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미주 한인 이산가족상봉 촉구 법안 발의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19.03.14
bill_house-620.jpg 미주 한인의 이산가족상봉을 촉구하는 법안 초안.
Photo: RFA

앵커: 최근 한국 통일부가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추진하기 위해 미국과 독자제재 면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하원에서는 북한에 가족을 둔 미주 한인의 이산가족상봉, 또는 화상상봉을 촉구하는 법안이 전격 발의됐습니다. 2차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미북 간 입장차가 보다 확고해진 가운데, 미국 의회 내 이런 움직임이 미북 사이에 유화적인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한덕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 가족을 둔 미주 한인(Korean Americans)의 실제 이산가족상봉, 혹은 화상상봉의 추진을 명문화하는 법안이 미국 하원에서 14일 전격 발의됐습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이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랑하는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해달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그레이스 맹(민주∙뉴욕) 하원의원이 대표 발의자로 나섰고, 많은 한인이 거주하는 지역구를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진 롭 우달(공화∙조지아) 하원의원이 공동발의자로 동참했습니다.

당시 맹 의원은 서한을 통해 “한국전쟁이 끝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많은 가족이 노년기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미주 한인 이산가족 상봉을 미 행정부가 최우선 정책으로 삼기를 촉구했습니다.

미국 의회에서 미주 한인의 이산가족상봉 문제를 다루는 수단으로 결의안 대신  무게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는 법안의 형식을 채택해 주목됩니다.

발의에 앞서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입수한 이 법안의 초안은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서명한 군사 정전 협정 체결 이래 미주 한인들과 북한의 이산가족 간의 접촉이 거의 없었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1985년 남북이 처음 이산가족상봉에 합의한 이후 20차례의 실제 상봉과 7차례의 화상상봉이 있었다”며 이를 통해 “약 2만 2천 명의 남북 주민들에게 사랑하는 가족과 재회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미 국무장관, 혹은 관련 자격을 부여받은 미 관리가 한국과의 논의 하에 미주 한인의 이산가족상봉을 추진할 것을 필수로 요구함과 동시에, 180일 이내에 최소 한 번은 미국 북한인권특사가 미주 한인들과 면담을 하도록 했습니다.

또 입법 이후 90일 이내에 미국 북한인권특사가 상하원의 외교위원회에 미북 간 추진 가능한 화상상봉 계획을 명시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나아가 이 법안은 “가장 최근 일어난 2018년도 남북 간 이산가족상봉은 미주 한인을 포함하지 않았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 정부가 미주 한인을 이산가족 재회 과정에 포함하는 것은 긍정적인 인도주의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이 법안의 작성을 도운 한 의회 관계자는 1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 법안은 과거와 달리 화상상봉과 실제 이산가족상봉을 함께 다루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구속력을 지닌 법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법안이 미주 한인의 이산가족상봉의 추진을 강조하는 동시에 2017년 1월부터 공석이었던 북한인권특사 자리를 지적하는 충고의 목소리를 포함함으로써 협상 결렬 이후에도 미북 간 대화를 지지한다는 미국 의회의 메시지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전달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이 법안은 현재 예산을 따로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화상상봉에 더 비중을 둘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 시일 내에 미국 상원에서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될 전망입니다.

앞서 브래드 셔먼(민주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을 비롯해 제럴드 코널리(민주버지니아), 디나 티투스(민주네바다) 의원 등 3명의 하원외교위원들도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북 협상에서 미주 한인 이산가족상봉 문제가 다뤄지길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안과 관련해 미국 내 대북 구호단체인 ‘미국친우봉사회(AFSC)’의 대니얼 재스퍼 아시아 지역 담당관은2차 미북정상회담에 앞둔 지난해 말 자유아시아방송과의 대담에서 미북 간 신뢰구축을 위한 조치 중 하나로 미주한인의 이산가족상봉을 꼽기도 했습니다.

대니얼 재스퍼: 미국과 북한 모두 공감대를 이루며 다룰 수 있는 몇몇 사안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중 하나가 미주 한인들의 이산가족상봉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재스퍼 담당관은 미북 사이에 인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 위한 시작점으로 “미주 한인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사안을 점차 확대해 논의해 나간다면 결과적으로 북한의 인권 논의에도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바 있습니다.

지난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위원회는 남북 화상상봉에 쓰일 장비의 북한 반출에 대한 제재 면제를 승인한 바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지난 11일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 장비의 북한 반출과 관련해 미국 독자제재 면제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 미국 독자제재 부분도 협의 중에 있고요, 이것이 마무리되면 저희가 그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등을 북한 측과 협의해 나갈 생각입니다.

2차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에서 예상치 못한 협상 결렬로 미북 간 교착국면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일부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미북 간 이산가족상봉 추진이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