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코로나 관련 분배감시 협조해야”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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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적십자회 조끼를 입은 조선적십자회 자원봉사자들이 의료진으로부터 손 씻는 방법을 교육받고 있다.
붉은색 적십자회 조끼를 입은 조선적십자회 자원봉사자들이 의료진으로부터 손 씻는 방법을 교육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앵커: 자국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즉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 당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면서  북한 내부에서 코로나19방역을 위한 국제 인도주의 기구와 민간 지원 단체의 노력 역시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진단 장치를 북한 내부로 반입하기 위해 선결돼야 할 물자 수송 및 분배에 대한 엄격한 감시 기준에 북한이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지원받은 의료 물자를 김정은 위원장의 측근과 고위 간부 등 정권 유지에 필수인 고위층에 우선 제공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면서, 올바른 분배 감시 체계가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한덕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유엔으로부터 코로나19 방역 지원 물자를 북한에 반입해도 좋다는 제재면제를 승인받은 국제 구호 단체들은 북한 당국과 최종 조율에 나섰습니다.

다만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관련 의료 물자가 품귀 현상을 겪고 있어 조달이 어렵고, 앞서 북한이 취한 국경 봉쇄 조치에 따라 의료 물자의 내부 반입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월21일) 대북제재 면제 승인을 받은 국제적십자연맹(IFRC) 측은 최근(3월18일)까지도 코로나19 지원 물품에 대한 구매를 완료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지원 물품을 한 달 가까이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북한 측에 건네지 못했음을 간접 시인했습니다.

특히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이미 조달된 일부 지원 물품이 북중 국경에 도착했음에도 반입이 지연되고 있다며 북한과 구호 단체가 코로나19 의료 물자 사용에 관한 분배 및 감시 절차에 합의하지 못했을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AN)의 켄 고스 국장은 최근(3월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코로나19 방역 지원에 있어 국제 기구가 요구하는 분배 감시(monitoring) 기준을 북한이 온전히 준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우선 순위는 국제 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현실적인 방역 계획을 추진하는 것보다 내부로 반입된 의료 물자의 활용에 최대한의 자체 ‘지휘권’을 확보하고, 국제 기구의 감시 체계를 가능한 한 축소하는 데 있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 북한은 자국 내에서 국제 기구의 모니터링이 쉽게 이뤄지도록 허용하지 않을 겁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 약점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고, 지원받은 의료 물자를 자신들의 독자적인 판단 아래 사용하길 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스 국장은 또 북한이 자국 내 코로나19 방역에 외국인이 관여하는 상황을 경계할 것이라며, 북한은 외부에서 질병이 유입될 가능성은 물론 코로나19 확진에 관한 북한의 현황이 국제사회에 낱낱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미국 AP 통신의 초대 평양지국장을 지낸 진 리 우드로윌슨센터 한국역사 공공정책 센터장도 최근(3월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국제 기구의 의료 지원 물자가 북중 국경에서 북 측에 건네진 뒤 북한 내부로 반입된 의료 물자가 올바른 용도로 활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밝혔습니다.

리 센터장은 평양에 상주하는 국제 기구 관계자들이 의료물자를 북중 국경에서 건내주는 시점부터 북한 측과 동행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국제 기구와 북한이 대북 지원의 세부사항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양측 간 갈등은 거의 매번 있었고 지원을 지연시키는 대표적인 사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번 지원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노력하는 북한 내 의료 종사자들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에게도 바로 전달될 수 있길 희망한다며, 북한이 국제기구의 분배 감시 과정에 투명성을 제공하고,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을 건강을 우선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리처드 블루위트 국제적십자연맹 유엔 상주대표 역시 앞서(2월2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적십자연맹은 이번 코로나19 지원과 관련해 기존의 감시 기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감시기준 완화 가능성에 선을 그었습니다.

리처드 블루위트: 어디서 사용될지에 대한 결정여부는 제가 확답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연맹 측이 지원된 물품들이 제대로, 필요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는지 가까운 곳에서 기존의 감시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점이고, 코로나 지원에 관해서도 같다는 겁니다.

한편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 교수는 최근(3월2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에 새롭게 반입되는 코로나19 진단 장비와 시약 및 개인보호장비와 같은 의료물자에 대한 접근성이 ‘사회적 계급’과 관계없이 공평하게 분배될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란코프 교수: 이것은 미지수입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장비가 많이 들어갈 경우 당연히 일반 사람들이 쓸 수가 있겠죠. 하지만 북한은 다른 공산권 국가처럼 사회주의 진영 국가처럼 비싸고 많지 않은 치료기구나 장비가 있으면 간부들, 특히 고위 간부들은 먼저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란코프 교수는 특히 코로나 감염 진단에 필요한 고가의 검사 장비의 경우 “고위 간부들만 다닐 수 있는 치료소에서만 볼 수가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유전자증폭검사장비 및 진단시약과 같이 비교적 구하기 어려운 물품일수록 일반 주민의 접근성이 떨어질 거라는 겁니다.

그는 북한에 특권층 전용병원이 있다는 점은 이미 비교적 널리 알려진 사안이라며, 북한이 기존의 관행을 바꿀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편향적인 의료 체계는 북한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이러한 현실이 북한과 더불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도 최근(3월2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은 엄격한 계급사회”라는 점이 의료 체계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고 지적했습니다.

마키노 위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측근은 봉화진료소에서, 나머지 특권층은 남산병원, 적십자병원, 김만유 기념병원 등에서 각각 최신 의료 기술과 장비를 활용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북한의 일반시민들은150-200 세대마다 하나씩 있는 진료소를 쓰게된다며, 특히 외각지역으로 갈수록 주민들이 제대로 된 진료를 받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전했습니다.

전세계적 코로나 비상사태에서 북한이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 건 국방이 아닌 보건 분야가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제한적인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한 체계를 설립하는 등 전세계적인 코로나 추가 확산을 막는데 동참해야 할 때라는 겁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북한이 태도를 바꿔 국제사회와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국제적인 방역 노력에 동참할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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