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북, 고난의행군 재선언 ③김정은 지도력 위협받자 꺼내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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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북, 고난의행군 재선언 ③김정은 지도력 위협받자 꺼내 사진은 원산구두공장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의 모습.
AP

앵커: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북한 주민들의 기억 속에 여전한 아픔으로 남아 있는 ‘고난의 행군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다소 의외라는 지적입니다.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완화가 절실하다는 점을 피력하면서 내부적으로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현재 북한의 경제 상황을 1990년 대 중반 당시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RFA 긴급진단] , 고난의 행군 재선언,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북한 최고 지도자의 ‘고난의 행군’ 발언에 담긴 대내외적 경제적 노림수는 무엇인지 한덕인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근 (423) 두 개 면에 걸친 정론을 통해 한국전쟁 직후 경제복구 운동이었던 천리마 정신을 따르자고 독려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고난의 행군언급 이후 시대를 거슬러 낡은 주민동원 구호를 쏟아내다시피 하고 있는 겁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이런 주민독려용 세몰이가 내부적으로 주민들에 대한 경제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에 주목합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426) 자유아시아방송에 김 총비서의 고난의 행군발언이 내부 경제에 대한 통제의 고삐를 더욱 세게 당기려는 의도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북한이 이미 코로나 대유행 이전인 2019년을 기점으로 비사회주의라는 명목 아래 개인적인 경제활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그래도 경제적인 수익은 정권에 이득을 얻어온 부분도 적지 않았습니다. 공설시장에서 장세라 불리는 매대 사용료는 엄청난 금액이 됐을 겁니다. 시장을 통제하는 것은 국가 수익도 줄어든다는 양면이 있었죠. 하지만 작년에 코로나 때문에 할수 없이 시장활동이 많이 위축됐죠. 이런 것을 계기로 사회주의 강화, 개인주의를 반대하는 비사회주의와 투쟁을 강화하기 위해서 코로나를 구실로 2020년부터 강화했습니다. 그것을 지난 1월 당대회를 통해서 체계적으로 방침으로 결정하고, 지금 4월 들어 구체적인 통제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김정은 정권은 지나치게 시장 경제가 확산했다는 우려를 이전부터 하고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통제하지 못하는 경제활동 부분이 많아진다는 것은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걱정스러운 부분이라는 겁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고난의 행군’ 언급이 그동안 ‘경제가 어렵다’라는 보편적 용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위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지도력까지 위협받는 상황을 타개해보려는 필사적인 결심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최근(413) 미국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GWIKS)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이 올 해 경제 전망치를 예년보다 턱없이 낮게 잡은 데 주목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 지난해 북한은 국가, 기업, 시장 상인, 가정 모두 심각한 경제적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중 국경봉쇄와 대북제재, 주요 수입원천인 관광 중단 등으로 북한은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북한이 올해 예산수입 증가율을 0.9%로 잡았는데, 지난 수십 년 동안 가장 낮은 증가율입니다. 또 올해 거래수입금과 국가기업이익금의 증가율이 각각 0.8%, 1.1% 증가에 그쳤는데, 이미 코로나19로 북∙중 국 경을 봉쇄할 때부터 심각한 재정적 축소를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당시의 ‘고난의 행군’을 우려할 만큼 현 상황이 심각한지를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북한 경제 전문가인 임을출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임을출 교수: 물론 앞으로 우리가 더 지켜봐야겠지만, 과거 수십년 동안 북한 경제를 언급할 때 ‘북한 경제가 붕괴할 지 모른다’, ‘지금 북한 주민이 기아상태에서 매우 어렵다’라고 말하는데, 실제 북한 주민의 생활 수준을 보면 이전보다 조금 어려워진 것은 맞지만, 절약을 통해 하루에 세 끼 먹는 관행에서 옥수수로 식량을 대신한다던지 해서 그럭저럭 버텨나고 있는 상황이 갈수록 나아질 것인가, 아니면 더 악화할 것인가를 우리가 관찰해야 할 포인트라고 봅니다.

스탠가론 국장도 “지금은 고난의 행군이후 북한이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경제 상황으로 본다면서도, 현재 상황을 많은 아사자가 발생한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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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Graphic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도 중국과 러시아의 물밑 지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고난의 행군이란 단어를 꺼집어내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라운 교수: 지금 북한의 상황은 ‘고난의 행군시기 때와는 많이 다릅니다. 그런 상황이 다시 초래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하는 발언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고난의 행군때는 길바닥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이 빈번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북한이 기근 수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바는 많이 없습니다. 김 총비서의 고난의 행군을 발언을 들은 많은 일반 주민들은 공포에 사로잡혔을 겁니다.

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도 북한에서 식량난은 ‘고난의 행군이후로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는 반복적인 패턴이라며, 올해 북한 당국이 보유하길 원하는 만큼의 식량 확보는 이뤄지지 못했겠지만 1990년 대 후반과 비교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반면 북한이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대외적으로 북한의 심각한 상황을 인정함으로써 대북제재 완화 주장을 뒷받침하는 공개적인 명분을 제공하려 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고난의 행군 발언이 어떤 경제적 노림수를 담은지에 대한 답은 꽤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김정은의 주된 목적은 러시아와 중국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상황이 극도로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 중국 및 러시아가 대북제재 이행을 느슨히 함과 더불어 유엔에서 북한의 제재 완화 목소리를 적극 내길 바랄 겁니다.

베넷 연구원은 다만 지금은 제재를 완화할 시기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정말로 그렇게 힘든 상황이라면 지금은 그가 앞서 한 약속을 지키기 좋은 시기입니다. 핵을 없애는 것 말입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 미국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도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은 현재 북한의 내부 상황이 심각하다는 신호를 외부세계에 보내면서 지원을 받기 위한 몸짓이라고 말했습니다.

수 김 분석관은 다만 의존적인 인상을 외부에 드러내길 꺼리는 북한 당국은 만약 국제사회로부터 원조를 받게 된다 하더라도 “받는 게 아닌, 받아주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국제사회가 “김정은 총비서의 탐욕과 북한 주민의 실제적인 인도주의적 요구를 구별하는 데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 역시 나오고 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중 국경을 다시 열어도 그 효과는 미미할 걸로 내다봤습니다.

브라운 교수: 단기적으로는 북중 국경을 다시 여는 것이 어떤 경제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겠지만 단언컨대 정말 북한에 필요한 것은 개혁을 통한 시장경제의 활성화입니다.

그는 지난 3월 북중 무역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비료 수입을 위해 일부 자금을 지출했지만 북한 주민들의 일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들여오려는 노력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스탠가론 국장도 최근 미 농무부 보고서 및 북중교역 자료 등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북한에 식량부족 및 생필품 부족 등이 팽배하다는 점은 명확해 보이지만 이러한 점을 해결하기 위한 북한의 외부와의 교류는 거의 전무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적, 인도적 위기에 처한 북한 주민들이 근본적 해결책은 애써 외면한 체 충성심과 통제 강화를 내세운 당국의 억압 조치로 더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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