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건∙의료 대해부] 고위층 중심의 ‘원격 화상진료’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10.27
distance_care.jpg 사진은 먼거리의료봉사체계(화상대화)를 이용해 도인민병원 의사들과 협의하는 북한 김만유 병원의 관계자들.
사진-연합뉴스

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이사방송이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대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안경수 센터장님 안녕하세요. 코로나19의 대유행을 계기로 각국 주민들의 의료접근성이 또 다른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전부터 원격 화상진료의 추진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러한 원격 화상진료가 코로나19 국면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경수 센터장] 북한에는 ‘먼 거리 의료봉사 체계’라 불리는 화상진료 체계가 있습니다. 이 먼 거리 의료봉사 체계는 앞서부터 평양의 중앙급 병원들과 지방의 도, 시, 군 구역급 병원들 사이에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대체로 2013년 정도 무렵부터 시작해서 2014~2015년에 본격적으로 전국으로 도입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먼 거리 의료봉사를 담당하는 부서는 병원 내에 ‘먼 거리 의료봉사실’ 또는 ‘먼 거리 정보과(실)’ 등으로 불립니다. 보통 ‘먼 거리 정보과(실)’ 안에 가면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통신선을 통해 전국의 모든 상급병원들과 연결돼 있습니다. 현장에서 주민들은 먼 거리 의료봉사를 ‘화상회의’ 또는 ‘화상진단’ 이렇게 부르고 있어요. 지방의 인민병원은 먼 거리 의료봉사 체계를 통해서 평양의학대학병원, 옥류아동병원, 평양산원 유선종양연구소와 같이 평양에 있는 중앙 병원들의 의료 인력들과 수시로 연계하고 협력하면서 진단치료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거리두기가 요구되는 코로나19 국면에서는 의료진들이 상급병원에 가서 직접 배우거나 만나서 협의를 하는 과정이 더 부담스러워진 부분이 없지 않을 거라 봅니다. 그래서 올해는 예전보다는 원격진료 체제가 조금 더 많이 활성화되고 있지 않을까라는 합리적인 추측이 가능하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통상 먼 거리 봉사체계를 활용하기 위한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안경수 센터장] 한 지방 병원에 어떤 환자가 있고, 담당 의사가 환자의 상태에 대해 상급 병원 측과 먼 거리 의료를 통해서 상의를 해야겠다고 판단하면, 해당 병원의 기술 부원장에게 우선 신청을 해서 동의를 받은 뒤 진행됩니다. 먼 거리 의료 협의를 하고자 하는 상급병원의 기술 원장이 전화를 하고 일정과 시간을 조정합니다. 일정이 조율되면 상대편 의사가 영상에 나와 일대일로 질문을 하는 화상 전화 개념인데요. 환자를 직접 앉히거나 눞혀서 상황을 보여주면서 논의할 수 있는 일종의 영상 협의 치료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원거리 의료봉사는 일대일로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세 명이 동시에 연결하는 삼자 대화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곧바로 신청해서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닙니다. 어떤 병원에서는 한 달에 한 번만 할 정도로 통상 그렇게 많이 하지 않습니다. 다만 코로나19 국면에서 원격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이런 체계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기자: 말씀하신대로 원격 화상진료의 빈도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반 주민보다는 고위층을 진단하는 데 더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도 있겠군요.

[안경수 센터장] 그럴 수 있습니다. 청탁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수 있겠죠. 사실 북한에서 어떤 제도를 활용하거나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이용하는 데 있어 일괄적으로 평등하지 않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기도 하니까요. 또 원격 화상진료 일정을 잡는 것 자체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라고 합니다. 떨어져 있는 의사들까리 시간을 맞춰야 하는데, 의사들도 서로 자신의 일정이 따로 있으니까 시간을 맞추는 것 역시 쉽지 않다고 합니다.

기자: 청탁을 하는 경우도 있을 거라 하셨는데, 누가 누구에게 청탁을 하는 건가요?

[안경수 센터장] 환자나 환자가족이 담당의사에게 청탁을 하는 거죠. 속칭 뇌물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는데, 소위 말하는 대가나 체면치례로 ‘인사’를 하는데요. 병원마다 각자의 사정이 다르기도 하지만, 주로 그런 식으로 청탁이 오가는 절차가 있습니다. 절차에 따른 개통이 있는데, 청탁을 하는 사람이 환자를 담당하는 사람과 입을 맞추고, 그 담당자가 윗사람에게 청탁을 해서 부탁하면 해당 요구사항이 위로 전달되는 체제라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원격 화상진료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통신장비가 필요하겠고요. 또 원활한 인터넷 연결도 필수일 것 같은데요.

[안경수 센터장] 원격 화상진료와 관련한 북한 병원의 영상들을 분석해보면 통신장비는 주로 중국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관련 경험이 있는 탈북민들의 말을 들어봐도 자체적인 인트라넷이 구축돼 있어서 2014년 정도 부터는 어느 정도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원격진료가 빈번하게 시행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북한과 같은 관료 사회는 해당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적게 하는 데는 한달에 1~3회 정도 밖에 하지 않는 이유가, 해당 병원의 기술 부원장 같은 사람이 상대편 상급병원의 담당자와 협의를 해서 진료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렇게 일정을 잡는 과정조차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다른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은 병원마다 자기 사정이 그렇게 여유가 있지 않아요. 굉장히 일거리도 많고, 또 속칭 돈이 되지 않는 사업에 신경을 많이 못 쓴다는 점이 있습니다. 사실은 북한에서는 기관과 기관에서 무언가를 조정을 하는 데 있어 매끄러운 게 많지가 않아요.

기자: 끝으로 앞서 설명하신 것처럼 북한 의료계는 뇌물을 주고 받는 행위가 빈번한 것으로 보입니다. 왜 이같은 부정부패가 의료계에 존재하는 걸까요?

[안경수 센터장] 북한의 의사 월급은 6급부터 올라가게 되어 있는데, 급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보통 북한 의사 월급은 북한 돈으로 2천400원 가량으로 판단합니다. 그런데 쌀 1KG 이 약 4천800원이에요. 그런데 의사 월급이 2천400원이니까 급여가 사실 의미가 없는 거죠. 게다가 월급에서 따로 공제되는 것이 있습니다. 병원 의료진의 경조사비나 병원에서 공동으로 걷는 회비 등이 빠져나가니까 북한 의사의 월급은 일반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큰 의미가 없고요. 그 급여로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대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