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북, 고난의행군 재선언 ②미국 향한 엄포 속 대화 여지도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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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북, 고난의행군 재선언 ②미국 향한 엄포 속 대화 여지도 중국 랴오닝성 단둥 외곽에서 바라본 북한 국경지역에서 한 주민이 강둑을 걸어가고 있다.
AP

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더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언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긴급진단, , 고난의 행군 선언,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북한 최고 지도자의 ‘고난의 행군’ 발언이 국내외적으로 어떤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 천소람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고난의 행군단지 현실 반영일 뿐

지난 48일 열린 북한 노동당 세포비서대회 폐막식.

노동당 최말단 책임자들 앞에 선 김정은 총비서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의 비장한 표정 만큼이나 암울했습니다.

[김 정은] 나는 당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하여 각급 당조직들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것을 결심하였습니다.

1990년대 중반 계속된 경제난 속에 제시된 ‘고난의 행군’ 구호가 다시 등장한 겁니다

집권 직후 첫 공식 연설(2012 4)을 통해 내놓은 자신의 약속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김 정은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결심입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말이라면서도 국내외적 의도에 주목합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 한반도 담당 국장은 김정은 총비서의 이번 발언이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을 다독이고자 한 발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제 생각에는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자신이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한 발언이 아닐까요그가 평양 밖 현실은 더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을 주민들이 이해하길 바란 거죠지금 북한의 현 상황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식량난의료 물품 부족 등을 겪고 있을 겁니다북한 주민들의 삶은 전체적으로 좋지 않겠죠평양 밖 시골 지방에는 아사자들도 있을 겁니다그래서 저는 지금 김정은 (총비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가 문제 해결을 당장 할 순 없지만 주민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이해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고난의 행군 발언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미국 중앙정보국 (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도 북한 주민들에게 어려운 현 상황을 상기시켜준 발언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는 “국경봉쇄로 평양이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며 “김정은 총비서는 (물자부족 등체계적 결함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현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일깨워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INR) 동북아분석실장은 김 총비서가 어려운 현 상황을 인정한 걸로 평가했습니다.

[존 메릴] 제 생각엔 단지 현실을 반영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지금 북한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미국의계속되는 제재에 영향도 있을 것이고중국과의 무역도 한동안 멈췄 잖아요지금 조금씩 재개 되고 있지만요기름과 연료는 여전히 부족하고 말이죠그래서 (고난의 행군 발언은단지 현실을 반영하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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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향한 메세지일까? 

‘고난의 행군’ 발언이 미국에 보내는 경고일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문성희 일본 슈칸킨요비(주간 금요일기자는 북한이 미국과 대결을 위해 고난의 행군을 다시 시작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성희] (1990년 대 고난을 행군의 목적 중 하나는바로 핵과 미사일 개발이지요언젠가 노동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시 인민들에게 고난의 행군을 시키면서까지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생각도 있지만 언젠가 인민들도 지금 어째서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는가를 알 게 될 것이다뭐 그런 내용으로 말했다는 그런 기사가 있었어요그러고 보면 “고난의 행군”을 하던 시기인 1998년에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습니다그 뒤에 미사일 개발은 계속되었고 핵개발도 동시에 하고 있었지요.

문 박사는 김 총비서의 ‘더 간고한’ 고난의 행군 역시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문 성희] 북한의 미사일 개발핵 개발 능력은 그 당시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높아졌지요그렇지만 트럼프 정권과 대화에 실패한 뒤현 시점에서 북한 정권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흥미를 안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지금 경제가 어렵고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하는 것은 미국이 우리에게 제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북한 당국이 당연히 하고 있지요그러니까 그런 미국과 맞서기 위한 수단으로 계속 미사일핵 개발이 필요하다는 설명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한국의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도 북한이 미국을 향해 고분고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걸로 평가했습니다.

[권 태진고난의 행군이라는 것은 당장 북미간 대화가 될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일 겁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을 것이고이런 각오를 하라는 것이 고난의 행군일 텐데 (중략),.

권 원장은 다만 대미 협상전략이지 협상을 완전히 깨겠다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권 태진] 고난의 행군은 좀 참자는 이야기이긴 하지만빨리 우리가 먼저 고개를 숙이고 국제사회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그것이 고난의 행군 쪽으로 상황이 실제로 들어갈 때까지 계속 문을 잠그겠다는 뜻은 아닌 것 같아요일종의 주민들에게 다독거리는 이야기이도 하지만외부에 하나의 협상의 전략으로 하는 말이지실질적으로 가능한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도 미국과 대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고난의 행군 발언은)약간의 정치적 의미가 있죠. 북한은 현재 힘든 상황에 놓여있으니 그(김정은)는 아마 핵관련 협상에 조금 열려있다고 미국에게 아주 약간의 신호를 주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겠군요. 그가 이러한 입장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절박한 현 상황을 고려해보면 이렇게 해석도 할 수 있습니다

메릴 전 실장은 한 발 더 나아가 미국이 더 넓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김 총비서의 이번 고난의 행군 발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존 메릴] 제 생각에는 김정은은 만약을 대비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 같습니다미국이 제재를 완화하지 않고 계속 압박을 계속할 경우 북한의 상황을 수 년간 더 안좋게 만들겠죠그래서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고 있는 겁니다그 상황에 대비하라고 말이죠고난의 행군 발언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역시 장기적으로 미국과 소통하길 원한다는 겁니다.

[존 메릴]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아주 느린 협상 재개 움직임에도 대북정책 검토에서 무언가 발전적인 부분이 있길 희망하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억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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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행군 발언대북정책 재검토 영향?

한편 김 총비서의 이번 고난의 행군 공언이 막바지에 이른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와 연관됐을 가능성에 대해 수 김 정책분석관은 불분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 코로나 등의 다른 문제 때문에 북한을 뒷전에 둔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북한을 어떻게 대응할지 김정은 (총비서)의 입장에선 걱정스러울 수도 있지만 넓게 보면 북한은 핵무기 때문에 (협상에서우위를 점하고 있기에 북한이 대북정책검토를 염두에 두고 고난의 행군 발언을 했다고 보긴 힘들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강행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카지아니스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지금 (바이든행정부가 펼치고 싶은 정책들을 고려해 보면 (전략적 인내로회귀하는 것이 단 하나의 선택지가 아닐까 싶습니다미국이 이러한 접근을 한다면 북한은 아마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 실험을 강행하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메릴 전 실장은 따라서 지금은 미국이 균형 잡힌 대북정책을 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존 메릴] 바이든 행정부는 당근과 채찍을 어떻게 활용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우리는 많은 채찍을 가지고 있죠군사력제재강화 등 말이죠하지만 저는 당근은 많이 보지 못한 것 같네요한쪽으로 치우친 대북정책 같습니다우리는 또 한국이 자체적으로 북한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고있죠대북정책검토가 끝난 뒤 조금 더 균형 잡힌 정책을 들고 나오길 바랍니다당근과 채찍을 모두 포함한 정책 말이죠.

미국의 대북정책검토가 막바지에 다다른 시기에 ‘고난의 행군’ 발언을 한 김정은 총비서의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대북정책을 들고 나올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천소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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