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유엔, 대북제재 강화할 때”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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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투먼의 세관에서 북한 남양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세관 통행증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화물차.
중국 투먼의 세관에서 북한 남양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세관 통행증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화물차.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이 자력갱생을 선언한 가운데 지난해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미친 영향이 명확하지 않다고 미국의 한 제재전문가가 밝혔습니다.

그는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며 몇 가지 방안들을 제안했는데요.

한덕인 기자가 대북제재에 관해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입법 및 통상 담당 선임국장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님. 시간 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선 지난 2019년 한해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 궁금한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트로이 스탠가론(Troy Stangarone)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
트로이 스탠가론(Troy Stangarone)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 사진제공: KEI

트로이 스탠가론: 지난해에는 북한의 대중 수출이 지속해서 감소하는 현상을 목격했습니다. 수출 규모는 매우 낮은 수준이었는데, 매달 약 1-2천만 달러 정도의 수출액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중국에서 들어오는 수입의 경우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특히 이러한 점은 대북제재 속에서 북한의 자금 조달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사안 중 하나입니다. 비축 자금(reserve)을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전자화폐 갈취나 다른 불법 활동을 통해 돈을 모으고 있는지 말이죠. 아마도 복합적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해 대북제재가 달러 대비 북한 원화의 가치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고, 쌀과 같은 상품 가격은 상당히 안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은 이란이 제재로 인해 겪은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력한 제재를 받아온 이란에 관한 몇 가지 자료들에 의하면 이란에서는 40%에 달하는 물가 상승(inflation)이 있었고, 어떤 한 시점에서는 이란 화폐의 가치가 60%나 떨어지기도 하는 등 대이란 제재가 이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2010-2019 북한-중국 수출입 추이.
2010-2019 북한-중국 수출입 추이. 출처: 코트라(KOTRA)

반면 이에 비해 북한은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미친 실질적 영향이 드러나지 않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북한은 최선의 상황에서도 어려운 시기를 보낼 거란 점은 분명하다고 생각됩니다.

<기자> 북한은 어떻게든 제재회피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국장님은 대북제재의 가장 큰 구멍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트로이 스탠가론: 중국이라고 봅니다. 표면적으로는 중국이 대북제재를 온전히 준수하려 하는 입장인 것으로 비칠 수 있지만, 중국은 동시에 유엔 제재를 우회해 북한을 돕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일어나고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오는 관광객의 수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제재의 목적은 북한이 경제 부흥과 핵무기를 동시에 가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인데요, 국제사회가 협력해 제재를 이행할 때야만 진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북한이 비핵화할 거란 공동 인식 아래 남북경협과 같은 사안들을 추진하며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지만, 중국의 방식은 한국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가 있는 가운데 중국이 북한에 관광 지원을 제공한다면 비핵화 협상의 긍정적인 진전을 촉구하는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추진되는 관광 지원과 같은 사안은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감소시킵니다.

<기자> 미국이 과거처럼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식 제재를 추진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중국은행에 제재를 가한다면 미국도 경제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 많은데요.

트로이 스탠가론: 방코델타아시아는 비교적 작은 은행이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북한의 제재회피를 돕는 기관에 대한 잠정 제재 지명 대상 목록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북한을 항시 감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상 소규모나 중간규모의 은행에 대한 제재는 경제에 체계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대형은행이 북한의 제재회피에 연루됐다는 증거가 나오고, 미국의 금융체계에서 제외돼버린다면, 미국은 물론 관련된 국가는 상황에 따라 심각한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외교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의 대형은행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노선을 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것보다 더 효율적인 도구가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자면 앞서 대이란 제재법을 위반했던 독일의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사례를 보면, 미국은 도이체방크를 미국의 금융체계에서 차단하지 않고 상당한 벌금을 부과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제재 위반에 연루된 기관이 향후 규정을 온전히 준수하도록 강경한 경고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동시에 미국이 해당 기관과 이어온 경제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합니다.

<기자> 금융 측면 외에 다른 분야에서 제재를 가할 방법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어떤 방식이 있을까요?

트로이 스탠가론: 머리에 떠오르는 몇 가지 예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학생비자를 받은 북한 노동자가 일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는 의혹이 앞서 제기돼 왔었죠. 비자 유형에 관계없이 북한 주민들이 해외에서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유엔 제재 조항을 추가한다면, 그 허점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관광에 대해서는 북한에 대한 관광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조항을 유엔 결의를 통해 명문화하는 방법도 있겠죠. 또 늘어나는 북한의 대중국 시계 부품 수출과 관련해도 제재 조항을 만든다면 북한을 옥죄는 조치가 될 것으로 봅니다.

<기자> 북중 국경 지역에서 일어나는 밀수, 중국 정부가 묵인하는건가요? 아니면 단속하지 못하는 건가요?

트로이 스탠가론: 둘 다 일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중국이 모든 밀수를 막기 위해 나설거라는 기대는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으며, 중국이 자발적으로 북한과의 국경을 봉쇄해야 하는데 그런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봅니다. 또 중국의 중앙정부가 밀수와 관련한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겠지만, 모든 세부적인 사안을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은 미미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밀수를 방지하는 데 있어 앞서 제가 언급한 시계 부품과 같은 것들은 크기가 작아 잡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석탄과 같이 이익창출을 위해 많은 양이 한번에 오가야 하는 제품들에 대한 감시는 가능하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우선은 중국에 석탄과 같이 큰 규모의 수출품에 관한 제재 이행을 촉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 생각됩니다.

<기자> 기존 외교 채널 외에도, 한반도의 주변국들이 올바르게 제재를 이행하도록 촉구할 방법이 있을까요?

트로이 스탠가론: 물론 외교 수단이 가장 먼저이겠지만, 북한의 제재회피에 연루된 개인에 대한 신상 파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것도 하나의 수단이 될 것으로 봅니다.

또 다른 수단은 레이더나 위성 등 기술적인 측면을 활용해 불법 활동을 감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만약 북한 상선이 러시아의 항구에 들어가는 모습을 포착한다면 이를 미국이나 유엔이 파악하고 있다고 즉각 알리는 방법 등이 있겠죠.

<기자> 네 스탠가론 선임국장님,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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