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내년에는 한국에 손 내밀 듯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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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연설대에 김정은 위원장의 왼편에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서 있고, 오른편에는 박정천 군 참모장이 서 있다.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연설대에 김정은 위원장의 왼편에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서 있고, 오른편에는 박정천 군 참모장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오늘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이시간 진행을 맡은 한덕인입니다. 마키노 위원님, 올해 열병식이 구소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분석이 제기됐는데요. 그 배경이 어디에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김일성광장 주석단에 김정은 위원장과 박정천 군총참모장, 그리고 리병철 노동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같이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박정천 전 참모장이 이번에 입었던 군복은 구소련의 유명한 (게오르기) 주코프 원수가 입었던 군복과 거의 똑같은 군복이었습니다. 그리고 리병철 부위원장이 입었던 하얀색 군복은 (이오시프) 스탈린 주석이 자주 입었던 군복과 같은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스탈린과 주코프가 김일성 주석과 나란히 같이 있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 군장비는 구소련과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고, 이번 열병식에 등장했던 항공기도 북한 공군의 가장 새로운 소련제 미그-29(MIG-29)였습니다. 또 화성-15호 ICBM의 백두산엔진은 구소련 지역의 우크라이나에서 제조됐다고 하는 RD-250엔진과 거의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니깐 군복도 자연스럽게 구소련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정치노선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북한은 주체 사상을 강조해왔고, 북한이 외부적으로 비치는 구소련의 영향력을 가능한 한 배제시켜려 노력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정치노선에 다소 맞지 않는 옷차림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80일 전투’에 대한 주민들 불만 커져

<기자> 북한 내부에서 당국의 강압적인 ‘80일 전투’ 추진에  주민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면서요?

마키노 요시히로: ‘80일 전투’는 올해 수해 피해를 입었던 검덕광산의 아연생산을 연말까지 촉구하기 위해 시작한 전투였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사회주의의 특징인 당국의 계획경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동력을 투입하는 수단으로써 많이 사용돼 왔지만 요즘에는 그런 목적이 변질되면서 정치적인 경제수단이 돼버렸습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 말기부터 경제 자유화가 진행됐기 때문에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이런 데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차라리 그 시간에 돈을 벌고자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니까 ‘며칠 전투’라고 하는 것은 시민들을 국가경제에 사용하는 수단 중 하나가 돼 버렸다는 말이죠. 요즘에는 어떤 전투가 시작한다고 하면 월, 주, 또는 매일마다 계획에 따라 어떤 수요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시민들이 하루의 수요를 달성할 때까지는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진다고 하는데, 당연히 주민들은 자유가 없으니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내년 당대회, 경제자유와 노선 확대할 수도

<기자> 북한은 현재 추수철입니다. 올해 작황이 예년보다 좋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80일 전투’마저 별다른 성과가 없으면 내년 1월 당대회를 비롯해 김정은 정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요즘 북한 경제는 갈수록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내년 1월에 예정돼 있는 당대회에서는 경제를 더 자유화하는 노선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농업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 하고 있는 가족단위 포전담당제를 더 세밀화시키면서 개인단위로 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타기업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고요. 다만, 그렇게 하면 생산능력은 커지고 경제도 활성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노동당의 통제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번에 진행되는 ‘80일 전투’는 경제는 자유화될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북한 당국이 계속해서 강하게 통제하겠다는 의사를 과시하는 의미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이런 가운데 북한이 ‘코로나19’에 대해 어느 정도 통제력을 갖게 되면서 김 위원장의 활동이 확대됐고,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남북 교류 재개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한국에서 제기됐습니다.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었다 혹은 없었다라고 제가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저는 내년에 북한이 한국에 접근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9월에 일어났던 한국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바로 사죄 했고, 10월 10일 열병식에서도 남측에 담당자를 보내려 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아마 조만간 북한이 다시 남북 유화 노선을 취하려 하는 신호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 협상에 찬성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물론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도 아니고요. 북한은 앞서 노무현 정권 때도 그랬듯이, 자신들에게 유화적인 남측 정권에게서 받을 수 있는 것은 다 받으려 하는 전략을 취해왔다는 것이죠. 일단 문재인 정권의 임기가 2022년 5월까지이고요. 노무현 정권 때는 임기 말 세달 전에 남북 정상회담도 했고요. 그러니까 북한은 2022년 전까지는 한번은 남북정상회담도 하고 그때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의 경제 지원을 받을 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북일정상회담 응할 생각 없어 보여

<기자> 스가 총리가 지난 26일 첫 국회연설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조건없이 만날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최근(지난 16일)에 공개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동영상 메시지에서도 같은 의사를 밝혔는데요. 스가 정권의 계속된 북일정상회담 제안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듣기로는 스가 총리는 관방장관 시절부터 납치문제를 담당해왔기 때문에 납치 문제 해결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영상 메세지는 스가 총리가 갖고 있는 강한 관심이 나타난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스가 총리는 일단 북일외교를 경험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단 북한도 일본에 대해 양보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이것은 일본을 좋아한다는 뜻이 아니고 일본의 경제 지원을 받아들이려는 목적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북한에 대해 너무 엄격한 제재가 계속 되고 있고요, 북한은 일본 쪽에서 경제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북한은 북일 정상회담에 지금은 응할 생각이 없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가 총리가 정말 북한에 접촉하려 한다면, 북한 측에서도 신뢰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사전에 잘 청취하는 자세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은 공외 정보를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지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건전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있는 외교담당자를 스가 총리가 계속해서 만난다거나, 그런 모습을 공외 정보로써 북한이 봤다고 하면, 일단 북한도 일본이 정말 자기들과 전제 조건없이 만날 생각이 있구나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일본 쪽에서 북한하고 접촉할 만할 상황이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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