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이 혜산역 앞 신호등 반긴 이유는?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18-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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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평양 시내 고가도로에 설치된 신호등.
사진 평양 시내 고가도로에 설치된 신호등.
AP Photo/Wong Maye-E

앵커: 이번달 초 북한 양강도 혜산시 중심가에 교통 신호등이 처음으로 설치돼 주민들이 적극 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들의 환호는 좀 뜻밖인 데요, 신호등 설치로 교통흐름이 원활해져서가 아니라 교통 보안원들의 모습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교통 신호등 설치가 불러온 북한 주민들의 반가움을 한덕인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북한 북부 양강도에 첫 신호등

악덕 교통 보안원 줄어 주민 환영

최근 북한 북부 양강도 혜산시의 혜산역 앞 교차로에 교통 신호등이 처음으로 설치돼 지역 주민들이 환영하고 있다고 일본의 ‘아시아프레스’가 24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북한 내부 취재협조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에서 차량이 늘면서 신호등 설치가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지만, 교통량이 많아지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신호등이 필요하게 됩니다. 북한에서도 지난 십년 동안에 차량 대수가 전국적으로 좀 많아졌는데, 앞서 평양에는 신호등이 있다는 소식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마는, 이번에는 12월 초부터 양강도에 처음으로 교통 신호등이 생겼다 이런 소식입니다.

신호등이 필요하다는 건 그 지역의 교통량이 늘어났고 이에 비례해 경제적 활동도 활발해졌다는 의미여서 긍정적인 변화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이시마루 대표가 전한, 주민들이 신호등 설치를 반기는 이유는 좀 뜻밖입니다.

주민들과 운전자에게서 뇌물이나 금품을 챙겨온 교통 보안원들이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그 신호등이 생겼다는 소식을 북한 내부 양강도 취재협조자가 전해 왔는데, 첫 목소리가 아주 좋은 일이다, 주민들이 많이 환영한다,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에 관해서 물어봤는데, 그것은 혼잡을 정리해서라기 보다는 일상적으로 교통 보안원들이 교통정리를 명목을 구실로 해서 차를 세우고, 오토바이, 자전거까지 세워 일반 주민들에게서 벌금, 혹은 뇌물을 요구하는 그런 사례가 굉장히 많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신호등이 생겨 혜산시에서 가장 혼잡한 그런 교차로에서 교통보안원이 사라졌다는 거죠.

통상 교통보안원은 주민들 사이에서 주로 ‘청벌레’, ‘도로의 깡패’로 불렸습니다.

파란색 제복을 입고 “길에서 자동차나 오토바이, 자전거를 멈추고는 트집을 잡아 금품을 빼았기 때문”에 주민들에게는 불편한 존재라는 게 이시마루 대표의 설명입니다.

그는 “’청벌레’들은 아무런 위반 사유도 없는데 교차로에서 차를 세우고 트집을 잡아 휘발유를 빼거나, 담배, 현금 등을 내놓으라고 강요하기도 한다”며 “보안원 중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고 있는 것이 교통과에 근무하는 보안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11월) 조사에 따르면 북한 경찰의 대우는 월급이 북한돈으로 3천원(미화 약 35센트, 한화 약 380원)에 불과하고, 식량 배급은 가족을 제외한 본인에게만 나오는 15킬로그램이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통보안원들마저도 자신의 생계를 위해 무리한 단속을 강행하며 주민들로부터 벌금이나 뇌물을 강요한다는 겁니다.

신호등이 새롭게 설치된 배경에 대해서는 양강도가 중국과 무역을 활발히 해온 중요한 접경지역 중 하나이며, 다른 지역에 비해 교통량이 많은 지역이라 신호등의 설치는 예전부터 필요했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양강도는 산이 많아서 그렇게 도로가 많은 지역이 아니지만, 중국과 인접 지역이기 때문에 북한 쪽에서 말하면 신의주, 그리고 라진, 그다음에 양강도 혜산이 무역장이 많을 겁니다. 그래서 많은 물자가 중국에 나가고 그다음에 중국에서 수입됩니다. 근데 거기서 양강도 혜산시에서 전국에 중국 물품들이 많이 나가고 그 다음에 북한 내에서 생산된 여러 물품도 혜산시를 통해서 중국으로 나갑니다. 그러니깐 교통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그런 조건이 이전부터 있었죠. 게다가 혜산은 구리, 그러니깐 광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혜산 광산은 생산되는 동, 구리를 다 중국에다 판매합니다. 당연히 광산에서 그러니깐 운반차 트럭, 덤프트럭들이 많이 왔다갔다 할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원래 신호등이 필요했었다고 합니다.

특히 대규모 광산을 끼고 있는 혜산 지역은 채굴된 구리 등을 중국에 내다 팔기위해 대형덤프 트럭들의 운행이 잦아 교통 신호등 설치가 뒤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미 지난해 10월에는 자전거를 탄 임산부가 광산을 오가는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이제 혜산시 중심부 정도는 신호등이 필요한 그런 교통량이 있으며, 그만큼 사람과 물건의 이동, 유통이 많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역시 10년경 전부터 북한은 중국과의 무역 거래량을 많이 증대했습니다. 그리고 북한 내부에 시장 경제가 많이 확산되지 않았습니까? 그만큼 사람이 많이 이동했고, 물건도 유통량이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운수 수송의 수요도 많아졌습니다. 또 수송업이 돈벌이가 되니깐 차량도 수요가 많아지고 그만큼 교통량도 많아진 거죠. 그것 때문에 유통망이 정리되고 시내를 왔다 갔다 할 필요성이 생기면서 혜산시 내에도 버스가 많아졌어요.

광산을 지닌 혜산시의 지역적 특징과 이를 통한 주민들의 이익 창출 기회가 늘어나면서 교통량과도 증가했다는 겁니다.

실제 ‘아시아프레스’의 지난 3월 조사에 따르면 당시 혜산시에서만 30여 대의 택시가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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