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국경서 엿본 북한의 속살] ③ 더딘 변화 속 감시초소 늘어

워싱턴-노정민, 천소람 nohj@rfa.org
202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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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국경서 엿본 북한의 속살] ③ 더딘 변화 속 감시초소 늘어 북중 국경의 감시초소에서 경비 근무를 서는 북한군.
사진제공 – <평양 882.6km: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

앵커: 사진 속 북중 국경지역의 모습은 몇 년째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10년이 넘도록 일반 주민의 생활도 똑같지만 단 한 가지, 새로 설치된 철조망과 국경초소의 증가만이 뚜렷한 변화였습니다.

15년 전 고향을 떠나 온 탈북 여성이나 일 년 전 탈북해 최근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도 사진 속 북한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안타까워했는데요. 그나마 이 모습도 과거보다는 나아졌다고 말합니다.

‘북중 국경서 엿본 북한의 속살’, 오늘은 세 번째 시간으로 노정민 기자가 한국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의 강동완 교수, 탈북민들과 함께 북중 국경지역에서 최근 어떤 변화를 엿볼 수 있는지 짚어봤습니다.

북한 주민 생활, 최근 10년 사이 큰 변화 없어

[김혜영 씨(가명)] (사진을 보면) 15년 전 그때와 비슷하긴 하지만, 더 한심해 보이는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파요. 오히려 옛날보다 더 못한 것 같아요. 사람들의 모습도 그렇고요. 그냥 너무하다는 생각만 드네요.

북중 국경 마을인 양강도 혜산시가 고향인 탈북 여성 김혜영(신변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씨. 2019년에 촬영한 북중 국경지역의 사진을 살펴보면서 내뱉은 첫 마디는 ‘북한이 더 과거로 되돌아간 것 같다’였습니다.

탈북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사진 속에 나타난 북한 주민들의 옷차림부터 이동 수단, 주거 환경, 전력 사정 등 모든 면에서 나아진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나마 국경지역은 중국과 맞닿아 있어 내륙지방보다 낫겠지만, 지난 세월 동안 발전이라곤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고 김 씨는 지적했습니다.

[김혜영 씨] 그래도 김일성 주석 당시에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김정일 시대에는 정말 굶어 죽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도 뭐가 발전됐는지 도대체 모르겠어요. 이 사진을 보면 변화라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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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국경지역의 한 마을의 모습. 자력갱생을 강조한 선전 문구가 눈에 띈다. / 사진제공 – <평양 882.6km: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



매년 북중 국경지역을 찾는 강동완 교수도 뚜렷한 변화를 찾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습니다. 국경지역에서 촬영한 사진을 탈북민들에게 보여줄 때마다 돌아오는 답변도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늘 한결같다’라는 말이었습니다.

[강동완 교수] 제가 올리는 사진이나 영상을 보고 많은 탈북민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북한 주민이 살아가는 집이나 그 밖의 모습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렇게 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농촌 생활 발전돼... 경비초소 증가가 큰 변화

반면 2019년까지 북중 국경지역에 살았던 탈북 여성 한서진(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사용) 씨는 사진 속 북한 농촌 지역이 과거보다는 많이 발전한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씨는 사진에 나타난 모습이 그다지 발전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도 ‘그래도 옛날보다 나아졌다’라며 ‘최소한 요즘에는 밥 굶는 사람이 없고, 옷차림도 이전보다 수준이 높아졌지 않냐’라고 반문합니다.

[한서진 씨(가명)] 제가 볼 때는 그래도 10년 전보다 농촌 현실이 많이 발전된 상태에요. 제가 10년 전에 농촌 모습을 봤을 때는 정말 막연했거든요. 그래도 요즘은 굶는 사람도 없고, 옷도 너무 못 입지도 않아요. 농촌에서 식용 기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지금은 시골 사람들도 기름이며, 흰밥 다 먹고요. 그런 점에서는 10년 전보다 발전한 것 같아요.

[강동완 교수] 북중 국경에서 바라본 북한의 모습을 한국 분들에게 보여주면 한결같이 하는 말이 대한민국의 1960~70년대와 같다고 이야기하거든요. 정말 경제 상황이 어렵고 열악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건데, 똑같은 장면을 탈북민들에게 보여주면 그나마 국경 지역이기 때문에 살기가 좋은 곳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그 말이 매우 충격적이었는데, 남한 출신 사람들이 볼 때 너무 어려웠던 1960~70년대를 떠올리지만, 북한 출신 사람들이 볼 때는 그나마 잘 사는 지역이라고 말하니까, 북한의 안쪽 지역은 더 살기 어렵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죠.

북중 국경지역의 생활 수준이 비교적 높은 이유는 중국을 통한 외부 물자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북중 국경지역이라 해도 도시와 농촌 간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북중 국경의 여러 도시를 다녀봤다는 한 씨는 시내에 사는 북한 주민이 농촌에 비해 옷차림부터 먹는 것, 심지어 피부색까지 큰 차이가 난다고 말합니다. 또 같은 도시라 해도 신의주와 혜산의 발전된 모습이 다르지만, 전력 사정은 어디나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한 씨는 덧붙였습니다.

북중 국경지역에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국경경비의 강화입니다. 철조망은 국경을 따라 더 길게 설치됐고, 초소는 곳곳에 더 많이 세워졌습니다.

[강동완 교수] 제가 자주 가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갈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똑같은 장소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촬영하거나 아니면 일 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똑같은 장소를 바라보게 되는데, 가장 두드려지게 변한 것은 초소입니다. 전달에 갔을 때 없던 군 초소가 이번 달에 갔을 때는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서진 씨(가명)] 초소가 많이 늘었어요. 지난 1년 사이에도. 철조망도 많이 생기고, 이제는 CCTV까지 설치했다고 하니까... (그만큼 국경 경비가 강화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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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 너머로 보이는 북한 농촌 마을 (우) / 사진제공 – <평양 882.6km: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



북∙중 국경, 한국 생활 수준과 비교 안 돼

일년 전까지 북중 국경마을에서 살았던 한 씨는 북한에서 먹고 싶은 것 먹고, 놀러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다니며 비교적 풍요로운 생활을 했습니다. 이제 북한도 먹고 입는 생활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한국 생활을 경험해보니 한참 뒤떨어진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남북한을 비교조차 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한서진 씨(가명)] 남북 생활이 비교가 안 되죠. 이 사진을 보니까 더 비교가 안 되는 것 같아요. 한국은 정말 발전이 된 것 같고. 북한은 너무 미약한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최소한 전기 걱정은 없어서 좋습니다.

강 교수는 북중 국경지역을 다닐 때마다 남북 간 생활 수준의 격차는 물론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지 않은 북한 주민의 삶을 계속 느끼고 있다고 말합니다. 일반 주민의 생활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반면, 북중 국경을 따라 더 길어진 철조망과 많아진 국경초소가 바로 그 단면 중 하나입니다.

[강동완 교수]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삶의 모습들이 이 사진 속에 담겨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누리고 살아가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들이 이 사진들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사진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제대로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북한 주민의 실생활이 바깥세상에 더 많이 알려지고 이들의 삶이 더 나아질 때까지, 그가 북중 국경지역의 모습을 앞으로도 한 장, 한 장 사진으로 기록하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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