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1년…북중국경 현주소] ② 밀수도 막혀 북한상품 품귀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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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1년…북중국경 현주소] ② 밀수도 막혀 북한상품 품귀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압록강철교의 모습.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압록강 철교를 오가는 기차나 차량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RFA Photo

앵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공식 무역 외에 밀수도 꽉 막힌 상황입니다. 압록강에서 배를 통해 암암리에 이뤄지던 밀수도 북한 선박이 아예 운항을 멈추면서 뚝 끊겼습니다

현지 소식통들은 강화된 국경통제 속에 밀수에 대한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습니다.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 현지 기업과 공장에 취업했던 북한 노동자들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 하고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특별기획 ‘봉쇄 1년…북중국경 현주소.’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밀수까지 막혀버린 북중 국경의 현재 모습을 한덕인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압록강에는 중국 배만... 북한 선박 나오지도 못해

중국 단둥시에 머물며 북한을 상대로 무역을 해온 한 대북 사업가(신변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는 더는 할 일이 없어 몇 주 전 단둥을 떠났습니다.

일년 넘게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무역은 물론 밀수마저 전면 중단돼 뾰족한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달 중순께 새해를 맞아 열흘간 북중 국경이 열린다는 소문이 잠시 돌았지만, 결국 국경 문은 굳게 닫힌 채 해를 넘겼습니다.

그래도 밀수는 이뤄지고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 대북사업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압록강에서 중국과 북한의 선박이 오가며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밀수가 암암리에 이뤄지곤 했지만, 지금은 북한에서 아예 배가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단둥 대북사업가] (어떤 움직임도) 없어요. 주문을 받아도 움직이지 못하니까요. 밀수하는 배도 한 척도 못 뜨잖아요. 하나도 못 떠요. 중국 배들은 왔다 갔다 하는데, 북한 쪽에는 대지 못하죠. 지난해 10, 11월에는 공해(압록강)에서 서로 바꿔치기도 하고 그랬단 말이에요. 그런데 저쪽(북한)에서 완전히 금지령을 내린 다음에 공해에도 못 나가요. 중국 배 혼자 나가봤자 소용 있나요? 

중국 연변의 한 대북 소식통도 최근(1 22) 자유아시아방송에 국경지역 사람들이라면 요즘 북중 간 밀수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중국은 물론 북한 당국의 국경 감시가 매우 살벌한데 돈 몇 푼 벌자고 목숨을 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겁니다. 

북중 국경지역의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나 탈북민들도 공식 무역과 함께 밀수가 완전히 중단됐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17)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당국의 엄격한 통제로 육로는 물론 해상을 통한 밀수까지 거의 막힌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에 협조자가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똑같아요. 앞이 잘 안보이는 절망 상황이고, 계속 어려워지기만 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중국과 무역재개만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입국할 수 없고, 밀수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통로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국가 주도의 밀수가 일부 이뤄지긴 하겠지만, 일반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한국의 북한 인권단체 ‘징검다리의 김형수 공동대표도 밀수로 생계를 유지하던 국경지역의 북한 주민들이 가장 빈곤층으로 전락했다고 (1 13)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김형수 공동대표] 예전에는 밀수꾼들이 생활하기가 좋았는데. 지금은 장사를 못 하죠. 밀수꾼들이라는 게 밀수를 해서 살아가는 건데, 지금 밀수를 못하니까 제일 힘들게 살아가는 게 이 밀수꾼들이에요. 밀수하는 사람들이 지금 너무나 어렵다 보니까….

일년 넘게 공식 무역과 밀수마저 중단되면서 중국 단둥시에는 북한 상품에 대한 품귀현상까지 생겼습니다.

단둥의 대북사업가에 따르면 관광객을 대상으로 북한 상품을 판매하던 상점들은 북한 물건이 들어오지 않아 중국산 대체품을 들여 놓아야 했고, 단둥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북한 담배도 요즘은 한 갑도 구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게다가 단둥을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고 상점을 찾는 손님도 없다 보니 국경 지역 상점들의 분위기는 더 썰렁해졌다는 것이 이 대북 사업가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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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고층 아파트의 모습 / RFA photo

중국에 남아 있는 북한 노동자들도 생활고  

단둥의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에 남아 있는 북한 노동자들도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일년 넘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 하고 말 그대로 코로나19 국면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 노동자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은 단둥 시내를 비롯해 뚱강(동항), 콴디에(관전), 펑청(봉성) 등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큰 경제적 타격을 입은 지역입니다.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한 중국 기업과 공장들이 코로나19의 여파로 경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거나 도산한 곳도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은커녕 숙식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도 생기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결국, 북한 노동자들은 다른 일거리를 찾아 외화벌이와 생계를 책임져야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것이 현지 상황입니다

이처럼 북중 무역과 밀수 등이 가장 활발했던 북중 국경의 단둥과 신의주, 장백현과 혜산, 훈춘과 라선 지역 등은 국경 봉쇄 일 년이 지난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지역들이 됐습니다.

특히 북중 간 인적∙물적 교류의 80%가 이뤄지는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는 국경 봉쇄가 미친 경제사회적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식 무역 외에 밀수로 생계를 유지하던 중국과 북한 주민들은 북한의 8차 당 대회가 끝나고 음력설을 앞둔 가운데 북중 국경이 조금씩 완화되기를 고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굳게 닫힌 북중 국경의 문은 언제 다시 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기자: 곧 설인데 언제 다시 국경 문이 열릴지 낌새도 전혀 없는 건가요?

[대북사업가] 없어요. 지난 12월 중순쯤 해서 한 10일쯤 설 쇨 물건을 개통시킨다는 말도 있었는데, 그것도 안 했잖아요. 차 한 대로 못 건너가게 그냥 문 닫고 있었잖아요.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북중국경을 봉쇄한 지 일 년.

국경지역의 북한 주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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