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재미와 돈맛] 음식 장사도 불경기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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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재미와 돈맛] 음식 장사도 불경기 사진은 지난 2012년 함흥의 한 아파트 옆에서 음식을 파는 모습.
/AP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 돈을 버는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 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혜영 씨 안녕하세요. 혜영 씨. 요즘 북한에서 개인 시장 활동에 대한 통제와 단속이 한층 더 강화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도저히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혜영 씨가 전해 들은 이야기가 있는지요?

[김혜영 씨] 우선 지금은 북한과 연락하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말 어렵게 연락이 닿은 양강도 지역의 지인을 통해 현지 상황을 들어봤는데요. 그동안 무역과 시장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주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고 합니다. 지난 3월부터 통제가 단속이 더 심해져서 지금은 먹거리 장사는 물론 마을 곳곳의 매장들까지 일절 개인 장사를 못 하도록 당의 방침이 내려와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당연히 돈도 벌 수 없게 됐는데, 양강도 지역뿐 아니라 북한 전역에서 이 때문에 아우성이라고 현지 지인이 전해줬습니다.

- 지금은 밀수에 대한 단속이 심해서 목숨을 걸고 할 정도라고 하고, 외국 상품을 팔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하던데요.

[김혜영 씨] 맞습니다. 시장에서 외국 상품은 물론이고 중국 상품도 쉽게 팔 수 없을 만큼 단속을 강화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비사회주의에 대한 통제가 너무 심해서 한국 제품을 판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한다고 하고요. 팔다가 적발되면 역적으로 몰리는 상황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주는 돈도 '간첩 돈'으로 규정하고, 돈을 전달해 준 브로커와 받은 가족들을 모두 적발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제가 연락했던 중간 브로커도 단속에 걸려 적발됐다고 들었고, 현재까지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 지난주 제가 연락을 취한 다른 탈북민도 요즘 북한에 있는 가족과 연락하기 매우 어려워졌다고 하더군요. 단속이 너무 심해 중간 브로커가 활동을 못 하고 있다고요. 그런데 상품 판매뿐 아니라 일반적인 음식 장사도 극심한 불경기라면서요? 

[김혜영 씨] 네. 일단 시장 물가가 많이 오르지 않았습니까. 밀가루와 옥수수 등 기본적인 식료품부터 기름값까지 많이 오르니까 당연히 음식값을 올리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는 거죠. 그런데 일반 주민들도 현금 수입이 줄어들면서 음식을 사 먹을 돈이 없으니까 음식 장사는 더 안되거든요.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 시장에는 물건 판매뿐 아니라 노동력으로 먹고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물건을 날라주거나 배달을 해서 받는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시장 활동이 금지되면서 덩달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그러니까 시장이나 역전에는 어린 꽃제비들이 많아졌고, 주민들 사이에서는 '고난의 행군이 따로 있냐'면서 이전보다 더 살기가 어려워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 그래도 북한에서 가장 무난하고, 수입도 좋았던 장사가 바로 음식 장사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나는데요. 이런 장사마저 잘 안되는 것은 그만큼 민생 경제가 극심한 침체 상태라고 봐도 될까요?

[김혜영 씨] 북한에서 먹는 문제가 가장 첫째입니다.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수출도 안 되고, 무역도 못 하게 하는 상황에서 음식이라도 팔아 살아보려는 데, 가장 기초적인 음식 장사까지 통제하는 것은 북한 주민에게 정말 가혹한 처사라고 봅니다. 당연히 극심한 경기 침체 상황이죠. 물건의 유통도 안 되고,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장사는 안되니까 현금 수입은 줄고, 그러면 쓸 돈은 더 없으니 그렇지 않겠습니까. 제가 얼마 전 통화한 탈북민은 2년 전에 북한을 떠났는데, 가족이 아직 북한에 있다고 합니다. 가족을 통해 북한 소식을 들으면 자신이 탈북한 2년 전보다 더 살기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갈수록 살기 어렵다 보니 요즘 북한 주민들에게는 악밖에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소식을 전해준 지인에 따르면 양강도 지역의 골목길에는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불만을 낙서로 표현하는 일이 많아졌는데요. 당국은 낙서한 사람을 찾기 위해 총동원령을 내렸다고도 하고요. 통제와 단속에 따른 경기침체로 북한 내부는 전쟁터와 다름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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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부지역에 사는 취재협조자 두 명이 최근(4월 27일)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대해 중국에 밀반입한 휴대전화로 전해 준 북한의 경제 상황. / 아시아프레스


- 혜영 씨는 북한 당국이 왜 개인 시장 활동을 통제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김혜영 씨] 김정은 정권이 개인 장사를 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주민들의 개인 주머니에 돈이 들어가면, 당과 국가가 더는 중요하지 않게 되고, 그러면 충성심도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자신의 힘으로 장사도 하고 돈도 벌어보면서 외부 세계와 교류하고, 바깥세상을 알게 되니까 북한 당국이 체제 유지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북한 사람들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세를 어느 정도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의 호소에도 응하지 않는 겁니다.

한 언론매체에 따르면 북한 시장에서 장사할 수 있는 연령대를 50대 이상 여성으로 제한했다고 하는데요. 청년들은 장사를 못 하게 해서 외부 세계에 물들지 못하게 하려는 겁니다. 외부 세계의 정보를 접하지 못하게 하고 오직 김정은 총비서 한 사람만 바라보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거죠. 하지만 정말 나라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최소한 주민들이 일정한 수입을 얻고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못 하는 것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 지금 북한의 현재 상황에서 혜영 씨가 가장 걱정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김혜영 씨] 이런 경제적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북한 사회에 범죄가 많아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경제적으로 힘드니까 살인이나 강도 사건이 많았습니다. 사회 질서가 혼란스러워지면서 주민들의 생활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요즘은 장사도 못 하게 하고, 돈도 벌지 못하게 하니까 아마 북한 내부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심할 텐데요. 북한 주민들이 그동안 국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음식도 만들어 팔고, 시장에서 물건도 팔아 생계를 유지해 왔는데, 그것도 못 하게 하니 먹는 문제와 생계를 어찌해야 할지 답답할 겁니다.   

  - 지금까지 내용을 종합해 보면 지금 북한에서는 무역과 밀수는 물론 시장 활동까지 할 수 없다면 돈을 벌 수 있는 대부분 수단이 모두 막혀버린 것 아니겠습니까. 만약 혜영 씨가 지금 북한에 있다면, 어떤 방법을 찾았을까요? 북한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김혜영 씨] 글쎄요. 제가 북한에 있었어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을 겁니다. 그래도 먹고 살려면 몰래 도둑 장사라도 해야 할 텐데, 그렇게 하다가 적발돼 몰수당하는 일도 생길 겁니다. 또 목숨을 걸고 밀수라도 하려 할 텐데, 그것도 못 하면 무기력하게 굶는 수밖에 없죠. 그러다 보면 마지막 수단으로 북한을 떠나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되겠죠.

오늘날 북한에서 시장은 일반 주민들의 삶의 터전입니다. 이제 시장이 없으면 주민들이 먹고살 수단이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시장을 통제하면 할수록 주민들의 불만은 더 커지고, 오히려 김정은 정권에 대한 반감만 더 커질 거라 생각합니다. 이미 북한 주민들이 당국의 통제에 반발했다는 소식도 들었는데요. 최소한 먹고살 수 있도록 시장 활동만이라도 보장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네. 오늘은 더 강화하고 있는 북한의 시장 활동 통제에 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전직 북한 무역일꾼 출신인 김혜영 씨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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