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영국 외교관 부인의 평양 체류기] ②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학생들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1-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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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영국 외교관 부인의 평양 체류기] ②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학생들 평양 려명거리의 백화점 입구. (2019년 8월)
사진제공 – 린지 밀러 (Lindsey Miller)

앵커: 핵과 미사일 등을 통해서만 접했던 북한에서 2년 동안 살았던 외국인의 눈에 비친 북한 주민들은 해리포터를 좋아하고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한국 가요도 들어본 적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미국, 한국 등 국제사회와 관계가 변할 때마다 평양 시내의 분위기 역시 심한 부침을 겪어야 했지만 미사일이 발사돼 전세계가 떠들썩할 때도 주민들의 일상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 동안 북한에 머물렀던 린지 밀러 씨의 평양 체류기, 오늘은 두번째 순서로 평양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천소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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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북한 학생들 

[린지 밀러] 제가 만난 북한 주민들은 외국 역사, 뉴스에 대해 잘 알고 있었어요. 아마  대학에서 영어를 배우며 문화와 역사를 함께 배우니 그 때 배우지 않았을까요?

밀러 씨가 평양에서 만난 많은 북한 주민들은 놀랍게도 영어에 꽤 능통했고,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반적인 뉴스를 알고 있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학생들은 영국 소설을 원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판타지 영화 ‘해리포터도 알고 있었습니다.

[린지 밀러]종종 학생들이 지나가며 저를 향해 헬로라고 외치고 해리 포터라고 부르거나 해리포터를 좋아해라고 하는 등 굉장히 친절했어요.

평양에서 외국 제품을 찾기도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린지 밀러] 북한에서 많은 외국 제품을 팔아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우크라이나의 유제품, 러시아 그리고 중국 제품, 영국 초콜릿과 물건들, 프랑스 와인, 불가리아 와인, 독일 물건들 등 많은 외국 제품들을 봤습니다. 중국 제품들은 대부분 품질이 안 좋았고 일본 제품들이 좋은 편이었고 흔했습니다. 비누, 크림, 스킨케어 혹은 헤어케어 제품들은 평양에서 굉장히 흔했고 많은 사람들이 찾았죠. 

외국 제품만을 모아놓고 파는 상점도 있었고, 외제 이동식저장장치(USB), 무선 이어폰,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 등이 많이 팔리는 듯했습니다.

 

통역사 통해서만 전화통화 가능

[기자] 인터넷 혹은 휴대전화 사용은 어땠나요?

[린지 밀러] 외부 휴대전화는 사용이 불가능했어요. 영국에서 쓰던 휴대전화기는 완전히 막혔죠. 북한 휴대전화가 있었지만 다른 외국인들과 연락할 때만 사용할 수 있었고, 제가 북한 사람에게 전화하는 건 불가능했어요. 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통역사를 통해 하는 거였어요. 예를 들어, 만약 한국어 수업을 예약하고 싶으면 선생님에게 바로 전화하거나 이메일을 보낼 수 없었습니다. 통역사에게 전화를 해야했고, 통역사가 선생님에게 전화를 하고, 통역사가 저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죠. 매우 길죠?

외국 공관에서 제공하는 인터넷을 썼고 일부 외국인들은 북한 인트라넷을 쓰기도 했는데, 대부분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습니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는 간단한 웹서핑조차 시간이 오래 걸렸고, 주문해도 물건이 도착하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물론 대사관이나 공관에서는 무선 와이파이도 설치돼 있었지만 외국인들이 쓰는 와이파이에는 북한 주민들은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린지 밀러] 외국 기관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들은 (외국) 와이파이를 쓸 수 있었는데, 그들은 북한 당국의 신뢰를 받는 엘리트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었죠. 제가 예측하기엔 외국인들이 쓰는 와이파이를 쓸 수 있을 정도로 (체제 내에서) 신뢰를 받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불편한 점은 많았지만 그녀가 겪었던 대부분의 불편함은 북한 주민들이 매일 경험하는 것들에 비해 정말 사소해 보여 미안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영국에서 살 때에 비해 불편했지만 그녀에게 북한에서의 경험이 매우 소중하고 특별했던 이유 중 하납니다.

 

케이팝을 모른척한 북한 관객들

[기자] 혹시 한국 제품을 본 적 있나요?

[린지 밀러] 한국 제품을 본 기억은 없지만,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북한에서는 가끔 모든 것이 가능하곤 하죠. 제가 한국 제품들을 보진 못했지만 그것이 그들이 한국 제품을 팔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진 않겠죠. 제가 그냥 보지 못한거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모두 알지 않습니까, 북한 법에 어긋나고 위험에 처할 수 있어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한국 드라마를 보고있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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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열린 ‘봄이 온다’ 콘서트에서 남북한 가수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 (2018년 4월) / 사진제공 – 린지 밀러 (Lindsey Miller)

이듬해인 2018년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면서 남북관계가 훈훈해졌습니다. 그 해 4월에는 봄이 온다는 제목으로 평양에서 한국 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그 역시 평양 시민들 틈 속에서 직접 케이팝으로 불리는 한국 대중음악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린지 밀러] 그때 레드벨벳이 왔는데, 북한의 가수들과 같이 노래를 불렀어요,… (그 공연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공연장에서 얼마나 많은 북한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들어봤을까하고요. 아주 큰 가능성이 있겠죠?  일부는 그 노래를 들어봤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들은 (아는 노래라는) 반응을 보일 수 없었겠죠. 마치 그들이 그 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요. 물론 그들은 미동없이 가만히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 관객들 중 누군가는 그 노래를 들어봤을 가능성은 매우 컸죠.

 

평양에서 발생한 사재기

[기자] 현재 북한 상황은 어떤가요? 국경이 닫히며 많은 외국인들도 떠났다고 들었습니다.

[린지 밀러] 국경이 닫혔을 때, 많은 외국 기관들이 평양을 떠나기로 결정했죠. 하지만 일부 외국인들은 여전히 북한에 남아 있어요. 여러 기관의 직원들은 아직도 거기에 있어요. 예전에 비하면 적은 수이지만 아직 북한에 있는 외국인이 있어요.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예방 조처로 지난해 초부터 강력한 국경봉쇄 정책을 펼치면서 주민들은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북한에서도 사재기가 발생하는 등 충격이 컸다고 당시 북한에 남아있던 지인은 그녀에게 전했습니다.

[린지 밀러] 사재기(panic buying)가 많았다고 들었어요. 다른 세계 곳곳과 마찬가지로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생필품을) 쌓아 놓길 원하죠. 걱정되잖아요. 국경이 닫히면 어디서 그 물건을 구할까 하구요. 그래서 평양에서도 사재기가 일어났다고 들었어요. 사치품을 포함해 식료품 등에서 사재기 현상이 벌어진 거죠. 전 세계가 이를 겪지 않았나요? 또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물론 최근 당대회는 예외로 보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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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 북한 주민이 공터에 앉아있는 모습 (좌, 2019년 1월) 무더위 속 농촌의 모습 (우, 2018년 5월) / 사진 제공 - 린지 밀러 (Lindsey Miller)

 

평양에서 겪은 미북 정상회담

그녀는 시아버지께 선물로 받은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게 취미입니다.

그녀가 찍은 사진 속에는 사소하고 작지만 북한 주민의 일상이 변화해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린지 밀러] (북한에 도착한 뒤로) 모든 것이 신기하고 매혹적이어서 카메라를 제가 가는 모든 곳에 들고 다니기 시작했죠. 그러다 제가 찍은 사진들에서 미묘한 변화들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머리 스타일, 패션 혹은 평양의 빌딩 등이 2년 동안 얼마나 변했는지, 얼마나 새로운 건물이 생겼는지 등이죠.

그녀가 북한에서 지낸 2년 동안, 북미관계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처음 북한에 도착했을 무렵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한창 강화됐을 땐 대규모 군중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린지 밀러] 많은 사람들이 제재 조치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을 향한 시위를 하는 것을 본 적 있어요.

이듬해인 2018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있었고 그 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평양에서 지켜본 미국과 북한 정상 간 만남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린지 밀러]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정말 흥미로웠어요. 2018년은 비교적 따뜻하게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평창올림픽으로 긴장감이 완화됐고 정말 낙관적인 분위기를 느꼈죠. 제가 이야기 해본 북한 주민들도 비슷한 느낌이라고 했어요. 정상회담이 진행 됐을 때, 모든 신문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을 대서특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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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양 아리랑 공연에서 참가자들이 통일기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 (좌, 2018년 10월) 아리랑 공연에서 참가자들이 남북한의 협력을 강조하는 글귀를 카드로 만들고 있는 모습 (우, 2018년 10월) / 사진제공 – 린지 밀러 (Lindsey Miller)

북미, 남북 간 관계의 변화는 매년 여름 즈음 열렸던 집단체조인 아리랑 공연에서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린지 밀러] 아리랑 공연에서 2018년의 메세지는 남한과의 관계, 우정, 통일에 관한 것이었어요. 남북한의 우정에 관한 메시지였죠. 그런데 2019년 공연에서는 북중관계와 경제를 강조했죠. 2019년에는 우리는 하나같은 메세지는 찾아 볼 수가 없었어요. 정말 흥미로웠죠.

 

미사일 발사에도 평양의 일상은 그대로

[기자] 미국과 북한 간 관계에 따라 북한 내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린지 밀러] 주민들은 제재에 대해서 걱정을 했지만 북한에서의 생활은 평소처럼 흘러갔어요. 저는 이 부분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북한에서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나도 외교적 변화가 있어도 북한에서의 일상생활은 언제나와 다름 없이 흘러갔어요.  

하루는, 미사일이 발사됐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일을 가고 일상생활을 이어 나갔습니다. 마치 그들에게는 언제나처럼 익숙한 같은 날인 듯했습니다. 전 세계 언론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속보로 전하는 상황과 묘한 대비를 이뤘습니다.

[린지 밀러] 정말 이상했어요. 그래서 제재의 효과를 따져본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제재가 효과적인지 잘 모르겠어요. 정말 일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일부분의 의견만 들은 거지만, 그 시간의 평양은 정말 평소와 같았어요.

미북 간 화해, 제재, 미사일 등을 뒤로 한 채 북한 주민들은 그저 묵묵히 그들의 오늘을 살아갈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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