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민권 취득 탈북민 “가족과 재회 고대”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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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lynwithmom.jpg 에블린 정 씨가 북한 평양에서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좌).
사진-에블린 정 제공 / RFA Photo

앵커: 올해 미국 부시센터 장학생 중 한 명으로 선발된 탈북민 에블린 정 씨가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최근 미국 시민권을 받았습니다. 정 씨가 미 시민권을 받기까지는 여러가지 어려움도 많았는데요. 이제 당당히 미국 시민이 된 정 씨는 한국에 있는 가족과의 재회가 가장 기대된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한덕인 기자가 에블린 정 씨를 전화로 만나봤습니다.

 

2014년, 만 15세의 어린 나이로 미국에 홀로 정착한 에블린 정 씨.

북한 출신 난민 신분으로서 미국 생활 6년 만인 지난 9월 28일에

드디어 고대하던 미국 시민이 됐습니다.

 

지난 9월 28일 최종 인터뷰를 통과한 정 씨는

오는 10월 15일 선서식을 하고 미국 시민으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됩니다.

 

미국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 미국인 양부모 밑에서 자랐고,

영어도 전혀 할 줄 몰라 손짓,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했던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이제 시민권자가 된 자신이 매우 놀랍고 감사할 뿐이라고

정 씨는 최근(10월 8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소회를 밝혔습니다.

 

시민권을 획득하기까지 지난 6년 동안

미국을 떠나본 적이 없는 정 씨는

이제 한국에 있는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벅찹니다.

 

[에블린 정] 드디어 저에게도 국적이 생겨서 정말 기쁩니다. 이제 다른 나라에 갈 수 있는 미국 여권도 받게 되고, 무엇보다 한국에 계신 할아버지와 엄마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기쁩니다. 지금 미국에 거의 6년째 살고 있는데, 다른 나라에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습니다.

 

정 씨가 미 시민권을 받기까지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신청 서류를 접수하는 것부터 약 1천 달러에 달하는 비용까지

정 씨에는 모든 것이 부담이었습니다.

또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지난 3월에 예정된 인터뷰가 취소된 이후부터는

기약없는 기다림과의 싸움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카고 일리노이주에 있는 탈북청년 지원단체와

미국 내 탈북자들의 무료 법률 지원을 해온 토머스 바커 변호사가

정 씨의 시민권 취득을 적극적으로 도왔습니다.

[에블린 정] 에녹(enok.org)이라는 단체가 있어요, 거기서 아주 귀한 일을 하시는 홍 대표라는 분이 계세요. 홍 대표님이 제게 변호사를 소개시켜 주셨고, 제가 그 변호사와 연락을 취해서, 그 분께서 시민권 신청을 도와주셨어요. 저도 많이 걱정했었어요. 그래도 저는 되게 좋은 분들을 만나서 잘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비록 미국 땅에서 혼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정 씨의 미 시민권 획득을 가장 기뻐한 사람은

중국에서 헤어진 뒤 7년 동안 만나지 못한 어머니였습니다.

정 씨와 달리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어머니는

하루빨리 정 씨를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에블린 정] 저희 어머니께서 제 소식을 접하시고 정말 기뻐하셨어요. 제가 어머니와 중국에서 헤어진 뒤 못 뵌지가 7년 째 됐거든요. 또 저희 할어버지는 10년 넘게 못 뵀어요. 지금 두 분 모두 한국에 계시는데, 이번에 시민권 선서식을 마치고 여권이 나오면 꼭 가서 만나 보려고 합니다. 어머니는 한국에 오면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예쁜 옷들도 많이 사주겠다면서 많이 들떠 계세요.

정 씨의 시민권 획득 소식에 주변에서도 응원과 격려가 이어졌습니다.

‘에녹’의 홍성환(Andrew Hong) 대표는 최근 (10월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미성년자 신분으로 어릴 때 혼자 미국에 와서 이렇게 미국 시민이 되기까지 참 기특하고 뿌듯하다”며

‘코로나19’ 대유행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 씨가 미 시민권을 취득해 기쁘고,

미국에 정착한 다른 탈북민들에게도 희망의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운영되는 탈북민 지원 단체 링크(LiNK)의 회장을 맡고 있는 정재섭하버드 의과대학원 한국정책 연구원은 특히 미국에서 “분명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이라고 축하와 격려의 말을 전해왔습니다.

 

현재 시카고에서 미용학원을 다니며

언젠가 개인 미용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꿈인 정 씨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설립한 ‘부시센터’가 선정한 ‘북한자유장학생’으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선정됐습니다.

또 정 씨는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와 ‘인스타그램(@evelynjeong614)’과 같은 SNS등에서

탈북 경험담, 북한의 문화, 미국 생활 등을 소개하며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만큼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미국에서

목표를 갖고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한 정 씨는

앞으로 미국 내 탈북민 사회가 더 용기를 내고 어려움을 잘 극복해

모두가 성공적인 삶을 살기를 응원했습니다.

 

[에블린 정] 솔직히 미국에서 힘든 과정도 많았지만 앞으로도 힘든 과정이 많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저는 제게 주어진 일을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다른 분들처럼 사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다른 분들도 힘들고 어려운 일도 있고 좋은 일도 있고 그럴텐데, 다들 이겨내고 다들 잘 사실 거라고 믿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한편, 미 국무부 인구난민이주국에 따르면

정 씨처럼 난민 인정을 받고 미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총 220명이며,

이들이 영주권을 받은 지 5년이 되면 미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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