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재미와 돈맛]장사의 남북 차이점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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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재미와 돈맛]장사의 남북 차이점 탈북민 김혜영 씨가 한국에 정착한 이후 쇼핑몰에서 시작한 화장품 사업 매대.
/김혜영 씨 제공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 돈을 버는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 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혜영 씨 안녕하세요. 혜영 씨는 북한에서 무역일꾼으로 일했지만, 한국에 정착한 이후 사업가로서도 활동하신 적이 있는데요. 어떤 사업을 해보셨습니까?

[김혜영 씨]네. 제가 한국에서 화장품 사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정착 초기에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치료를 받았고요. 이후에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갈까 고민하다가 제가 북한에서 무역과 장사를 해봤기 때문에 이런 경험을 되살려 화장품 장사를 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화장품이나 미용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요. 그리고 2017년에 지인의 소개로 서울 동대문에 있는 쇼핑몰 2층에 화장품 매대를 얻어 장사를 시작하게 됐는데요. 처음에는 한국에서 내 사업을 한다는 것이 정말 신나고, 꿈만 같았습니다. 열심히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그럼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어떤 준비과정을 거치셨나요?

[김혜영 씨] 화장품은 아주 까다롭습니다. 새로 나오는 화장품의 종류가 너무 많고, 기능도 다양하죠. 또 제가 사업을 시작했던 동대문에서는 주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그들의 기호에 따라 화장품을 판매해야 했습니다. 주로 인기가 있었던 화장품은 얼굴을 희게 해주는 미백 기능성 화장품부터 여성들의 주름살을 없애주는 제품들, 미백 치약 등이었습니다.

매대를 빌리기 위해 건물주와 1년 계약을 했는데, 한 달에 한국 돈으로 150만 원, 미화로 약 1천300달러를 주기로 했죠. 그리고 화장품을 공급해주는 업체와 계약을 해서 물건을 들여와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 그래도 처음에 사업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자본금(내 돈)이 필요한데요. 그 돈은 어떻게 마련하셨나요?

[김혜영 씨] 처음에는 은행에서 한국 돈으로 3천 만원, 미화로 약 2만 7천 달러의 돈을 빌렸습니다. 당시에는 제 신용등급이 좋아서 제법 많이 받았습니다. 한 곳에서만 받은 것이 아니고, 여러 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아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매달 빌린 돈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은행에 냈는데요.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서 한국의 금융체계에 대해 알게 됐고, 한국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배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 한국에서 신용 등급에 따라, 내가 가진 재산의 정도에 따라 빌릴 수 있는 돈의 액수에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북한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었어요.

- 그렇게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하신 사업은 어땠습니까? 잘 됐나요?

[김혜영 씨] 처음에는 매우 의욕적으로 장사를 했습니다. 계속 새로운 화장품들을 들여오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아보려고 했죠. 초반에는 수입이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운이 따르지 않았는지, 당시 한중∙한일 갈등으로 무역하는 사람들이나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들의 한국 입국이 급감하면서 장사가 잘 안됐습니다. 그때 손님은 없고, 장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냥 매대에 앉아만 있어서 애가 탔습니다.

수입은 없는데 매대를 빌린 것에 대한 월세와 은행에서 빌린 돈에 대한 이자를 매달 내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이었고,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적자만 내다가 1년 정도 하고 결국 장사를 그만두게 됐어요. 빚도 지게 됐죠.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았다면 정말 돈도 많이 벌고, 즐겁게 일했을 텐데 매우 아쉬웠습니다. 물론 제가 돈을 잃었지만, 그래도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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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김혜영 씨가 한국에 정착한 이후 쇼핑몰에서 시작한 화장품 사업 매대. /김혜영 씨 제공

- 혜영 씨는 북한에서 많은 돈을 벌어보셨고, 한국에서도 사업을 해 보셨는데, 북한과 남한의 경제활동에서 가장 큰 차이점을 꼽으라면 무엇인가요?

[김혜영 씨] 북한에서는 제가 아는 사람도 많고 함께 일할 검증된 동업자도 많았습니다. 또 그들에게 저에 대한 신뢰도가 다 검증되었기 때문에 제가 무엇을 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특별한 어려움 없이 잘 됐습니다. 또 북한에서는 없는 것이 많기 때문에 무역이나 장사를 할 때 나만의 것을 만들 수 있는 시장이 많았고요. 월세 없이 자리를 구할 수도 있어서 큰 부담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많이 달랐습니다. 한국에서는 제가 하는 일에 대한 책임이 따르고요. 제가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세금과 월세는 꼭 내야 하는 돈이었습니다. 그런 비용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또 한국은 경쟁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철저한 시장조사와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는데요.

그래도 장사가 잘 되면 제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공장도 세우고, 사업도 확장할 수 있고,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에서는 개인이 무엇을 하고 싶어도 김씨 일가의 승인을 받아야 하니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것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습니다.

- 북한에서도 장사나 사업하시는 분들이 실패하는 경우도 있습니까? 있다면 어떤 경우들인가요?

[김혜영 씨] 저는 망해 본 적이 없지만, 아무래도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다 단속과 검열에 걸려 모든 것을 몰수당하는 경우가 있죠. 또 한 사람이 적발되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잡히면서 연관된 사람들이 모두 한순간에 망하기도 합니다. 또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을 했을 때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다 잃게 되는 경우인데요. 그동안 돈을 많이 벌었던 사람들이 화폐개혁 때문에 한순간에 휴짓조각이 된 경우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북한 사람들이 북한 돈을 믿지 않게 되면서 중국 위안화나 달러로 바꿔놓는 겁니다. 한 번은 당해도 두 번은 당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 한국에서 사업을 할 때 북한과 달리 ‘이런 점이 어려웠다’는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김혜영 씨]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우선 기본적인 자본금, 내 돈이 없으면 뭐든 시작해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희 같은 탈북민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거든요. 재산이 있는지, 집이 있는지, 한 달 수입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물어보는데, 정착 초기의 탈북민들은 그런 조건들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대출에도 제한이 많습니다. 이런 점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 혹시 장사하거나 사업하는 데 있어 탈북민이라는 장단점이 있을까요?

[김혜영 씨] 아무래도 탈북민들은 한국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한 번에 큰돈을 벌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거나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무리한 사업에 뛰어들다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주식에 큰돈을 투자해 실패하는 탈북민도 있죠. 반면, 북한에서부터 온갖 고생을 하고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의 생활력은 매우 강합니다. 주어진 모든 일에 열심히 하고, 성실하고, 근면하죠. 또 머리도 좋아서 돈 버는 방법과 재미를 알게 돼 금세 성공한 탈북민도 많습니다. 또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을 진심으로 도와주려는 제도와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이런 도움을 받아 본인이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요즘 북한에서는 시장 활동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최소한 한국에서는 북한처럼 경제활동을 제한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돈 버는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혜영 씨] 맞습니다. 한국은 기회를 잘 이용해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입니다. 저는 제가 무엇을 하던 이를 통제하거나 막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또 열심히 노력해서 일한 만큼 버는 돈이 북에서 한 달 일해 받는 돈보다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돈 버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죠. 또 제가 번 돈을 투자하거나 저축하면 이자도 붙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까 한국에서 돈 버는 재미는 북한보다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 네. 오늘은 '남북 간 장사의 차이'에 대해서 대화 나눠봤습니다.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전직 북한 무역일꾼 출신인 김혜영 씨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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