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재미와 돈맛] 팔고 싶은 한국제품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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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재미와 돈맛] 팔고 싶은 한국제품 평양 보통강백화점의 전자제품 코너. 전자제품 코너에는 선풍기, 에어컨 등과 함께 2000년대 초반 남한에서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던 드럼세탁기도 보인다.
/연합뉴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 돈을 버는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 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혜영 씨. 요즘 심층 보도팀이 북한에 확산한 한류 현상에 대해서 보도하고 있는데요. 인상적인 내용 중 하나가 현재 한국에 팔리는 물건이 북한에도 똑같이 있다는 겁니다. 혜영 씨는 북한에서 한국 물건을 사용해보셨나요?

[김혜영 씨] 저도 제 주변 탈북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에서 파는 웬만한 물건들이 북한에도 있어서 별 차이를 못 느꼈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북한에서 무역을 할 때는 주로 일본 상품이나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상품들이 많았습니다. 홍콩이나 중국 제품도 있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북한 시장에 한국 제품들이 많이 팔리고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한국이 발전하면서 한국 제품이 보기에도 좋고, 질도 뛰어나니까 북한 사람들도 한국산 제품을 세계적으로 알아준다는 것은 다 알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돈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국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자랑이고, 부유한 사람임을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하죠. 또 사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한국산 옷을 입고, 한국산 가방을 들고 나가면 대우가 달라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 돈 많은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라면 한국 제품을 파는 사람들도 돈을 많이 벌 것 같은데요. 한류가 북한에서도 돈을 벌어다 주는 주요 아이템(상품)이 될 수 있는 거죠?

[김혜영 씨] 그렇습니다. 한국 제품이 중국 제품보다 더 좋으니까 이를 가져다 팔면 돈벌이도 더 잘 되는 것은 당연하고요. 북한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언어가 같으니까 동질감도 느끼고 더 끌리는 점이 있죠. 처음에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유통해서 많은 수입을 얻었는데요. 북한 주민들로서는 매일 학습을 통해 수령님 찬양만 하는데,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일단 재미있고, 이렇게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끊을 수가 없는 거죠.

그것뿐인가요. 한국 제품이 유행을 타면서 이를 사고파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요. 예를 들어 여성이나 남성의 옷 스타일을 유심히 보고 천을 확보해 비슷하게 옷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요. 영화, 드라마에 자주 나오고 많이 사용하는 것 같은 물건을 들여와 팔면 당연히 돈을 벌게 되는 겁니다. 또 돈 많은 사람들은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한국 제품을 사서 쓰니까 돈 버는 재미가 나죠.

- 한국 제품이 북한으로 유통되는 과정은 주로 밀수인 거죠?

[김혜영 씨]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조선족 상인들, 북한의 개인 장사꾼들이 중국에서 유통되는 한국 제품을 북한으로 밀수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봐야 합니다. 북한 당국이 한국 제품에 대해 단속을 엄격하게 하니까 대부분 밀수를 통해서 아는 사람들끼리 거래하고요. 이를 숨겨놓고 몰래 파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런데 작년부터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에는 북한 시장에 이전처럼 한국 제품이 많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 말씀하신 대로 요즘은 북한에서 한국 물건에 대한 단속이 심하다고 합니다. 한글로 된 상표는 다 떼고요. 과거에도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갈 때 한국 상표는 다 뗐다고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북한 주민들이 딱 보면 한국 물건인 줄 알까요?

[김혜영 씨] 당연합니다. 정말 귀신같이 압니다. 제가 아는 조선족 상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물건 파는 사람들은 색상 이나 마감처리 등을 보고 당연히 이것이 중국산인지, 한국산 제품인지를 한눈에 알아보고요. 그동안 한국 제품을 써 본 북한 주민들도 잘 안다고 합니다. 또 썼던 제품을 계속 찾으니까 속일 수도 없고요. 한류 문화나 입소문을 통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속 때문에 한국 제품은 사실 ‘레떼르’라고 해서 상표를 다 잘라야 합니다. 그래도 한글을 한 글자 정도는 조금 남겨두는데요. 그래야 사는 사람들이 "아~ 한국 제품 맞구나"라며 구매한다고 합니다. 저도 이 말을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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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대성운하공장에서 한국의 빼빼로 과자를 모방해 생산한 꼬치 과자. / RFA Photo


- 혜영 씨가 무역일꾼 출신인데요. 한국 생활도 경험해보셨고요. 만약 혜영 씨가 한국 제품을 북한에 들여가 판다면 어떤 물건을 팔고 싶으세요. 일명 대박 상품은 뭘까요?

[김혜영 씨] 이 질문을 받고 고민해봤는데요. 일단 북한에는 워낙 부족한 것이 많아서 어떤 한국 제품을 들여가도 잘 팔릴 것 같습니다. 제가 만약 지금도 북한에서 무역을 하고 있다면 우선 전기판과 발전기 기계, 전동기, 손전등 등이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기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초적으로 필요하니까 싸고 성능 좋은 발전기를 들여가면 누구나 다 살 거라고 봅니다.

또 저는 남성들의 면도기를 들여가면 잘 팔릴 것 같습니다. 남성들이 매일 써야 하지만, 공급이 부족하고, 품질도 좋지 않거든요. 제가 예전에 날 5개짜리 한국산 면도기 주문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질 좋은 한국산 면도기도 괜찮은 수입이 될 것 같고요. 여성들에게는 위생용품이 될 수 있겠죠. 한국에서 흔히 쓰는 물티슈도 인기가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음식을 만들 때 쓰는 일회용 장갑은 싸면서도 일상생활에 흔히 쓸 수 있는 제품이잖아요. 이처럼 작지만, 수요가 많은 제품들이 많습니다. 또 육아용품도 생각해봤는데요. 기저귀, 젖병부터 각종 육아용품도 북한에서는 없는 것이 많으니까 정말 귀하고 인기가 높을 것 같습니다.

즉석라면이나 바로 해 먹을 수 있는 식료품, 의류 등도 당연히 인기가 있겠지만, 이미 유명 상표의 물건들이 북한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고 하니까요. 저는 일상생활에서 간단하면서도 매일 쓰는 물건들을 북한에서 팔면 대박 상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정말 무궁무진하죠. 북한에는 정말 없는 물건들이 많고, 몰라서 못 쓰는 물건들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시대가 바뀌면서 정말 잘 팔릴 것 같은 제품은 따로 있습니다.

- 그게 뭘까요?

[김혜영 씨] 바로 휴대폰, 일명 손전화기일 것 같은데요. 요즘 북한에서는 손전화기 없는 못 사는 삶이 됐잖아요. 그런데 한국 휴대폰은 정말 모양이나 성능이 좋고요. 특히 사진이나 동영상의 화질을 못 따라갑니다. 만약 신형 한국 손전화기를 북한에서 판다면 엄청난 유행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 그렇겠네요. 그만큼 북한이 기업들의 중요한 시장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도 되겠군요. 끝으로 북한에서는 한류에 대한 단속의 하나로 한국 제품 사용도 엄격히 금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제품을 끊을 수 있을까요?

[김혜영 씨] 저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당국의 단속에도 한국 물건을 계속 찾는 상류층, 돈 많은 사람들은 여전할 테고요. 당연히 한국 물건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계속될 겁니다. 다시 말해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결국, 이것도 돈벌이거든요. 단속이 심해져서 잠시 주춤할 수는 있겠지만, 끊을 수는 없습니다. 북․중 국경 봉쇄가 풀리고, 어느 정도 무역이나 밀수의 통로가 열리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한국 제품을 들여와 돈을 버는 장사의 길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네. 지금까지 '북한에서 돈을 벌 수 있는 한국 제품'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전직 무역일꾼 출신 탈북 여성 김혜영 씨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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