵과 미사일에서 경제로 옮기도록 할 것입니다. 한국 정부도 남북 관계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면 일본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고, 한국 정부가 남북 교류 과정에 일본을 참여시킬 정치적 공간을 줌으로써 남북과 일본 간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 역시 동아시아 지역 안보를 확보하고 중국과 협상에서 더 나은 위치를 확보할 수 있게 될 텐데 이는 미국에도 단순히 미북 관계보다 더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갈림길 선 김정은 총비서… 결정 따라 매우 다른 결과

<기자> 김정은 집권 10년을 계기로 김 총비서가 추구할 새로운 사상적, 정치적, 군사적 방향은 어떻게 되리라 전망하시는지요?

[켄 고스] 김정은 총비서는 이미 ‘김정은주의’라는 말을 선전하고 있고, 실제로 김일성주의나 김정일주의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정권 정상화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권력 강화는 일종의 이데올로기적 토대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김정은주의가 북한 내부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하나의 징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더라도 내부 통합의 징후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다음 과제는 김정은주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내는 것입니다. 군사적 요소도 있겠지만 경제적인 요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정세의 많은 부분이 김정은 총비서가 외부 세계와 관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갈림길에 서 있고, 이 갈림길은 두 개의 매우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외부 세계와 교류할 수 있게 된다면 (경제개발을 위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경제적으로 협력을 이뤄 더 정상화된 국가를 이룰 수 있을 것이고, 김정은 총비서도 그런 방향에서 권력의 정당성을 찾게 될 겁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김 총비서가 이 구조적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심지어 좀 더 호전적이었던 김일성 주석 집권 당시로 되돌아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선택의 여지 없이 중국에 점점 더 가까워질 것이고, 한국과 일본, 동북아 안보에 지속적인 위협과 도전이 될 것입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김정은 정권 10년을 전반적으로 평가하신다면요?

[켄 고스] 저는 김정은 총비서가 경제와 포용에 초점을 맞추려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불행하게도 그의 목표를 실현하는데 외부 요인뿐 아니라 내부 상황들에 의해 방해받고 있습니다. 김정은 집권 초기 10년의 전체 점수를 매긴다면 (낙제등급인) ‘C’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는 외부와 교류·협력에 일부 진전을 보였지만 결국 실패했어요. 대신 그는 자기 권력을 굳건히 했습니다. 이제 정권 내부에서는 그에 반대하는 세력이 거의 없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상당히 안정적인 위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의 주요 달성 목표였던 경제를 되살리려는 노력은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선임국장의 김정은 집권 10년 정치·군사 부문 평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