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재미와 돈맛] 쉽지 않은 자력갱생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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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재미와 돈맛] 쉽지 않은 자력갱생 지난해 9월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에 마스크를 쓴 이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RFA Photo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 돈을 버는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 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혜영 씨 안녕하세요. 혜영 씨. 올해 초부터 북∙중 국경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벌써 1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최근 북∙중 국경지역의 상황에 대해 들으신 소식이 있나요?

[김혜영 씨] 네. 며칠 전 통화한 중간 브로커의 말에 따르면 요즘 북∙중 국경도시 중 하나인 양강도 혜산시는 말 그대로 주민들의 아우성이 넘쳐난다고 합니다. 중국과 무역은커녕 밀수도 일절 못하고, 아예 세관까지 폐쇄했다고 하는데요. 양강도 혜산시와 중국 장백시를 연결하는 큰 다리가 하나 있는데, 이 다리는 북∙중 간 무역, 밀수는 물론 친척방문과 같은 인적 교류의 통로이기도 했습니다.

이 다리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대대적으로 식량과 생활필수품 등 물자를 들여오고 각 지방으로 조달하면서 혜산시가 북한 경제에 큰 역할을 해왔는데요. 지난 1년 6개월 넘게 이 다리가 막혀버리면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고, 현지 주민들도 점점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무역업자들도 이미 가진 자산을 많이 잃어버렸고요. 그동안 해왔던 유통사업들도 많이 접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자주 북한 내부 소식을 듣는데, 들을 때마다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는 것 같습니다.

⦁ 요즘 사회 통제나 단속 상황은 어떻다고 하나요?

[김혜영 씨]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중국 손전화기를 이용해 중국 상인들과 거래하던 사람들이 얼마 전 검열에 적발됐다고 합니다. 전화기도 뺏기고, 중국과 거래했던 상인들이 끌려갔는데요. 단속이 점점 더 심해지니까 요즘은 거래할 사람 수도 줄었다고 합니다. 특히 혜산시에 대해서는 봉쇄와 단속이 더 심하기 때문에 조금씩 밀수를 시도해왔던 사람들도 요즘은 활동을 뚝 끊었다고 합니다.

⦁ 이렇게 오랫동안 북∙중 국경이 열리지 않으면, 그동안 중국을 상대로 무역하던 사람들, 또는 중국 무역업자와 동업하던 사람들은 점점 더 힘들어질 것 같은데요. 

[김혜영 씨] 맞습니다. 정말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는 북한 무역업자뿐 아니라 중국에서 북한을 상대로 했던 무역업자들도 똑같은 상황입니다. 북∙중 국경의 중국 쪽 도시에서도 경기 침체는 계속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중국과 북한에서 서로를 대상으로 무역하던 사람들이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최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전원 회의에서 주민들에게 군량미까지 풀어줄 것을 지시했지만, 실제 군량미도 얼마 되지 않아서 평양에만 조금 공급하고 지방 주민들의 몫은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심지어 곳곳에서 어린이와 노인을 중심으로 영양실조와 질병 등으로 숨지는 사람까지 나타났다고 하는데, 저는 이런 상황이 지속할수록 대참사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 북∙중 국경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무역이 재개되지 않으면 북한 내에서 할 수 있는 장사가 있을까요? 그동안 중국을 상대로 했다가 갑자기 장사 품목을 바꿀 수 있겠습니까?

[김혜영 씨]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마땅히 장사할 것도 없을 겁니다. 지금 북한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있어야 중국산을 대체해 장사하지 않겠습니까. 원자재도 중국에서 들여와야 북한에서 생산할 텐데, 북∙중 국경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원자재 수입도 여의치 않아 멈춰선 공장이 대부분입니다. 북한에서 생산해야 그 물건으로 장사도 할 수 있을 텐데, 지금은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고, 더구나 중국산을 대체할 물건도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북한 시장에서 물가나 환율이 너무 불안정해 상인들이 물건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요즘은 시장에서 팔 물건도 없고, 장사 자체가 거의 되지 않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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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국경 봉쇄 이후 올해 초 촬영한 중국 단둥 세관 앞 도로의 썰렁한 분위기.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상점은 모두 문을 닫았고, 차량은 물론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 RFA photo

⦁ 그렇다면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는 결국, 목숨을 걸고 밀수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지금도 밀수가 조금씩 이뤄지고 이뤄지는 것 같긴 합니다. 

[김혜영 씨] 저도 일부 사람들이 조금씩 밀수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단속을 피해 이전 통로를 완전히 바꿔 매우 위험한 곳을 택해 할 겁니다. 북한의 국경 경비대가 긴 거리의 북∙중 국경을 모두 다 막을 수는 없죠. 당연히 빈틈이 있기 마련인데, 대부분 절벽과 같은 위험한 지역입니다. 이런 지역에서 밀수하다가 잘못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당국에 적발돼도 엄중한 처벌을 면치 못하니 이래저래 북한 주민들만 어렵게 됐습니다.

⦁ 일부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이 중국과 더 교역할 수 있음에도 최소한만 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자력갱생을 통해 북한 경제, 국가 경제를 회복하고 싶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는데요. 자체 생산을 통해 국가적 자력갱생을 이루고 싶다는 겁니다. 실제로 중국을 상대로 무역과 장사를 해보신 분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혜영 씨]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북한 내 생산공장이 대부분 멈춰 섰습니다. 아무리 자력갱생을 강조한들,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북한 전역에서 기본적인 생산단위가 무너졌는데, 무엇으로 자력갱생을 할 수 있을까요. 주민들이 먹고, 쓰고, 입는 것조차 충분치 않은데, 무슨 기본이 있어야 그것을 발판으로 자력갱생을 시도해 보지 않겠습니까. 기본적으로 식량조차 자력으로 충분히 생산하지 못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인 데다, 기본적인 생필품, 하다못해 조미료까지 자체 생산이 안 돼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을 보면 어떻게 자력갱생을 하겠다는 것인지 저는 이해가 잘 안 갑니다.
저도 북한에 있을 때 중국과 무역을 해봤습니다만, 중국에서 충분히 물자도 들어오고, 중국과 교역을 통해 현금이 유통됐을 때는 먹고살 만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 6개월 넘게 북∙중 국경을 봉쇄하고 무역을 중단한 지금 북한 경제와 주민들의 생활은 어떤가요. 이미 북한 내부에서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커진 지 오래고요. 도저히 앞이 안 보인다며 희망을 놓아버린 주민들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 혜영 씨가 북한에서 경험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는 얼마나 높았습니까?

[김혜영 씨] 북한은 같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중국과 늘 거래해왔습니다. 북한은 중국과 교역이 없으면 모든 것이 다 멈춰섭니다. 아마도 북한 경제와 생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그러니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중국과 상생 관계는 끊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국산을 많이 선호했습니다. 당연히 북한산보다 더 좋은 질을 찾지 않겠습니다. 저는 북한이 언제까지 이렇게 막아놓을 수 없고, 언젠가 북∙중 국경을 다시 열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주민들이 그때까지 생활고를 견뎌내야 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 마지막으로 요즘 양강도 혜산시에 대한 통제와 단속은 다른 지역에 비해 유난히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김혜영 씨] 우선 혜산시는 북∙중 모두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오가는 것이 불편하지 않고요. 혜산에서 평양까지 가는 직행열차가 있어서 물자들이 평양까지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방역에 신경을 쓰면서 더욱 혜산시를 단속하고 봉쇄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밀수 때문에 양강도 혜산시에서 코로나 감염 의심 환자가 나왔다는 소문도 있죠.
또 혜산시 주민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의 힘으로 장사를 해왔고, 돈의 맛을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돈만 있으면 시장에서 무엇이든지 사서 먹고, 입고, 써 왔던 사람들입니다. 또 혜산시에서 무역과 장사 등이 발달하면서 한류 문화 등 외부 정보를 많이 접하는 데다 탈북에 가장 빠르고 유리한 조건을 가졌기 때문에 코로나19 방역, 비사회주의 단속과 통제가 혜산시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도 혜산시는 통제 때문에 식량 반입이 막혀 여전히 높은 식량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당분간 혜산시에 대한 통제와 단속은 더 강화되고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네. 오늘은 1년 6개월 넘게 이어진 북∙중 국경 봉쇄 상황에서 국가적 자력갱생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전직 북한 무역일꾼 출신인 김혜영 씨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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