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국경서 엿본 북한의 속살] ① 강제 동원∙작업에 내몰린 어린이들

워싱턴-노정민, 천소람 nohj@rfa.org
202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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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국경서 엿본 북한의 속살] ① 강제 동원∙작업에 내몰린 어린이들 수레를 밀고 끌고 가는 북한 남성들 (좌), 소달구지에 짐을 싣고 가는 북한 주민들 (우)
사진제공 – <평양 882.6km: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

앵커: ‘작업 중 어깨에 멘 모래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진 남자 어린이’, ‘물건을 실은 수레를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거친 숨을 내쉬는 성인 남성들’, ‘농촌 동원으로 옥수수밭에서 작업하는 어린이들’. 북중 국경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북한 주민의 일상적인 모습들입니다.

북중 국경을 따라 촬영한 사진들을 최근 책으로 펴낸 한국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의 강동완 교수는 “북한 주민의 실생활을 알려면 평양이 아닌 국경지역을 살펴봐야 한다”라고 강조하는데요. 화려한 평양과 달리 팍팍하고 고된 북한 주민들의 진짜 일상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특별기획 ‘북중 국경서 엿본 북한의 속살’,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노정민 기자가 강 교수와 함께 북중 국경에서 촬영한 사진을 통해 북한 당국이 애써 숨겨왔던 북한의 실제 모습을 짚어봤습니다.

삶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북중 국경의 북한 주민 모습들

철조망 너머 작은 수레에 무언가를 잔뜩 싣고 가는 두 북한 남성. 한 명은 앞에서 끌고 다른 한 명은 뒤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온 힘을 다해 수레를 밉니다. 이를 악문 얼굴에는 힘겨운 표정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소달구지에 짐을 싣고 가는 또 다른 모습은 과거 한국의 1960~70년대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바로 옆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라고 쓰인 팻말이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이동수단이 여의치 않은 북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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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국경지역의 북한 주택 모습 / 사진제공 – <평양 882.6km: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

잿빛 색깔을 띤 채 한 눈에 봐도 오래돼 보이는 똑같은 모양의 낡은 집들도 눈길을 끕니다. 북중 국경지역에는 한 채에 2세대에서 4세대까지 거주하는 주택이 많은데, 일명 ‘하모니카 주택’이라고 불립니다. 부엌 하나에 방 하나로 이뤄진 한 칸짜리 주거 공간으로 집이 마치 하모니카처럼 구분돼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국가에서 무상으로 지어줬지만, 난방과 전기 시설이 열악해 나무나 석탄을 때고, 사적 공간도 보장되지 않는 매우 열악한 형태의 주택들이 집단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life3.png북한의 선전마을. 전력난 때문에 밤에는 선전 구호와 공공건물 외에는 전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 사진제공 – <평양 882.6km: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

반면, 북한 당국이 조성해 놓은 선전 마을의 주택은 잘 꾸며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회주의 제도 만세’라는 구호 아래 현대식 건물이 줄지어 들어서 있습니다. 하지만 밤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집에서는 불빛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직 선전 구호와 공공건물에만 환한 불빛이 들어와 이곳이 사람이 살지 않는 선전마을임을 짐작게 합니다.

한국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의 강동완 교수가 2019년 4월부터 11월에 걸쳐 평안북도 신의주와 맞닿아 있는 중국 단둥에서부터 함경북도 온성과 접하는 중국 훈춘까지 북중 국경지역을 촬영한 사진들에는 북한 주민의 고단한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언론에 비친 평양의 화려한 모습과 확연히 다른 북한 주민들의 실제 생활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강동완 교수] 북중 국경지역에서 바라보는 북한은 분명히 평양과 다릅니다. 북한 평양은 매우 잘살고 있는 것처럼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북중 국경에서 바라본 북한 주민의 삶은 북한 정권이 선전하는 것처럼 그렇게 화려한 삶이 아니었습니다. 한 동이의 물을 구하기 위해 우물에서 물을 길어가기도 하고, 수백 미터를 걸어 나와 강변에서 빨래하는 모습도 볼 수도 있고, 집들도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은 정도로 매우 낡은 모습들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평양만을 바라보면서 그것이 북한 전체 모습인 것처럼 오해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위험한 농촌 동원길, 무거운 포대자루에 넘어지는 어린이들

사진 속 북한 어린이들의 삶에도 고단함이 묻어 있습니다. 파란 트럭의 짐칸에 빼곡히 실려 아슬아슬한 산길을 내려가는 북한 어린이들은 농촌 동원을 나가는 중입니다. 옥수수밭에서 허리를 굽혀 일하는 아이들도 아직 앳된 모습입니다.

[강동완 교수] 굉장히 마음이 아픈 사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진을 찍을 때 굉장히 높은 곳을 촬영했는데, 북한의 허름한 트럭 뒤에 빼곡히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다름 아닌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어디를 가는지 확인해보니까 농촌 지원을 하러 나가는 장면이었죠. 절벽 위로 차가 다니고 있었는데, 세계 어디를 봐도 어린이들을 그렇게 트럭에 태워 동원 현장으로 가는 모습은 없을 것 같은데, (북한에서) 그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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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짐칸에 타고 농촌 동원을 떠나는 북한 어린이들 (좌), 옥수수밭에서 작업하고 있는 어린이들 (우) / 사진제공 – <평양 882.6km: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

2019년까지 북중 국경지역에 거주하다 탈북한 한서진(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씨는 북한에서 어린 학생들이 농촌 일손 돕기에 동원되는 건 일상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서진 씨(가명)] 시내에 있는 학생들이 농촌으로 갈 때는 차를 타고 가지만, 농촌에서 농촌으로 갈 때는 걸어서 가죠. 한 번 나가면 한 달 정도 가 있는 겁니다. 북한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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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강변에서 모래 나르기 작업을 하는 북한 어린이. 모래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넘어진 모습. / 사진제공 – <평양 882.6km: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


어린 학생들은 농촌 일손 돕기에만 동원되는 게 아닙니다. 하얀 자루를 어깨에 멘 채 모래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는 남자 어린이. 촬영 당시 일요일이었는데도 강변의 모래를 담아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모래자루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진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강동완 교수] 전 세계적으로 아동 노동을 금지하고 있는데요. 북한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을 하고, 일요일은 공휴일로 지정돼 있지만, 마침 많은 어린이들이 강변에 나와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강변의 모래를 담아 옮기는 작업인데, 아이가 워낙 어리다 보니 포대자루의 무게에 짓눌려 넘어지고 만 장면을 제가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북한에서) 아동 노동이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여름에는 어린이들이 압록강에서 떠내려온 페트병을 줍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페트병을 모아 장에 내다 팔면 옥수수와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강도 혜산시가 고향인 탈북 여성 김혜영(신변안전을 위해 가명 사용) 씨도 각종 동원과 작업 등으로 어린 학생들의 고단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사진 속 북한 주민의 생활이 더 과거로 되돌아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김혜영 씨(가명)] 어깨에 뭘 메고 일하는 학생은 아마 돌이나 모래 같은 것을 나르는 것 같은데, 집이나 학교를 보수해야 할 때 돌이라 모래를 내라는 과제가 있으면 아이들이 나가서 하는 거죠. (사진의 모습은) 더 옛날 시대로 돌아가는 것 같은데요.

압록강 끝에서 두만강 끝까지,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화려하게 꾸며진 평양과 확연히 대비되는, 북한 주민들의 고단한 진짜 삶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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