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1년…북중국경 현주소] ① 발묶인 북 무역일꾼 생활고 시달려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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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1년…북중국경 현주소] ① 발묶인 북 무역일꾼 생활고 시달려 지난 1월 20일 촬영한 중국 단둥 세관 앞의 모습.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상점은 모두 문을 닫았고, 차량은 물론 지나가는 사람도 없을 만큼 썰렁한 분위기다.
RFA PHOTO

앵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북중 국경이 봉쇄된 지 일 년이 지났습니다. 북한 신의주와 마주하고 있는 중국 단둥시는 양국 간 물적, 인적 교류가 멈춰서면서 썰렁한 모습입니다.

평소 무역일꾼들로 붐볐던 단둥 세관과 보세 창고에는 인적이 끊겼고, 세관 주변의 많은 상점들은 문이 닫혀 있는 등 북중 국경 봉쇄가 지역 상권에 미친 경제적 파장도 일 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발이 묶인 북한 무역 주재원과 화교들의 생활고도 심각해 버티기 어려울 정도인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 특별기획 ‘봉쇄 1년…북중국경 현주소’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국경지역의 을씨년스런 모습을 노정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텅 빈 세관, 문 닫은 상점들, 한산한 도로... 일 년 만에 유령 도시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와 마주하는 중국 단둥시. 지난 1월 20일 촬영한 사진 속 단둥 세관 앞은 추운 겨울 날씨만큼 썰렁한 모습입니다. 평일 낮 시간이었음에도 ‘평양통신’, ‘백화점’ 등 한글 간판을 단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았고, 세관 앞이나 인근 도로 위를 지나는 차량들의 모습도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단둥에 있는 화웬 보세창고는 북중 교류가 멈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입니다. 이곳은 단둥에서 북한으로 수출하는 물품을 트럭에 싣고 검사하는 창고인데, 정상적이라면 매일 백여 대 이상의 대형 트럭들이 드나들어야 하지만, 지금은 창고 앞 넓은 공터에 한 대의 차량도 보이지 않습니다.

일 년 넘게 북중 간 인적∙물적 교류가 끊긴 이후 북한과 크고 작은 무역 거래를 하던 중국인 대북 사업가들은 물론, 북한 무역업자나 주민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던 식당, 상점들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또 무역회사에서 일하던 트럭 운전사들, 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들도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지 일 년이 넘었습니다.

중국 단둥에서 북한과 무역을 해왔던 대북사업가도 현재 북중 국경지역의 상황을 묻는 말에 깊은 한숨부터 내쉽니다.

[대북 사업가] 다들 죽을 지경이죠. 돈도 다 떨어지고. 여기 있는 사람들도 지금 다 난리에요. 창고에 물건은 잔뜩 쌓아놓고, 돈 받을 것도 있고, 돈 받은 것도 못 보내고 있고, 다 그렇죠. 상점들도 할 일이 없으니까 여는 집은 열고, 열어 놓고도 안에서 마작 놀고, 손님이 오면 오는 거고...

모두 지난해 1월 말,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북중 국경을 봉쇄한 뒤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북중 국경도시의 모습입니다.

중국 연변자치주에 거주하는 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양강도 혜산시와 마주하는 장백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 년 넘게 인적∙물적 교류가 끊기면서 북한 주민을 상대하거나 밀수를 통해 먹고 살았던 중국 현지 주민의 살림살이도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북중 국경 사정에 밝은 한국의 북한 인권단체 ‘징검다리’의 김형수 공동대표도 최근 (1월 1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중 간 인적∙물적 교류는 일 년 가까이 꽉 막혀 있는 상황”이라며 “국경지역의 중국, 북한 주민 모두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김형수 대표] 지금도 여전히 막혀 있는 상태이고요. 최근에 코로나19를 핑계로 단속이 더 심하다 보니 북중 국경을 통해 탈북민들이 나오기 어렵고, 밀수도 많이 못 하다 보니 북한 주민들이 참 어렵게 살아가고 있거든요.

단둥의 대북사업가에 따르면 북중 국경이 봉쇄된 지 일 년이 넘으면서 북한에 돌아가지 못한 화교들이나 북한 무역 주재원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중국에 친인척이 있는 사람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낫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방 하나에 5~6명이 투숙하는 싸구려 여인숙에 머물면서 국경이 다시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겁니다.

외화벌이를 위해 파견됐다 중국에서 발이 묶인 북한 무역 주재원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에서 딱히 할 일도 없고 삼삼오오 모여 당구나 주패놀이로 시간을 보내지만, 이마저도 돈에 여유가 있는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집세를 못 내 집주인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사례도 빈번하고 생활비를 벌 목적으로 식당 등에서 작은 일자리라도 알려보려 하지만, 중국 현지 경기도 매우 침체돼 있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들은 북중 국경 봉쇄가 풀리고 무역 재개 소식만을 애타게 기다리지만, 그런 분위기는 전혀 감지되지 않는 가운데 북한의 8차 당 대회가 끝난 이후에는 영사관에 모여 당 대회 관련 학습에만 매진하고 있습니다.

[대북사업가] 소식이란 게 없죠. 점점 심각한데, 무역 주재원들은 매일 당 대회 학습을 한다고 하네요. 당 대회 끝나도 (무역 재개) 움직임은 전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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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에 촬영한 중국 단둥 세관 앞(좌)과 문을 닫은 상점들의 모습 / RFA PHOTO



기약 없는 기다림... 국경지역의 중국, 북한 모두 힘들어

애초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지난 8차 당 대회가 끝난 이후 국경 봉쇄가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기약 없는 기다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최근 (1월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해 12월 초까지만 해도 당 대회 이후 무역이 재개될 것이란 소문이 있었지만, 코로나19의 재유행으로 북한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작년 12월 초쯤 당 대회가 끝나면 무역이 재개될 것이란 말이 돌았습니다. 무역회사에서 나온 말들인데, 김정은 정권에서도 당 대회가 아주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에 이때까지는 코로나 방역으로 문을 닫고, 천천히 무역 재개를 해보자는 생각이었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12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다시 시작됐고, 중국에서도 환자가 생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입장에서도 고민이죠. 어느 정도 각오하면서 무역 재개를 하던지, 아니면 중국 상황이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북한 입장에서 보면 코로나19 때문에 전망이 어둡고, 계획도 잘 세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단둥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선양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선양에서 온 사람들은 의무적으로 14일간 강제 격리를 해야 할 만큼 단둥시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이처럼 일 년 넘게 굳게 닫힌 북중 국경,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북한의 경제 상황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북중 국경지역의 사정을 잘 아는 대다수 사람의 분석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양강도 혜산을 생각해보세요. 주변이 다 산이잖아요. 중국과 거래 때문에 잘 살았지만, 중국과 거래를 막으면서 북한에서 제일 못사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직전까지 북중 국경지역에서 무역일꾼으로 일했던 탈북 여성도 “국경이 봉쇄된 지 일 년이 넘은 상황에서 북한 상인들의 재고도 거의 바닥이 났을 것”이라며 북한 내륙지방은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상황일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매년 북중 국경지역을 다니며 북한 주민의 생활을 살펴보는 한국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의 강동완 교수도 새해 북한 달력조차 구할 수 없을 만큼 북중 교류는 완전히 중단돼 있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강동완 교수] 제가 북중 국경을 다니면서 사진 촬영도 하지만, 북한 물건을 많이 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도와주시는 현지 분들이 계신데, 지금도 전화 연결을 해보면 북중 간 교역은 거의 중단됐다고 말합니다. 사람이 오갈 수가 없기 때문에 물자도 나올 수가 없고, 매년 북한 달력도 입수했는데 지금은 달력조차도 나올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 정도로 북중 국경이 막혀있다고 볼 수 있고요. 북중 국경지역의 형편이 그나마 낫다고 하는 것은 북중 간 교역이나 밀수를 통해 경제적 혜택을 얻게 되는데, 이것이 전면적으로 중단돼있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 년 넘게 이어진 북중 국경봉쇄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 측 국경도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고, 그 어려움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언제 봉쇄가 풀려 이전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 국경지역의 깊어가는 한숨과 지루한 기다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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