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국경서 엿본 북한의 속살] ④ “남북경색땐 돌던지는 아이도”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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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국경서 엿본 북한의 속살] ④ “남북경색땐 돌던지는 아이도” 북중 국경지역에서 평양까지의 거리를 표시하는 안내 표지판과 북한 시민.
사진제공 – <평양 882.6km>

앵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북중 국경을 담은 사진에 딱 맞는 말인 듯합니다. 화려한 평양과 대비되는 황량한 국경지역 사진은 그 자체로 북한 당국이 애써 감추고 싶었던 현실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삶을 제대로 보려면 사진 너머 그들의 삶을 옥죄온 사상과 정치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북중 국경지역을 돌며 매년 북한 주민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아온 한국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의 강동완 교수는 북한의 숨겨진 속살을 사진을 통해 드러내 보이려 애쓰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특별기획 북중 국경서 엿본 북한의 속살’,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강동완 교수와 북한 바로보기 작업의 의미를 천소람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한 장의 사진이지만 모두에게 의미는 달라

강동완 교수는 매년 북중 국경을 찾아 국경 너머 북한의 모습을 사진에 담은 뒤 이를 묶어 책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자랑하는 평양의 화려한 모습뿐 아니라 힘겹게 살아가는 주민들이 주인공인 진짜 북한의 모습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해 발간한 책, ‘평양 882.6km’ 20194월부터 11월에 걸쳐 북중 국경지역에서 촬영한 북한의 모습, 특히 고단한 북한 주민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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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 한국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 / RFA photo

[기자] 우선 이번에 출간하신 책 제목, 평양 882.6km 의 의미가 궁금하군요.

[강동완 교수] 우리는 이를 단순히 (평양까지) 거리를 표시하는 거리의 도로 안내 표지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북한에서 평양은 전혀 다른 의미죠. 이 군인이 평양 882.6km라는 표지판을 보면서 늘 평양에 있는 김정은을 생각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북한 군가 중에 이런 노래가 있거든요. 여기서 평양은 얼마 인데, 그 언제 떠나셨을까.. 현지 지도를 떠나는 원수님을 생각하면서 늘 최전방에서 근무한다는 것이 북한 군인의 생각인데, 평양 882.6km는 단순히 거리가 아닌 최고 지도자를 기다리는 군인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죠. 과연 군인이 표현하는 마음, ‘평양은 군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라는 궁금증을 갖고 이 사진집을 발간하게 됐고요. 무엇보다 평양이 아닌 다른 지역 주민의 삶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기자] 촬영한 사진을 탈북민과 공유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는 사진을 통해 가족의 모습이라도 찾아볼 수 있을까 하는 그리움을 나타내는 탈북민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강동완 교수] 제가 (설날과 추석같은) 명절에는 항상 북중 국경에 가서 사진을 담습니다. 왜냐하면 추석날에 바라보는 북한의 모습들을, 고향의 모습들을 탈북민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똑같이 보이는 장면이지만, 추석날 아침에 과연 고향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마음을 안고 산 위에 올라가서 그 추석날 아침의 모습들을 담고, 탈북민들에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우리는 사진을 보면 이 사진이 구도가 어떻고 색감이 어떻고 이런걸 주로 보고 남한 사람들은 북한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신기해 하는 정도지만, 북한 출신 사람들은 그 사진을 보면서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혹시나 그 사진 속에 자신들의 가족이 있지 않을까 라는 그런 마음으로 쳐다보는 거죠. 그래서 같은 한 장의 사진이라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남북 관계 따라 북한주민의 반응도 달라

북한은 김정은 집권 뒤 유독 건축물을 강조합니다. 우리식의 멋쟁이 건축물이라고 해서 문수물놀이장, 평양 제1백화점, 미래과학자거리 등 많은 건축물들을 뽐내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평양의 화려한 건물이 북한의 실제 모습을 대변하진 않습니다.

북경지역에서는 한 동이의 물을 구하기 위해 우물에서 물을 기어가기도 하고, 수백 미터를 걸어 나와 강변에서 빨래를 하며, 사람이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굉장히 낡은 집 또한 존재합니다.

크기가 큰 대포 렌즈를 갖고 다니며 몰래 촬영 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600mm망원렌즈가 장착된 니콘 D850 카메라를 잡는 건 쉽게 접하는 평양의 모습뿐 아니라 국경지역의 북한 주민들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기자] 사진 촬영을 하면서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강동완 교수] 자주 다니다 보니까  중국의 어느 지점에 그 초소가, 검문소가 있는지를 알 수가 있었거든요. 중국에는 특히 북중국경의 도로 상황에 많은 검문소가 있습니다. 그래서 엄격하게 여권 검사를 하고, 심지어는 오늘 묵게 될 숙박지가 어딘지 확인을 하고 숙소에 전화를 걸어서 정말 이 사람이 예약 된 것이 맞느냐 까지 엄격히 검문을 하기 때문에, 그 검문소에서  카메라를 숨기고 또 메모리 카드를 숨기는 그런 작업들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강 폭에 따라 거리는 천차만별 이지만 북중 국경의 거리는 약 1700km 입니다. 달려가면 금방이라도 닿을 듯한 거리, 좁은 강폭에서는 강 반대편 북한 주민들의 모습도 목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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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인의 모습 / 사진제공 – <평양 882.6km>

[기자] 사진에는 국경 너머 북한 주민이 카메라를 응시하는 듯한 모습도 눈에 띕니다. 마치 사진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한데요, 그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강동완 교수] 그 강 폭에 따라서도 북한과 굉장히 가까운 지역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한걸음에 달려가면 금방이라도 강을 건널 것 처럼, 그게 강인가 할 정도로 굉장히 좁은 지역이 있거든요. 그런 곳은 제가 사용하고 있는 렌즈가 워낙 크다 보니까 강 반대편 북한 주민들도 충분히 볼 수가 있고 특히 북한 군인들은 초소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제가 그 카메라를 찍고 있는 장면을 볼 수가 있죠. 그렇기 때문에 카메라를 응시 하기도 하는데, 뭐 굉장히 재미있는 반응 들입니다. 어떤 군인은 총을 겨누기도하고, 어떤 군인은 손을 흔들어 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남북 관계에 따라서 북한 주민의 반응이 굉장히 새롭습니다.  

예를 들면, 2019년 초반기에 남북관계가 굉장히 좋았다 라고 할 때는 북한주민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손을 흔들면 북한 주민도 함께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 확인할 수 있고, 심지어 하트를 그려주는 북한 주민들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남북관계가 굉장히 경색되고 어떤 군사적인 조치가 있을 때는 북한 주민들은 여지없이 한국말을 쓰는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보입니다. ‘안녕하세요라고 하면 아이들 조차도 돌을 던지면서 욕을 하고 있는 그런 장면들 더 확인 할 수가 있거든요. 때문에 어디 북중 국경에서 펼쳐지고 있는 북한 주민들과의 그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바로 이 카메라에 담길 수가 있는 거죠

 

거리의 의미

평양에서 중국의 단동까지의 거리는 161km 입니다. 서울에서 강릉은 168km, 서울에서 강릉 가는 거리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 접근성의 차이가 분단의 격차를 말해줍니다.

북중 국경 마을인 양강도 혜산시가 고향인 탈북여성 김혜영 씨 (신변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는 이 거리의 괴리감을 짚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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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단동으로 가는 열차 안, 북한 주민이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 사진제공 – <평양 882.6km>

[김혜영 씨] 우리는 탈 수가 없어요. 이것을 타려면 여권이 있어야 해요. 국제열차이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여권을 가진 사람이 없어요. 평양에 있는, 중국 친척이 있는 사람이 사사여행자로 승인을 받고 중국으로 들어간다. 그럼 여권을 줘요. 그럼 사람들 몇몇이 탈 수 있을 거라 보이고, 무역을 하는 사람, 무역하는 북한 사람, 보위부 사람들, 단기 여권을 가지고 타고 들어가는 거죠.

[기자]  말씀을 듣다 보니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는 북한이라는 체제의 특수성과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보편적 사실이 묘하게 맞물리는 것 같습니다.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또 직접 북한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낸 작가로서 지금 현재 북한의 모습, 한 마디로 어떻게 정의 내리실 수 있을까요?

[강동완 교수] 사진을 찍는다 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사진은 어떻게 보면 사실과 진실 사이의 어떠한 고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사진을 찍는 사람이 의도가 분명히 담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북녘에 살아가고 있는 삶의 모습을 그대로 전하고자하는 의도를 갖고 사진을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일부 언론을 통해서 보여지고 있는 평양에 모습들, 그것만 가지고 지금의 북한 주민들을 살아가고 있는 삶을 전체를 재단해서는 안되겠다 라는 생각도 합니다.

사진 너머에 투영된, 자유와 인권을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야 하는 북한 주민들의 고단한 삶은 국경 너머에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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