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1년…북중국경 현주소] ③ 북한 내 한류 확산도 주춤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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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1년…북중국경 현주소] ③ 북한 내 한류 확산도 주춤 한산한 중국 단둥 고려거리 모습.
AP Photo/Dake Kang

앵커: 일년 넘게 이어진 북중 국경의 봉쇄는 사회, 경제적 여파뿐 아니라 외부 정보의 유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공식 무역과 밀수 등 인적, 물적 교류가 사실상 전면 중단되면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이 북한으로 유입될 통로까지 막혀 버렸기 때문인데요. 이를 통해 돈을 벌었던 밀수꾼들의 수입도 끊겼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방역을 내세워 비사회주의 현상에 대한 단속을 한층 강화한 것도 북한 내 한류 확산이 주춤해진 이유가 되고 있는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 특별기획 ‘봉쇄 1년…북중국경 현주소’ 오늘은 세 번째 시간으로 외부 정보 유입 통로까지 막혀버린 국경 상황을 노정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 ‘사랑의 불시착’ 들어봤어요”

[이수진 씨(가명)] 북한에 있을 때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제목을 들었어요. 이 밖에도 들어 본 영화나 드라마 제목이 많은데, 젊은 대학생층에서는 자기들끼리 많이 보거든요.

지난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 여성 이수진 씨(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요청). 북한을 떠나기 전까지 한국 드라마와 가요 등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 씨는 중국에 있는 지인이 밀반입한 중국 휴대전화에 저장해 보여준 한국 드라마를 여러 편 시청했습니다.

2018년 4월, 자유아시아방송 기자가 중국 단둥에서 당시 북한에 있던 이 씨와 영상통화를 할 때도 한국 가수 이승기 씨의 노래를 직접 불러줄 정도였습니다.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2019년 12월에 방영되기 시작했는데, 금세 드라마 제목을 들어볼 만큼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의 확산이 빠르고 많은 사람들이 비밀리에 봤다는 것이 이 씨의 설명입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의 젊은 층이 한국 드라마 속 사랑 이야기에 흠뻑 빠졌고, 발전된 모습의 한국을 동경하면서 한국말을 따라 하는 것도 이미 유행이 된 지 오래입니다. 전지현, 송혜교 등 한국 배우들은 북한에서도 꽤 유명하고, 본명보다는 드라마나 영화 속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고 이 씨는 덧붙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월, 북중 국경이 봉쇄되기 전까지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무역일꾼이나 밀수꾼 사이에서 적지 않은 수입이 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 등을 담은 메모리칩(저장장치)을 넘겨주는 대가로 미화 수백 달러가 오갈 정도였습니다.

[이수진 씨(가명)] 처음 출처를 보면 무역하는 사람들에서 나옵니다. 메모리를 들여오거나 인터넷이 되는 곳에 가서 컴퓨터로 보고 다운을 받는 것 같아요. 또 메모리로 저장하는 조직이 있습니다. 저에게도 그런 주문이 들어 왔었거든요. 그건 엄청 큰돈이 됩니다. 저는 위험해서 하지 않았는데, 한 박스를 매수해 주면 미화로 몇백 달러를 주겠다고 했어요.

기자: 메모리칩을 담은 박스를 북한에 넘기면 돈을 준다는 거죠?

[이수진 씨(가명)]네. 그렇게 밀수해 주는 거죠. 그런데 불순 녹화물이 엄청 많이 들어와요. 보통 드라마나 영화도 많고, 야한 영화 때문에 잡혀 온 사람도 많아요.

북한 당국이 비사회주의의 확산 방지를 이유로 강력한 처벌을 앞세워 한국 드라마와 영화 시청을 단속해 왔지만, 한류의 전파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북중 국경이 봉쇄되기 직전까지도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유입은 계속됐으며 실제로 ‘사랑의 불시착’도 첫 방송 이후 금세 북한에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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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손예진(오른쪽), 현빈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북∙중 국경봉쇄로 한국 드라마 유입 쉽지 않아

하지만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의 확산이 주춤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공식 무역이나 밀수 등 인적, 물적 교류가 전면 중단되면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북한에 유입할 통로도 사실상 막혀버렸기 때문입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최근(1월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여전히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싶겠지만,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북중 국경의 봉쇄’와 ‘북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 등으로 이를 접할 기회가 많이 사라졌다고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한국 드라마에 대한 열기가 많이 식었다고 보면 될 겁니다. 생각도 못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역시 코로나19입니다. 작년 1월 말부터 북중 국경을 막아 버리면서 유입 통로가 거의 차단됐습니다. 더는 새로운 것이 유입될 여지가 매우 좁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북중 국경지역 사정에 밝은 한국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의 강동완 교수도 최근(1월 2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사람을 통한 무역이나 밀수가 전면 차단된 상황에서 외부 정보의 유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강동완 교수] 만약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거나 또는 밀수는 통해서 외부 정보가 들어간다면 당연히 지난 일 년 동안 그런 활동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중 국경에서 물에 떠내려오는 페트병 등을 북한 주민이 직접 수거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래서 물에 흘려보내거나 가까운 거리에서는 중국 쪽에서 북한 쪽으로 물건을 던질 수도 있으니까 그런 방식으로 활동했다면 여전히 외부 정보가 북한에 유입될 수 있겠지만, 밀수나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전달하는 경우는 아무래도 제한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둥의 대북소식통도 최근(1월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새로운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유입이 어려워지면서 이전에 시청했던 영상들을 다시 본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일 년 동안 코로나19 방역을 내세워 비사회주의 문화에 대한 단속과 이동 제한 등 사회 통제를 한층 강화해 왔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인 지난해 3월, ‘비사회주의적 현상과 투쟁은 전군중적인 사업’이라는 제목과 함께 북한 주민의 옷차림과 머리 모양, 말투 등에 대한 단속을 예고했으며 지난해 12월 4일에는 최고인민회의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도 김정은 정권이 한국 문화와 정보의 영향을 받은 젊은이들이 말투까지 흉내 내자 북한 체제가 흔들릴 것을 우려해 한류의 유포를 반국가 범죄로 규정하고 공개재판, 추방은 물론 군 입대와 진학 등에서도 제외하는 등 한국 드라마와 영화 시청 근절을 위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김정은 정권이 일 년 전부터 사회 질서 유지에 크게 주력하면서 괴뢰문화 유입 확산에 대해 정말 엄하게 처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유포시킨 자는 젊은 사람들도 공개재판까지 하고 있어요.

일 년 넘게 이어진 북중 국경의 봉쇄는 북중 간 경제∙사회적 여파는 물론 한국 드라마를 비롯한 외부 정보의 유입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여전히 한류에 목말라 있는 국경지역의 북한 주민들이 대체 수단을 모색해 보지만, 강력한 단속 탓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탈북민이나 대북 전문가들은 국경 봉쇄로 외부 정보 유입에 제약이 커진 가운데 인적, 물적 교류 없이 뉴스와 음악 등 정보 전달이 가능한 라디오처럼 다른 매체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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