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고스 “리선권 발탁 대미 강경 메시지”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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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2018년 4월 1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선권(뒷줄 왼쪽).
사진은 지난 2018년 4월 1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선권(뒷줄 왼쪽).
사진-연합뉴스

앵커: 북한이 최근 외무상에 대남 강경파인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새로 임명한 것과 관련해 외교 경험이 없는 군 출신의 간부를 앞세워 대미 강경 입장을 분명히 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한덕인 기자가 북한 지도부 연구의 전문가인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최근 북한이 리용호 외무상을 대남 강경파인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으로 교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리선권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평양을 찾은 한국 출신 기업인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발언을 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리영호에서 리선권으로의 인사 교체가 미북 비핵화 협상과 북한의 대외 정책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시는가요?

켄 고스(Ken Gause)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
켄 고스(Ken Gause)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 Photo: CNA

고스 국장: 리선권은 꽤 잘 알려진 인물이죠. 남북 군사실무회담 대표와 남북 고위급 회담 북측 단장 등을 지내기도 했었죠. 또 리선권은 전임인 리용호가 했던 것보다 더 강경하고 적극적인 의사를 피력할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리용호는 외교에 더 가까웠던 인물이라 할 수 있었는데, 리선권의 임명 소식은 현재 교착된 미북관계를 고려하면 다소 이해되는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위험에 대비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 리선권은 리용호보다 더욱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내며 북한의 외교를 대표하는 인물로 내세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변화는 북한이 앞서 전원회의 보고에서 추구하겠다고 시사한 대미 강경 노선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고스 국장: 네. 북한이 전원회의 보고에서 밝힌 방향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리선권이 김정은에게 더 가깝다 할 수 있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보다 강력한 인물이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저는 그가 향후 미국에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고 북한의 외교를 대표하는 새로운 얼굴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임명됐다고 봅니다.

만약 미국이 협상테이블에 무언가를 올려놓고 북한과 진중하게 협상할 의사를 밝힌다면 과연 리선권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선희나 김명길 같은 외교에 많은 경험이 있는 사람을 내세우고 뒤에서 지켜볼 것인지, 아니면 두각을 드러내는 역할을 맡을지 말이죠.

-리선권은 외교가 전문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요, 또 영어도 구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선희 부상이 사실상 북한의 외교를 대표하는 얼굴로 떠오를 가능성은 없을까요?

고스 국장: 아니요. 최선희는 전략가 기질을 지닌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협상이 어느 정도 깊이 있게 들어가는지에 따라 그가 합의를 마무리하기 위해 모습을 가끔 드러낼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대화를 하루하루 지속해 나가기 위한 측면에선 김명길 같은 인물이 오히려 스티븐 비건의 대화상대로 더 적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교체로 북한 외무성 내에서도 권력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보시나요?

고스 국장: 아니요. 이 모든 계획은 김정은의 지시로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불만을 드러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리영호 역시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정확히 은퇴했다는 표현을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뒤에서 고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번 교체는 북한이 설정한 강경한 대미 정책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는 게 맞고, 북한이 리용호 시절의 외교 관여를 중시하는 인물들 위주의 노선보다 강경한 노선을 구축하는데 더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북한의 이러한 조치가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고스 국장: 미국과 대화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아무것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두지 않고 있으며, 김정은 역시 탄핵심판과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그와 과연 어떠한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품고 있을 거라 봅니다.

북한이 미국과 장기전에 돌입할 것이란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생각되며, 당분간 미국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영어도 구사하지 않으면서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면 그런 효과가 증폭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최근 주용철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미국이 약속을 존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북한도 더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하지 않게는 약속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밝혔는데요. 유엔이라는 세계무대에서 이러한 입장을 선포한 것은 처음인데요.

고스 국장: 네. 북한이 세계무대에서 이러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입니다. 다만 이러한 입장을 다른 여러 통로를 통해 앞서 공개하기도 했었죠. 이 모든 것이 전략적 의사 전달의 일환이며 미국을 영원히 기다릴 수 없으니 무엇이라도 하라고 전하는 겁니다. 동시에 김정은은 트럼프가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북한이 대미 도발 수위를 올린다면 미국이 분개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과연 김정은이 도발 수위를 올릴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트럼프가 조금 더 나은 상황에 닿을 때까지 기다릴지, 아니면 김정은 자신이 지도부 내부적으로 약속한 사안들을 지키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지 말이죠. 아마 향후 몇 달 안에 더 알게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켄 고스 국장님,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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