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격화속 남북, 상반된 처지”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05.29
hongkong620.jpg 시민들이 홍콩의 한 백화점에서 중국의 국가보안법 통과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 Photo/Kin Cheung

앵커: 북한이 미국과 중국간 고조되고 있는 갈등을 이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북한이 한국 등 다른 주변국과 달리 지리적, 정치적으로 유리한 전략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미국 내 외교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최근(5월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홍콩 국가보안법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킨 이후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및 홍콩 자치권 조사 등을 거론하는 등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극에 달한 미중관계를 바라보는 제3국의 관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외교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많은 주변국에 큰 고민을 안기는 사안이라고 지적하면서, 북한은 이들 가운데 미중 간 갈등을 자신의 이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라고 평가했습니다.

마이클 스웨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최근(5월 27일) 케이토 연구소가 미중 갈등을 주제로 주최한 화상토론회에 나와 “미중 갈등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떤 국가인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미국의 동맹국들은 미중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는 데 대해 많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대체로 미국과 중국 두 나라 모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지만, 미국의 압박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 중 한 편을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 북한은 악화되는 미중 관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고 스웨인 선임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마이클 스웨인: 제 생각에 북한의 경우 미중 갈등을 하나의 기회로 삼으며, 미중 양측 간 혼란을 증폭시키면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특이한 위치에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정치적, 지리적, 그리고 전략적 이점을 지녔고 이런 점이 미중 갈등 속에서 더 큰 지렛대를 제공하는 요소라는 겁니다.

또 북한은 과거부터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적국 활용해 나름대로 성공을 거둬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반면 이란의 경우 중국과는 최대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미국이 중동지역에덜 개입하길 원할 것이지만, 중국 역시 중동문제에 직접 개입을 꺼리는 입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전문가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대부분의 국가는 미중 갈등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원할 것이라며, 독자적인 결정을 내리며 경제적 이익을 챙겨가길 원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글레이저 연구원은 분명한 점은 북한은 물론 그 누구도 미중 갈등이 전쟁을 논하는 수준으로 치닫길 바라지 않고 미국과 중국의 결별을 선호하는 국가 역시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베트남, 호주 등 미국이 중국에 대해 취해온 강경한 입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국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더그 밴도우 케이토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특히 한국에 미중 갈등은 심각한 고민을 안겨주는 사안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밴도우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중국의 무역량은 일본과 미국이 중국과 무역하는 양을 뛰어넘는다면서, 중국과 무역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많은 한국의 입장에선 미국이나 중국 중 한쪽을 편들기 어렵다는 겁니다.

한편 최근(5월 27일) 보안정책센터(CSP: Center for Security Policy)가 주최한 북한 관련 화상토론회에서 진행을 맡은 프레드 플레이츠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싱가포르 제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시진핑 중국 주석이 대북 관여에 대한 동기를 부여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보수 성향의 외교 분야 전문 칼럼니스트 클라우디아 로제트 씨는 “중국은 많은 물건이 오가는 북중 국경에 있어 상당히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고, 중국이 원한다면 많은 부분에서 북한의 불법 활동을 막을 수 있지만 현실에선 그렇게 해오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코로나19 사태는 물론 미중 갈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불안정한 현시점에 북한이 불법 무기 판매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다며, 각국의 정보 당국이 이러한 활동을 포착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