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국경서 엿본 북한의 속살] ② “무표정한 어린이 눈빛 안 잊혀져”

워싱턴-노정민, 천소람 nohj@rfa.org
20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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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국경서 엿본 북한의 속살] ② “무표정한 어린이 눈빛 안 잊혀져” 공놀이를 하는 남자 어린이들. 카메라를 향해 총을 겨누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사진제공 – <평양 882.6km: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

앵커: 천진난만하게 뛰노는 어린아이들부터 출장 미용사,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까지 북중 국경지역에서 바라본 사진 속 북한 주민들은 그들만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 시간이 멈춰버린 또 다른 세상에서 사는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지만, 북한 주민들도 한국민과 똑같은 말을 사용하는 한민족이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특별기획 ‘북중 국경서 엿본 북한의 속살’,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노정민 기자가 강동완 한국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와 함께 북중 국경지역 주민의 일상을 살펴봤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 열악한 모습 감출 수 없어

강동완 교수가 2019년 4월부터 11월에 걸쳐 북중 국경지역을 촬영한 사진들에는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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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농촌 지역의 출장 미용 서비스 / 사진제공 – <평양 882.6km: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



한 농촌 마을의 어느 집 앞마당에서는 출장 미용사가 여성의 머리를 손질하고 있고, 그 옆에는 다른 여성들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경 시골 마을에 임시 야외 미장원이 들어선 모습입니다. 한 여성은 파마를 했는지, 머리에 빨간 두건을 쓰고 있습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이처럼 도시에 사는 미용사가 시골 마을로 출장을 올 때면 동네의 모든 여성들이 머리를 자르거나 염색, 파마 등을 하기 위해 모이기도 합니다.

[강동완 교수] 재미있는 것은 비용을 돈으로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지은 옥수수나 쌀로 대신한다고 하는데, 더 중요한 것은 북한 당국이 이런 출장 미용 서비스조차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는 거죠. 이렇게 시골 마을을 다니면서 미용 서비스를 하는 것이 사회주의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단속하는 건데, 그러면 북한 주민은 어디에서 미용 서비스를 받아야 할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된 사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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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를 하는 여자 어린이들 (좌), 강가에 나란히 앉아 있는 모자 (우) / 사진제공 – <평양 882.6km: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



수영복을 입고 강에서 물놀이를 하는 여자 어린이들의 모습은 평화롭기만 합니다. 강가에 나란히 앉아 있는 엄마와 어린 아들의 모습을 통해서는 북중 국경을 가로질러 흐르는 압록강이나 두만강이 북한 주민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터전임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사진에는 장난감 총을 겨누는 남자 어린이가 눈에 띄고 그 옆에 서 있는 남학생의 옷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듯 영어로 이탈리아(Italia)라고 씌어 있습니다.

국경 마을인 양강도 혜산시가 고향인 탈북 여성 김혜영 씨(신변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는 사진을 보면서 15년 전 자신이 북한을 떠났을 당시보다 더 열악한 상황인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야외 출장 미용실은 과거에는 볼 수 없던 장면이란 겁니다.

[김혜영 씨(북한)] 미용하는 것 보니까 정말 기가 막히네요. 옛날에는 이런 일이 없었어요. 미용실도 얼마나 깨끗하게 잘 되어 있는데요. 이런 출장 미용은 처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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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양강도 혜산시장의 입구 모습. / 사진제공 – <평양 882.6km: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



북한 주민도 한국 국민과 다르지 않아

양강도 혜산시에 있는 혜산시장 입구 골목은 북한 주민들로 북적입니다. 길 양쪽으로 과일과 채소, 땔감, 먹거리 등을 파는 상인들이 줄지어 앉아있고,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은 물건을 구경하거나 흥정을 하는 듯 보입니다.

[김혜영 씨] 여기 보세요. 상인들이 옆에 다 앉았잖아요. 땔감부터 시작해서 각종 물건을 사는데, 지방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어디서 구할 수가 없거든요. 시장에 가서 사는 겁니다.

강 교수는 북한 장마당의 모습이 한국의 여느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낄 만큼 매우 역동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 밖에도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고층 아파트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 북한 여성, 뒤에 딸을 태우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빠,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는 북한 남성들 등 북중 국경지방에서 바라본 북한 주민의 삶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처럼 평범했습니다.

강 교수는 북중 국경지역을 다닐 때 북한 주민과 인사를 나눴던 경험담을 소개하면서 남북이 같은 말을 쓰는 한민족임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강동완 교수] 북중 국경에서 거리가 가까운 곳은 대화를 하면 들릴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안녕’하고 인사하면 북한의 어린이들도 손을 흔들어 주거나, 북한 어린이들이 강변에 나와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제가 ‘뭐해?’라고 물었더니 ‘놀아’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었고, ‘고기 많이 잡혔어요?’라고 물어보면 ‘잘 안 잡혀’라고 대답한 적도 있죠. 똑같은 우리 말을 쓰고 있는 사람들인데, 중국에서 압록강 너머로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픈 현실이었습니다.

강 교수는 압록강에서 낚시하는 남자 어린이의 사진을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으로 꼽았습니다. 무릎 높이의 강에 들어가 물에 흠뻑 젖은 채 낚싯줄을 묶고 있는 남자 어린이가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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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에 낚싯줄을 묶어 고기를 낚고 있는 남자 어린이 / 사진제공 – <평양 882.6km: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



[강동완 교수] 한 어린아이의 눈빛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나뭇가지에 겨우 낚싯줄을 묶어 여러 마리의 고기를 낚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이었는데, 깡마른 체구와 무표정한 얼굴, 무엇보다 그 어린이의 눈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저렇게 살아가고 있는 어린이들이 우리(한국) 아이들이라면 우리는 어떤 마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북한 어린이들도 지금 한국이 누리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복지가 보장되는 곳에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북한 주민의 평범한 일상을 통해서도 분단과 남북의 격차를 느낄 수 있는 곳, 그럼에도 남북한이 한민족임을 느낄 수 있는 곳, 오늘날 북중 국경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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