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전문가 설문] 바이든 대북정책 전망 ⑤ “일부 제재완화 고려해 볼 만”

워싱턴-한덕인, 천소람 hand@rfa.org
202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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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전문가 설문] 바이든 대북정책 전망 ⑤ “일부 제재완화 고려해 볼 만” 사진은 2019년 3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일부, 연합뉴스 후원으로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 사진전 모습.
연합

앵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조 바이든 차기 미국 대통령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길 바라고 있을 거라고 미국의 전직 정보분야 고위 관리가 전망했습니다. 존 메릴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동북아분석실장은 지금 가장 시급한 현안은 북한의 무장해제가 아니라며 미국의 대북 관여가 이어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차기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 아래서 시도되지 않은 대북정책에 열려 있는 입장이라며 한국이 대북 인도적지원이나 일부 제재완화를 미국과 논의 아래 추진하려 한다면 이를 굳이 반대할 가능성은 작다고 덧붙였습니다.

RFA 신년 특집,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오늘은 다섯 번째 시간으로 한덕인 기자가 존 메릴 박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존 메릴 박사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차기 바이든 정권은 북한 외에도 우선순위 문제가 많지만 문재인 한국 정부는 임기가 1년 반도 채 남은 상황입니다. 현 상황을 먼저 정리해 주시죠.

[존 메릴] 단기적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너무 야심만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라면 문 대통령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기 위해 독자적 조치를 취하는 것을 고려해 보는 것을 제안하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북한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면 유엔을 통해서 하는 것도 꽤 빠르게 추진될 방법입니다. (미국의 관점에선) 일단 북한이 동의하면 그것은 특별히 논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최대압박’ 정책이 큰 신뢰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이 그 선을 따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봅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도 국내에서 많은 압박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보다 더 야심찬 제안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어떤 움직임도 국내 정치적 책략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인도주의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의 재개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인다면 매우 좋은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그건 워싱턴에서도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안일 것이라 예상됩니다.

기자: 한국의 한반도 종전선언 추진을 지원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존 메릴] 지금 종전선언을 왜 추진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제가 보는 관점에선 과시용(showboating)입니다. 어쩌면 제가 너무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말이야 쉽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무엇을 할 것이란 말인가요. 앞서 드린 말씀의 연장 선상에서 제가 생각하는,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은 정상적인 일부 상업적 제품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결심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그것을 분명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인 상황이라면 그것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 큰 충돌을 일으킬 사안일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여전히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노선입니다. 다만 제재를 완화하는 데 있어 어떤 종류의 상품에 대한 것인지 정하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 민주당 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실패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에 대해서도 워싱턴의 수용적인 반응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주의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그 일선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앞서 조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의 인권 탄압에 대한 압박을 가중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게 된다면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 문제에 관한 중국의 협력은 얻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의 분석도 있습니다. 이에 동의하십니까?

[존 메릴] 저는 이 주장에 동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중국은 자국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북한 정권의 붕괴를 막고 지역의 안정을 유지해 나가는 것에 관심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바이든 정부에 대한 중국의 분노가 그 길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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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차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보좌관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20209) 바이든 정부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또는 예고되지 않은 어떠한 미사일 발사 도발도 규제해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설리번 내정자가 한 말을 참고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낮은 수위의 도발로 여겼던 도발에도 바이든 정부는 대응할 가능성이 있는 듯한데요, 이러한 기조가 앞으로 미북 간 협상의 재개 가능성을 더 낮추지는 않을까요

[존 메릴] 물론입니다. 당시 설리번 내정자가 세부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그렇게 밝힌 것 같진 않습니다만,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은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 봅니다. 제가 보기엔 여기서 설리번 내정자의 발언 의도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효율적이지 않았다는 주장인 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에도 특히 민주당 외교 인사들 사이에선 ‘전부 또는 전무’ 식의 대북정책보단 단계적인 접근법이 낫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이것은 북한 문제의 한 측면에 대한 작은 합의일 수도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도 단계적인 접근법에 열려 있다는 얘기 역시 없지 않으며, 워싱턴에서는 북한과 관련해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식이 계속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라 봅니다. 일단 북한과 어떤 작은 합의라도 얻을 수 있다면 우선은 그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인식 말이죠.

기자: 차기 바이든 미 정부가 북한에 군사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존 메릴] 사람들이 무엇을 우려하는지 이해합니다. 하지만 향후 북한 때문에 누군가가 목숨을 잃거나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가능성은 작다고 봅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워싱턴 외교 정책 기관에서 실제로 오랜 기간 동안 지낸 인물이며, 작은 실수 하나로 자신의 위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잘 압니다. 그는 그가 잡은 인생의 마지막 기회인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길 원할 것이고, 그래서 이 시점에 바이든이 어떤 자극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은 그의 정치적 이익에 반하는 사안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토니 블링컨 내정자가 쓴 글을 다시 읽고 있었는데, 내용이 나쁘지 않습니다. 또 리선권 북한 외무상은 지금까지 대미 정책에서 많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 있고 최선희 제1부상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입니다. 최 제1부상은 제가 앞서 실제로 만나본 적이 있는데, 제가 기억하는 최 제1부상은 자신만만하고 늠름하면서도(tough cookie)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이 김 위원장을 “깡패”라 부르거나 다소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자극적인 비난을 자제한다면 미국과 새로운 것을 착수하는 데 대해 북한이 수용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 괜찮을 겁니다. 북한 역시 바이든 정부와 새로운 시작을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최선희 제1부상을 직접 만나 보셨다고 하셨는데 그가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말하신 배경은 무엇인가요?

[존 메릴] 저는 앞서 최 제1부상을 여러 번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특히 과거 스탠퍼드 대학이 핵 정책과 관련해 개최한 행사 하나가 기억에 많이 남는데, 당시 저는 워싱턴에서 캘리포니아주로 행사에 초대받았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을 벗어나 다른 인근 장소에서 이틀 정도 회의를 했었는데, 당시 최 제1부상도 그 회의에 참여했고, 그가 데려온 다른 북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아주 많은 사안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었고 전체적으로 매우 좋은 회의였습니다. 얘기를 나눠보니 최 제1부상이 꽉 막힌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최 제1부상과도 새로운 시작을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제가 완전히 틀릴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이루어지거나 북한이 향후 취하는 움직임에 따라 이런 부분은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가 여전히 희망을 가져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대북정책특별대표직을 겸하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과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한 실무단 측이 비핵화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또 그의 협상 상대인 최선희 제1부상과의 접촉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묵묵부답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하는데요. 최 제1부상이 김 위원장을 대리해 비핵화 협상에서 무언가를 승인할 권한이 있는 인물이라 보십니까?

[존 메릴] 분명 최선희 제1부상은 의사 전달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 부상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 제가 주목하는 사안은 최 제1부상이 얼마나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과 가까울지 인데요. 비록 이건 제 추측이지만 리선권 외무상은 그렇지 않은 반면 최선희 제1부상은 김여정 제1부부장과 가까운 관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일단 두 사람 모두 여성이라는 공감대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여튼 최 제1부상에 대해 제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는 현 북한 정권의 의사 결정 체제의 최고 수준에 연결된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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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앞으로의 한미일 3 국 간의 삼자 협력의 미래는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바이든 행정부가 자리를 잡으면 1999년부터 시작된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그룹(TCOG)과 같은 삼자 협력체가 발족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는데요.

[존 메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전 저희가 최선희 제1부상의 영향력에 관해 얘기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의사결정 체제는 보통 하향식(톱다운)이지 않습니까. 따라서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그룹(TCOG)과 같은 다자 협의체는 아마 비핵화에 관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제한이 있을 겁니다. 아마 기존에 마무리 단계에 있던 것들을 시행하려 할 것이라 보이고, 안정적인 하나의 협력체가 생길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지그리드 해커 박사도 제가 말한 그 스탠퍼드 회의에 참석했고 그도 최선희 제1부상을 알고 있습니다. 해커 박사는 북한이 당시 50-60개 가량의 핵무기가 있을 것이고, 그들은 더 생산할 능력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런 북한의 핵무기 생산 문제는 우리가 협상에 이르지 않는다면 상한선이 없겠죠. 지금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의 핵무기가 더더욱 많아질수록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고, 그 문제들로 인해 한반도 주변국들이 즉각 반응하게 되지 않습니까. 만약에 북한이 이러한 핵 프로그램을 계속 무분별하게 확장해 간다면,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러한 핵문제들이 이미 혹은 미래에 논의할 요소가 되겠죠. 지금 현시점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한의 무장해제, 혹은 분해보다는 그들을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겁니다. 이런 것이 결국에는 목표가 될 겁니다. 북한을 제재하려고 함과 동시에 점차 조금씩 물러나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인생에 공짜는 없지 않습니까. 우리도 북한에 무언가를 되돌려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북한이 긍정적인 의사를 비친다면 인도주의적 지원의 재개 또는 제재조치 완화 등, 직접적으로 군사력 또는 핵과 관련되지 않은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봅니다.

기자: 최근 한국에서 추진된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외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서 미국 의회는 물론 유엔인권사무소도 대북 전단을 북한에 보내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 보장된 활동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대북전단금지법의 추진이 계속된다면 한미 간 간극이 초래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존 메릴] 물론 제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해당 문제가 한미 간의 갈등을 초래할 사안이 될 가능성은 작다고 봅니다. 요점은 한국이 혹시라도 북한의 군사적 반응을 이끌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일종의 도발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겁니다. 북한을 그런 식으로 직접적으로 도발하지 않고 외부정보를 북한 주민들에 전하는 다른 방법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북전단을 보내는 데 딱히 반대하는 입장은 아닙니다만, 애초부터 조금 다른 방법으로 다뤄질 수 있었다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북전단을 날리는 것이 핵무기가 있는 북한 땅에 닿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게 되는 계기가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특히 국경 지역에 사는 한국 시민들은 대북전단에 큰 반감을 가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혹시라도 만약에 손을 쓸 수 없는 상항이 발생한다면, 그들은 그들에게 어떠한 것이 일어날지 이미 알고 있을 테니 말이죠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차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때의 미북 간 양자회담 구도를 이어가는 게 낫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과거 6자회담 식의 다자차원의 문제로 전환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보십니까?

[존 메릴] 상향식, 하향식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이상적으로는 다자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더 나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북한과의 외교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놀랄만한 진전을 이룬 건 사실입니다. 비록 끝내 결실을 얻지 못했지만 그건 그의 내각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북한 문제에선 비건 부장관 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따로 의지할 뚜렷한 인물이 없었던 게 사실이고 그 외에는 많은 지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대하는 방식을 막고 나섰습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충분한 내부적인 지지가 있고, 꾸준한 노력을 쏟을 여력이 있었다면, 더 많은 성과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에 일대일로 접근하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노선입니다. 반면 다자간 마련된 기반을 통한 접근방식도 매우 큰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잠재적인 수단을 보유한 중국과 일본을 포함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한국에도 더 유리한 입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두 가지 노선 중 어떤 방법을 택하더라도 하나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보지만, 꼭 이 중 양자택일해야 하는 사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궁극적으로 두 가지 노선이 각각 제공할 수 있는 장점들이 혼합된 정책을 펼치는 게 이상적일 거라 봅니다.

기자: 네 존 메릴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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