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모어 “북 제재완화-핵미사일 교환 현실적”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05.07
JohnRatcliffe-620.jpg 5일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주최한 인준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는 존 랫클리프(John Ratcliffe) 미 국가정보국장(DNI) 지명자.
사진: 청문회 동영상 캡쳐

앵커: 최근 미국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존 랫클리프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가 북한의 핵무기 위협은 여전하다면서도, 미국과 북한이 서로 대북 제재 완화와 핵무기 일부 폐기를 교환할 가능성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랫클리프 지명자가 밝힌 다소 유연한 대북 비핵화 접근법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번째 임기 내에 반영될 가능성은 여전히 미미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기조가 실제 미국의 대북정책에 적용될지에 대한 여부는 오는 11월 대선 이후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최근(5일)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정보기관의 수장격인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인 존 랫클리프(공화∙텍사스) 하원의원을 대상으로 연 인준청문회.

청문회 막바지 무렵 상원 중진인 잭 리드(로드아일랜드)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가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대한 평가를 물었습니다.

잭 리드 상원의원: 지금까지 북한의 핵확산과 핵개발을 저지하는 데 진전이 있었다고 보십니까? (In your view, have we made progress in reversing North Korea’s nuclear proliferation and nuclear development?)

랫클리프 지명자는 북한의 핵위협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 와중에 미북 간 어떠한 외교적 진전이 있었는지는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세부적인 평가는 현시점에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다소 원론적으로 답했습니다.

랫클리프 지명자: 저는 북한이 취하는 위협은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I view North Korea as the same danger that they have been)

그는 다만 이 대목에서 “제재 완화의 대가로 북한이 핵무기에 대해 어느 정보 양보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하며 미국 측의 일부 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I hope that there might be some concessions about their nuclear weapons in exchange for sanctions relief, but I can’t address or not whether we’ve made a progress with respect to that or not given the information I’ve been probing to at this point.)

이날 랫클리프 지명자의 발언과 관련해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 무기조정관은 최근(6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랫클리프 지명자의 발언은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매우 현실적인 접근법을 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다만 랫클리프 지명자가 비친 다소 유연한 대북 접근법이 현 미 행정부가 여태까지 취해온 강경한 대북 비핵화 협상 기조에 영향을 미치고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에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록 미국의 정보기관을 이끌 책임자로 공식 선임될 인물이 남긴 예외적인 발언이긴 하지만,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성을 좌우하는 발언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긴 시기상조라는 겁니다.

반면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매튜 하 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랫클리프 지명자의 발언이 “추측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며 평가절하했습니다.

나아가 랫클리프 지명자가 이같은 제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정보 당국이 이런 접근법을 현실화할 기반이 있는지도 현재로선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 연구원은 이어 만약 이같은 접근법이 랫클리프 지명자가 추구하고자 하는 대북정책의 방향성이라면 그것은 현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과는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북한이 ‘FFVD’, 즉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란 개념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하 연구원은 또 신뢰할 만한 조치는 미국이 북한과 이 과정에 대한 포괄적인 로드맵 계획을 정의하고 합의한 후에야 실현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이런 계획이 추진된다 해도 표면적으론 북한이 핵탄두와 미사일뿐만 아니라 핵분열 물질과 핵 시설에 관한 선언에 동의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습니다.

한편, 한미경제연구소(KEI)의 마크 토콜라 부소장은 미북 양측이 외교적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우선 작은 조치에 동의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개인적 외교가 북핵 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재선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과연 차기 미국 정권과 협상을 이어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겁니다.

토콜라 부소장은 따라서 현 단계에서 북한이 국제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하는 대가로 미국이 구체적인 제재 완화를 제안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소 복잡한 비핵화 문제와는 별개로, 북한이 한국과 미국 등에 대한 위협을 줄일 의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조치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토콜라 부소장은 북한은 현재까지 화학무기금지협향에 서명하지 않은 유리한 4개국 중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정 박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재한 기고문에서 미북 협상에 관한 ‘묘책(silver bullet)’은 없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습니다.

박 선임연구원은 효과적인 미북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서 “절제된 미국의 지도력과 강력한 국제 연합이 요구된다”며, 그저 텔레비전에서 하나의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노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연구원은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문을 열어둬야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실질적인 양보를 요구하지 않고 대북 압박을 줄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측이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진지한 협상은 물론 미국과 주변 국과들과의 의미있는 관여를 고려할 용의가 있다는 점이 분명해질 때까지 미국이 “어떠한 거창한 손짓”을 보내며 먼저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