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전문가 설문] 바이든 대북정책 ②‘페리 프로세스’ 찬반 ‘팽팽’

워싱턴-노정민, 한덕인 nohj@rfa.org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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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전문가 설문] 바이든  대북정책 ②‘페리 프로세스’ 찬반 ‘팽팽’ 사진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참관하는 모습.
연합

앵커: 미국 행정부의 적극적인 대북 관여, 행동 대 행동에 따른 단계별 비핵화 조치를 담은 ‘페리 프로세스’의 재추진 가능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미국 내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렸습니다.

‘좋은 생각이다’라는 답변과 ‘시기상조다’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는데요. 과거와 달라진 북한의 핵 능력을 고려한 새로운 ‘페리 프로세스’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미국 내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를 대상으로 차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대북 정책과 한미공조 등에 관한 긴급 설문을 진행했는데요.

RFA 신년 특집,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페리 프로세스’에 대한 미 전문가들의 견해를 노정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한국에서 재소환되는 ‘페리 프로세스’

북한 비핵화에 대해 포괄적, 단계별 해결 방안을 담았던 ‘페리 프로세스 (The Perry Process)’.

빌 클린턴 미 행정부 시기였던 1999년 10월, 당시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이 한국, 북한 등 관련국과 협상 끝에 작성한 보고서로써 총 3단계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1단계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 2단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중단, 3단계는 미북, 북일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의 구축으로, 북한이 핵 개발 중단 조치를 이행하면 미국을 포함한 관련국들이 단계적 보상을 하지만, 이를 거부할 경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명문화했습니다.

하지만 곧 미국이 대선 국면에 들어서고, 다음 해 조지 W.부시 행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페리 프로세스’는 폐기됐지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준 상징이 됐습니다.

그로부터 20년 뒤인 2021년 차기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한국 내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대북 관여를 기대하면서 ‘페리 프로세스’를 재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북핵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인식과 바이든 행정부가 실무협상을 앞세운 바텀업(상향식)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행동 대 행동에 따른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페리 프로세스’를 주도했던 페리 전 조정관도 지난해 말(2020년 11월 18일),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과 한 화상 간담회에서 “북한의 핵 능력 진전 등 당시 상황과 많이 변했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은 여전히 유효하다”라며 “한미가 공동으로 진화된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자유아시아방송은 최근(2020년 12월 7일-9일) 미 행정부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에게 ‘페리 프로세스’의 재추진에 대한 견해를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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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이디어”(6명) vs “아직 시기상조” (6명)

최근 한국에서 강조하는 ‘페리 프로세스’ 재추진에 대해 이들의 견해는 엇갈렸습니다. 설문에 응한 13명의 한반도 전문가들 중 6명은 차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으로 ‘페리 프로세스’의 재추진에 긍정적인 기대감을 나타낸 반면, 북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때에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팽팽히 맞섰습니다.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단계적 동시 행동 과정을 통한 비핵화 진전을 모색할 것이라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동결하고 축소한다면 미국은 대북제재 완화, 미북 관계 정상화, 한반도의 평화 구축 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 국장도 미국의 일부 선제적 양보 이후 ‘페리 프로세스’ 과정이 뒤따른다면 이 전략이 통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으며, 프랭크 엄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페리 프로세스’는 이미 북한을 비롯한 관련국들의 입장을 고려한 대북 정책의 검토였다며 지금도 각국의 견해가 매우 명확하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이 전략을 재검토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치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 한반도 담당 국장은 30년 넘게 정체돼 있던 북한에 대한 목표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페리 프로세스’가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패트리샤 김 평화연구소 선임정책분석관은 미국 내에서 즉각적인 북한의 비핵화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핵, 미사일에 대한 동결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페리 프로세스’처럼 단계적이고 상호호혜적인 조치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에서 ‘페리 프로세스’를 재추진한다 해도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이끌어낼 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전문가도 많았습니다.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단계별 접근법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앞서 많은 합의를 어겨 왔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뢰성이 증명되기 전까지 ‘페리 프로세스’의 재추진을 고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고, 랜드 연구소의 수 김 정책분석관도 북한이 ‘페리 프로세스’의 3단계를 충실히 이행할지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완전한 비핵화보다 남북관계 개선 등이 우선시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결국, 핵무기 감소는 북한이 얼마나 책임 의식을 갖고 단계별 이행을 잘 따를지에 달려있다는 겁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란틱카운슬 선임연구원도 ‘페리 프로세스’를 재추진하기 전에 북한과 진지한 협상이 가능한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라고 꼬집었습니다.

[로버트 매닝] ‘페리 프로세스’라는 과정은 통제되기 어려운 상황을 조정한다는 개념에서 나온 것인데, 지금은 조율할 것이 아무것도 없을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첫 번째 단계는 진지한 협상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북한과 대화가 탄력을 받는 상황이 온다면, 대통령이 임명한 특사가 관련 국가와 기관에 대한 조정에 나서는 것이 이치에 맞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아직 먼 상황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관여를 모색하고, 점진적인 비핵화와 장기적 군비 통제 접근법 등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정작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와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에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으며 켄 고스 국장은 ‘페리 프로세스’가 좋은 생각이지만, 의회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제로 이 전략을 택할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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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능력 향상된 북한, 호응하지 않을 경우도 염두에 둬야

‘페리 프로세스’의 재추진이 주목받는 가장 이유 중 하나는 바이든 행정부가 취할 가능성이 큰 바텀업 방식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는 대신 대북정책조정관 제도를 도입해 미북 관계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핵, 미사일 능력이 발전하지 않았던 20년 전과 지금의 북한은 다르기 때문에 단계별 접근 방식과 상응 조치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문이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페리 전 조정관도 최근(11월 18일) 이인영 장관과 한 회담에서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나타냈습니다.

이 때문에 더 발전된 ‘페리 프로세스 2.0’의 도입을 제안한 정세현 한국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은 최근(2020년 12월 1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차기 바이든 행정부가 무조건 협상의 문턱만 높이기보다는 20년 전보다 더 큰 상응 조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세현 수석 부의장] 차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하노이 회담처럼 자꾸 협상의 문턱을 높이기보다는 20년 전과 완전히 달라진 북한인 만큼, 대가도 20년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줄 준비가 돼 있다면 북핵 문제는 해결됩니다. 대가는 북한이 말하는 셈법, 즉 단계적 동시 행동으로 주고받으면서 마지막 단계에서는 미북 수교와 평화협정에 합의하는 대신 북한의 핵과 ICBM을 내려놓게 하라는 겁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페리 프로세스’가 명시한 것처럼 만약 북한이 단계별 비핵화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다른 길 (The Second path) ’에 대해서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페리 프로세스’가 제시한 ‘밝은 길 (bright path)’과 함께 ‘어두운 길(dark path)’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단계별 비핵화 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 이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른 조치를 위할 것이란 강경한 내용도 ‘페리 프로세스’에 포함돼 있다는 겁니다.

차기 바이든 행정부가 ‘페리 프로세스’를 재추진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 방안이 미국의 적극적인 대북 관여, 행동 대 행동에 따른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담고 있지만, 재추진 이후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경우 한미 양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또 20년 전과 달리 6번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 등 한층 발전된 핵 능력을 보유한 북한을 상대로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페리 프로세스’가 나올지도 지켜볼 대목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설문에 응한 미 전직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 (무순)]

1.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
2. 토머스 컨트리맨 (미 국무부 군축 국제안보 차관 대행)
3. 프랭크 엄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4.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 국장)
5.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 한반도 담당 국장)
6. 진 리 (우드로우윌슨센터 한국역사 공공정책 국장)
7. 수 김 (랜드 연구소 정책분석관)
8.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9.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10.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 담당 선임연구원)
11. 패트리샤 김 (평화연구소 선임정책분석관)
12.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13. 로버트 매닝 (애틀란틱카운슬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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