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재미와 돈맛] 탈북민 송금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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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재미와 돈맛] 탈북민 송금 북한 주민들이 거리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팔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탈북과 남한 정착을 지원하는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가 공개한 북한 영상.
/연합뉴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 돈을 버는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 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혜영 씨, 북한의 무역일꾼들에게는 매년 1~2월은 돈을 더 많이 버는 시기라면서요? 왜 그렇습니까?

[김혜영 씨] 그렇습니다. 매년 1월부터 4월까지는 북∙중 국경지역의 두만강이나 압록강이 꽁꽁 얼어서 밀수나 무역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제일 좋은 시기입니다. 공식적으로 다리나 세관을 거쳐 가면 세금도 내야하고, 검열도 받아야 하니까 무역일꾼들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얼어붙은 강을 큰 도로처럼 이용하는 거죠. 다시 말해 중국과 거래하는 통로가 더 늘어나는 겁니다. 밀수꾼들에게도 마찬가지인데요. 사람들이 건너가기도 쉽고, 어떤 물건이든 주고받기 가장 좋은 때가 바로 요즘 같은 겨울철이죠. 지금은 북∙중 국경의 경비가 삼엄해서 아무것도 못 하게 됐지만, 겨울에 강이 얼면 북한이나 중국이나 모두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조건이기 때문에 겨울철이 돈을 버는 데 있어 또 다른 특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전 같으면 1~2월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건데, 지금 시기에 자주 거래되는 품목들은 무엇입니까?

[김혜영 씨] 1~2월은 뭐든지 다 잘 됩니다. 거래 품목은 하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만, 개나 염소, 돼지 같은 가축부터 자동차, 귀금속, 수산물 등 여러 가지 품목들을 다 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만 차로 몇 대씩 오가면서 거래하는데요. 국경 지역의 주민들은 겨울철마다 얼어붙은 강을 통해 먹고 살아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은 북∙중 국경이 막혀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예년 같은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데다 당국은 아무런 대책이 없으니까 주민들이 아우성인 겁니다.

- 일 년 넘게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로 요즘 국경 지역 주민들의 생활이 매우 어렵다는 말이 많이 들립니다. 이럴 때 한국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형편이 좀 낫다고 하는데, 혜영 씨도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한 적이 있죠. 보통 탈북민들이 보내는 송금이 북한 주민에게 어떻게 활용되나요?

[김혜영 씨] 네.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탈북민 중에서 자기 가족이 굶고 있다는데 안 도와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도 송금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보내준 돈을 받으면 그것으로 필요한 물건도 사고, 식량도 사다 놓고, 또 뭔가 시작할 수 있는 장사 밑천으로 쓸 수 있는 거죠. 참고로 제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저도 북한에 계신 87세 되신 어머니에게 송금한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장사를 못 하시니까 쌀이나 기본 식료품들만 사 놓으시라고, 먹을 것만 챙겨 놓으라고만 일러주었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그런 돈으로 대대적인 장사를 했을 겁니다. 예를 들어 '돈데코'라고 해서 환전상을 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필요한 먹을거리나 생필품 장사를 하는 밑천으로 사용하는 거죠. 한국에서 100만 원을 보내주면 중국 돈으로 약 6천 위안인데, 이것은 북한 가족에게 정말 큰 돈이고, 일단 뭐라도 해 볼 수 있는 자금이 되는 거죠. 그렇게 한국에 있는 가족이 보내 준 돈으로 장사도 하고, 물건도 사면 돈이 돌고, 지역 경제도 나아지고, 사람들이 숨을 쉬고 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한국의 가족이 보내준 돈을 받으면 ‘간첩 돈을 받았다’며 잡아간다니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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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양강도의 취재협조자가 북한에 밀반입한 중국 휴대전화로 “한국에 가족이 있는 집들은 대부자”라고 전한 내용. / 아시아프레스 제공


- 최근 북한 주민과 주고받은 문자에서도 한국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자’라고 합니다. 또 얼마 전 제가 연락한 탈북민 두 분도 요즘처럼 어려운 때에 북한에 있는 가족은 잘 지내냐고 물어봤더니 최근 자신이 보내준 돈 때문에 괜찮게 지낸다고 하더군요.

[김혜영 씨] 그럴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탈북민들이 보내주는 돈은 북한 가족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고요. 지역 경제에도 보탬이 됩니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살고, 사람도 살죠. 북한에서도 돈이 돈을 부른다는 말이 통하는데, 어떤 밑천이 있어야 장사도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북한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현금 수입이 없어서 주민들의 구매능력이 떨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다시 말해 돈이 돌지 않으니까 북한 주민들 스스로 벌어서 설 자리가 없어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가족이 보내준 돈은 당장의 위기를 넘길 뿐 아니라 다시 뭔가 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본이 되는 것이죠.

- 그런데 요즘 북한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 수수료가 크게 올랐다고 합니다. 탈북민들이나 가족들에게는 이것도 큰 문제라는데, 혜영 씨가 겪는 어려움은 없나요?

[김혜영 씨] 네. 요즘은 중간 수수료가 보내는 돈의 40%에 육박한다고 들었습니다. 이전에 30%였던 수수료가 40%라고 하니까 거의 절반은 브로커가 먹고, 나머지 절반만 가족에게 가는 겁니다. 이렇게 수수료가 오르니 보내는 사람들도 어렵죠. 가뜩이나 요즘은 한국에서도 돈 벌기가 쉽지 않은데, 내 가족이 받는 돈과 브로커가 떼 가는 돈이 거의 비슷하니 송금하는 것도 주저하게 됩니다. 게다가 요즘은 전화 통화에 대한 단속도 심해서 가족과 연락하기도 쉽지 않은데, 송금 수수료까지 이렇게 높으니까 저도 요즘은 멍해서 어찌 보낼까 고민 중입니다.

- 이렇게 어려운 때에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마음 편히 돈이라도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램이신 거죠?

[김혜영 씨] 그렇죠. 요즘 저는 북한에 계신 어머니와 전화 통화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물가도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제대로 먹고사시는지, 동생들의 수입은 있는지 걱정이 많습니다. 아마 대부분 탈북민의 마음이 그럴 겁니다. 지금 북한 경제가 너무 어려운 때에 가족들이 돈이라도 마음 편히 보내줄 수 있다면 가족들은 물론 지역 경제도 나아질 텐데, 그런 점이 안타깝습니다. 하루빨리 북한 주민들도 돈을 많이 버는 기회도 찾고, 마음 편히 잘 먹고, 잘 사는 때가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네. 지금까지 '탈북민 송금'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전직 무역일꾼 출신 탈북 여성 김혜영 씨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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