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북, 내년 새 경제노선 희망적”

워싱턴-한덕인, 천소람 hand@rfa.org
2020.10.29
ban_import_b 석탄 등 북한산 광물 수입을 중단한 북중 접경인 랴오닝성 단둥항의 화물 전용 부두.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도 급격히 감소한 북·중 교역 수치가 빠른 회복세를 나타낼 가능성은 작다고 미국의 저명한 한 북한 경제 전문가가 전망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내년초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5개년 경제계획’에서 경제 민영화를 더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이 전문가는 주장했습니다.

한덕인 기자가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와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기자: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최근(23일) 중국 세관 당국이 갱신한 북중 무역 수치에서 올해는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과 달리 일정 수준을 유지해왔던 수입액마저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앞으로 언제쯤 북·중 교역이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일 수 있을까요?

윌리엄 브라운(William Brown)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윌리엄 브라운(William Brown)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사진-브라운 교수 제공

[윌리엄 브라운] 2018-2019년 사이 북중 교역 수치는 눈에 띄는 수준으로 급락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북중 국경의 봉쇄 조치로 중국의 대북 수출액마저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코로나19’ 사태가 이른 시일 내에 종식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물론 줄어드는 북중 간 무역 수치는 ‘코로나19’라는 사안이 분명 한몫했을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다른 측면으로는 북중 교류에 대한 북한 당국의 정책적인 입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애초부터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데 쓰는 지출을 줄이고자 했고, ‘코로나19’가 이러한 목적을 현실화하는 데 하나의 핑곗거리가 됐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북한은 중국에서 반드시 들여와야만 하는 품목들이 있고, 내년 1월 당대회가 열릴 즈음부터 북중 국경 봉쇄를 완화하고 서서히 중국과 무역을 재개하려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으로 북중 교역이 재개된다 해도, 교역량이 2017년 이전 수준까지 큰 폭으로 증가하진 않을 겁니다. 아마도 수출량이 2019년 수준까지는 회복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자: 교수님이 언급하신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꼭 수입해야 하는 품목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윌리엄 브라운] 북한이 반드시 중국에서 수입할 것으로 생각되는 몇 가지 품목들을 말씀드리자면, 우선 대표적으로는 석유제품이 있겠고요. 다른 기타 품목으로는 설탕이나, 담배 같은 것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품목들 가운데 수입이 가장 절실한 품목은 통상 그들이 자체적으로 많이 생산하지 않는 작은 기자재 부품들이라고 보는데, 특히 컴퓨터칩과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북한 당국이 원한다면 이러한 제품들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그들의 경제적·기술적 수준을 고려하면 컴퓨터칩과 같은 제품들은 자체적인 생산보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것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수입하려 할 겁니다.

또 효율적인 철강업을 위해서는 점결탄(coking coal)이 필요한데 북한은 무연탄(anthracite coal)에 비해 점결탄 생산은 저조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점결탄 수입도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세부적인 부분에서 외부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북한의 산업체계는 매우 비효율적이며, 필요한 인력보다 더 많은 인력을 낭비하는 요인이고, 북한 당국도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봅니다.

기자: 북한 당국이 내년 1월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80일 전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80일 전투’가 어떤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시나요?

[윌리엄 브라운] 북한 당국의 관점에서는 통상 겨울은 농부들이 할 일이 많이 없는 시기이고, 이때 인력들을 전투 현장에 투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을 겁니다. 다만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지도 못하는 주민들에게는 충분한 동기 부여가 없을 뿐 아니라 얼마나 당국의 지시를 열심히 따를지도 의문입니다. 대가도 안 주면서 노예를 다루듯이 전투를 강요한다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매우 비효율적이고 많은 주민의 반감을 사는 사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내년 1월 당대회에서 북한은 새로운 5개년 경제계획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당국이 새롭게 제시해야 할 경제 노선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윌리엄 브라운] 네, 변화를 위한 매우 중요한 기회가 다가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도 조만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점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듯이 저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위해 더 나은 경제 노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데 다소 희망적입니다. 물론 과거로 돌아가려고 한다면 부정적인 결과만 초래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북한은 과거로 돌아갈 만한 여유가 없다고 봅니다. 정부 자금은 계속 고갈되고 있고, 물가나 환율에 끼칠 영향을 우려해 돈을 더 찍어내는 것도 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북한은 현재 매우 빡빡한 예산을 가지고 국가 운영을 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단 북한 당국은 노동자들에게 합리적인 대가를 지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제를 주민들에게 개방한다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일단 북한 정부는 나라 전체를 국가자산으로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까. 왜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는 걸까요. 만약 그들이 탄광과 같은 국가자산을 내부적으로 판매하고 이를 구매한 사람들이 시장가격으로 석탄을 팔 수 있도록 허락한다면, 광부들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정부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이것은 제가 생각하는 북한의 5개년 경제계획에 포함돼야 할 필수적인 부분중 하나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아파트, 또는 발전소도 판매할 수 있을 겁니다. 큰 규모의 발전소가 아니더라도 소규모의 발전소, 한 예로 태양열 발전소와 같은 것은 내부적으로 판매될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시작이 모든 종류의 공장들을 서서히 민영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이런 결정은 궁극적으로 북한 경제에 도움이 될 겁니다. 동시에 정부자산의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이를 구매한 사람들이 더 생산적인 방법을 모색하게 될 것이고, 생산율 증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기자: 당국이 국가자산을 주민들에게 내부적으로 판매한다고 해도 이같은 자산을구입한 사람들은 대북제재 때문에 수출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 아닙니까.

[윌리엄 브라운] 대북제재가 석탄 등의 수출을 막은 것은 사실입니다. 또 제재로 인해 앞으로도 수출이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하나 예를 들자면 일단 민영화된 분위기 속에서 석탄이 국내에서만 우선 거래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북한 주민들이 특히 겨울에 추위로 고통받는 점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따라서 이같은 민영화를 통해 북한에서 연탄 산업이 시작된다면 중단기적으로는 매우 좋은 산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북한 당국이 이렇게 연탄이라도 내부적으로 사고파는 것을 허용한다면 이것은 전반적으로 북한 주민들을 위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같은 국가자산을 주민들에 판매하는 민영화가 합법적으로 그리고 더 널리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브라운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