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2020 동북아정세 어디로] ② 북중관계 – 노골적 봐주기 피할 듯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01-09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지난해 6월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산책하는 모습.
지난해 6월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산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앵커: 올해 미북∙남북관계에서 교착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다만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과 패권 경쟁 가운데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겠지만, 미∙중 관계를 의식해 북한 문제에 적극적인 개입은 자제하면서 기존의 ‘전략적인 관망’ 자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020년 새해를 맞아 각 지역 전문가와 함께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정세를 전망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북∙중 관계와 관련해 이성현 한국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의 견해를 노정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과거와 다른 새 병진 노선 추구

- 이성현 센터장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 많이 받으십시오. 전문가에게 공통된 질문을 드리고 있는데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육성 신년사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노동당 전원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센터장님께서 특별히 주목한 내용은 무엇인가요?

[이성현 센터장] 개인적으로 북한에 대해 분석하는 차원이 있겠고요. 북한이 미국의 의도를 분석하는 부분이 있는데, 북한이 미국의 전략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북한의 입장은 ‘미국의 본심이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정치∙외교적 명분을 챙기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계속해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미국의 ‘강도적인 태도’라면서 미북 간 교착상태의 장기화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는 가운데 미북 관계, 특히 ‘북한이 생각하는 미국의 전략은 무엇인가’가 흥미로운 부분이었고, ‘미국이 대화 타령을 하는 것은 문제 해결보다 시간벌기용이고, 이를 통해 북한의 힘을 약화하려는 것’이란 관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이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는 당신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라고 한 셈이죠.

- 북한이 지난해부터 계속 강조했던 새로운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이성현 센터장] 작년과 달리 올해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도 없었고, 1만 8천 자가 되는 전원회의 보고에서도 새로운 길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사실상 새로운 길을 걷는 셈인데, ‘충격적인 실제 행동’, ‘새로운 전략무기를 개발하겠다’라는 말이 군사도발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니냐고 추정할 수 있겠지만, 문맥을 살펴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군사적 부분을 강조했기 때문에 북한이 병진 노선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의도 있지만, 이전의 병진 노선은 아니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왜냐하면 본문에서 현재 정책이 경제건설의 총력 집중이고, 과거의 정책을 병진 노선으로 규정하고 있거든요. 현재 정책인 경제건설에 전념하는 기본 구조는 바뀌지 않으면서 전략무기 개발 등 국방력 강화가 첨가된 것이죠.

‘정면돌파’란 단어도 마찬가지인데요. 정면돌파란 단어가 23번이나 강조됐는데, 이는 무력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북한 관영 언론에서도 정면돌파 전의 기본전선은 경제 전선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즉, 외부가 북한을 잘 못 해석할 수 있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메시지도 던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분석가들도 비슷한 생각인데요. 북한에서 말하는 ‘70일 전투’가 정말 전투가 아닌 노동력 배가 선전인 것처럼, 중국에서도 ‘투쟁’이란 단어가 내부 결집을 위한 선전으로 쓰이거든요. 우리가 북한의 의도를 분석할 때 이 같은 사회주의 문화의 특성도 고려해야지, 문자 그대로 해석할 경우에는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 노골적으로 북한 지지 안 해 유엔 통해 제재 완화 시도

- 올해도 미북 관계의 긴장갈등대립 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남북관계도 좋지 않은 상황이고요. 이런 가운데 올해 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십니까?

[이성현 센터장]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미국과 교착상태는 장기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미국과 통하지 않고 있고, 남한은 북한 스스로 따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친구가 필요하겠죠.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북한의 경제적∙정치적∙외교적 의존도는 심화하겠죠.

하지만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은 북한만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보다 큰 문제인 미∙중 무역전쟁을 하고 있고, 이는 미래의 패권을 둘러싼 대결인데, 스스로 책임 있는 대국을 표방하는 중국으로서 자신들이 북한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인상을 노골적으로 주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중국의 이미지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중국은 항상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유엔이라는 국제기구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세력을 규합하려는 것이 최근 중국의 외교적 전략입니다. 유엔을 통해 러시아처럼 뜻이 맞는 국가와 함께 북한의 편의를 봐주고자 하는 것은 중국이 실질적으로 북한의 뒤를 봐주면서 자신의 모습은 숨기는 형태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 그래서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의 완화 관한 유엔 결의안을 제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있겠군요.

[이성현 센터장] 그렇습니다.

, 전략적 관망 유지... 적극적 개입 안 할 것

- 그동안 미북 간의 견해차가 커서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중국은 전략적 관망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도 하셨는데, 올해 미북 관계나 비핵화 협상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 변화가 있을까요?

[이성현 센터장] 현 상황에서 중국은 유엔에서 대북제재의 완화에 관한 결의안을 제출했고, 미국은 이를 거부했죠.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부터 스톡홀름의 실무회담까지 결렬된 가운데, 미국 내 일부에서는 ‘화염과 분노’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고, 북한은 계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기 때문에 중국은 이를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며 심각하게 봤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러시아와 함께 유엔이라는 기구를 이용해 미국에 신호를 보낸 것인데,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더 강한 제재를 통해 북한을 항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대화에 나올 수 있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다시 말해 종착지는 똑같지만, 접근 방법에서는 차이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미국이 거부할 것을 뻔히 알면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한 것은 북한을 배려한 정치적 제스처(행위) 입니다. 중국이 유엔에서 북한 편을 들어준 것에 대해서는 북한이 고마워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중국이라는 후원자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진지하게 대화에 안 나오는 면도 있지만, 동시에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많은 관찰자가 항상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혼동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동안 중국이 전략적인 관망자세였다면 올해는 적극적으로 북한 문제에 관여할 것으로 보시나요?

[이성현 센터장]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략적인 관망’과 ‘적극적인 개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도 있는데, 중국의 기존 전략을 ‘전략적인 관망’, 즉 매우 관심을 두고 있지만, 일부러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 자세를 말하죠. 물론 중국 스스로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국의 역할이 무엇이냐에 관한 토론의 여지가 있는데요. 제가 기존에 설명했던 것처럼 여전히 ‘전략적인 관망’으로 나갈 텐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이 미국과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뒤에 중국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냐’, ‘중국이 북한 뒤에서 비핵화 협상에 훼방을 놓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심을 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국이 ‘전략적인 관망’, 즉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언은 하겠지만, 미국의 의심을 살 정도로 적극적인 개입은 자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자체가 매우 전략적인 행동이 되겠죠.

이성현 한국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지난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 “올해 중국은 노골적으로 북한을 지지하기보다 유엔 등에서 세력결집을 통해 대북제재의 완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성현 한국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지난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 “올해 중국은 노골적으로 북한을 지지하기보다 유엔 등에서 세력결집을 통해 대북제재의 완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Photo: RFA

갈등 장기화에 따른 관계 변수

- 지난달에 한중 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조만간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런 가운데 1 무역 협상도 합의됐습니다. 같은 외교적 변화가 북한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있을까요?

[이성현 센터장] 한∙중 정상이 만난 것은 사드 갈등을 겪은 후였기 때문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인데, 이는 문제해결의 종결이 아닌 해결의 시작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미∙중 1차 무역 협상이 합의됐지만, 쉬운 부분이 합의된 것이고 중국의 법률 개정이나 지적재산권, 중국 국영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등 중국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등에 있어 핵심 부분은 1차 협상에서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2차 협상에서 다뤄질 텐데, 그것이 본 게임이고,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1차 무역 협상이 합의됐어도 이는 봉합일 뿐 앞으로 더 큰 도전이 남았다고 보고, 미∙중 갈등도 중∙장기적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중관계를 물어보셨는데, 미∙중 관계를 먼저 꺼내 든 것은 중국의 전략적 관점에서 한국은 한∙중 양자 관계가 아니라 미∙중 관계 속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도 대두될 텐데,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을 자기편으로 견인하려 할 테고, 적어도 미국 본토 외 가장 큰 미군 기지가 있는 한국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억지하려 할 것입니다. 동시에 북한의 전략적 가치도 상승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미∙중 간 경쟁 구도에서 한반도의 남과 북 모두를 중국과 미국 사이의 ‘완충지대’로 만들려 한다는 말이 바로 이것입니다. 중국이 이전의 북한만이 아닌 한반도 전체를 완충지대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지요. 특히 한∙미∙일 삼각관계에서 한국을 미국에서 떼어놓으려 하기 때문에 이같은 노력은 더할 겁니다. 따라서 한반도의 상황은 더 민감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 올해는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미국 대선에 대한 관심이 같은데요. 미국의 대선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요?

[이성현 센터장] 이는 매우 창조적인 질문인데요.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주로 국내문제가 관심을 받지, 북한 문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습니다. 중국 문제도 무역, 특히 경제문제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미국 대선에서 중국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그럼 북∙중 관계가 미국의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관련해서는 최근 러시아도 중국, 북한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죠. 중국, 북한,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것이 국내 현안 중심의 미국 대선에 바로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대선 이후 중∙장기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들의 결속이 미국의 지도력과 국제사회 속 위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미북 관계, 남북관계의 교착국면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을 텐데요. 한국과 중국이 어떻게 소통협력해야 할까요?

[이성현 센터장] 우리가 관찰했듯이 미국과 중국 간에 경쟁∙갈등의 시기인데, 한국에는 미국과 중국 모두 중요하고요. 북핵 문제 해결에도 두 나라가 필요하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위치가 애매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한국이 중국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앞서 한국 스스로 어떠한 국가이고,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오히려 저는 중국이 앞으로 한국을 어떻게 대하려 할 것인지를 지적하고 싶은데요. 중국은 미∙중 관계의 악화에서 한국을 자기편으로 견인하려 할 것이고, 한국은 북핵 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중국의 이러한 견인책에 호응하려는 생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후 중국이 내세우는 논리는 “북핵 문제는 미북 양국에만 맡기면 안 되고, 한국과 중국이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한반도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문제이기 때문에 동북아지역의 안보 차원에서 한국과 중국이 협력을 강화하자”라며 한국을 설득하려 할 텐데요. 이는 결국, 아시아에서 미국은 떠나라는 것이거든요. 한국이 이런 논리를 잘 파악하지 못하면 한미동맹 관계가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 미∙중 관계에서 국익을 위해 한∙중 관계를 이용하려는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한국은 더 지혜롭게 한∙중 관계를 조정해야겠고요. 그 첫걸음으로 한국이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 오늘 말씀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2020 관계 전망과 관련해 이성현 한국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센터장님, 고맙습니다.

[이성현 센터장] 네. 고맙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