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제재 완화 기대 속 미 대선 관심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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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모금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9일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국제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모금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9일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국제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AP Photo/Evan Vucci

앵커: 북한에서도 오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대북제재의 완화를 바라는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대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제재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내 유력 후보들도 무조건적인 대북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인 가운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미북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대북제재 완화’ 카드를 쓸 가능성이 더 높다고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는 분석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 주민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 되면 제재 완화되나?”

[북한 주민 음성 통화] 이전에는 주민들이 막 회담이랑 할 때는 당장 잘 살 것처럼 우리도 그랬는데, 달라진 게 있습니까? 아. 맞다. 여기서 미국 대통령이 떨어진다고 그러던데. 그거 맞습니까?

- 아 그래요? (트럼프 대통령)이 그만두면 제재 풀린다는 소문이 있어요?

[북한 주민 음성 통화] 정치 잘 못 해서 민주당으로 바뀐다고 하던데. 그러면 좀 제재 풀린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러던데,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때 그런 소리가 한참 돌았는데, 사람들이 어려우니까 작은 소리도 다 진짜같이 퍼지고...

일본 ‘아시아프레스’가 최근(지난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한 북한 주민과 통화 내용에 따르면 북한 내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대북제재로 북한 주민이 경제적 타격을 입고, 제재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뀐 가운데 오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중 한 사람이 당선되면 제재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주민이 두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며 제재 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를 유지∙강화했기 때문에 앞으로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제재로부터 숨통이 트일 것이란 희망도 가졌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민주당 유력 후보들, 대북정책에 ‘제재 완화’ 없어

하지만 민주당 내 유력 대통령 후보들의 대북정책도 트럼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는 미국의 유력신문인 ‘뉴욕타임스’가 최근(6일) 발표한 민주당 후보들의 외교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납니다.

아이오와, 뉴햄프셔 주 등 최근 두 차례 경선에서 1, 2위를 차지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북핵 프로그램에 있어 선의와 검증 가능한 반전이 있을 때까지 제재를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오히려 대북제재의 강화를 주장했습니다.

새로운 대선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추가적인 대북제재의 강화는 필요 없지만, 핵물질 생산의 동결만으로는 점진적인 제재 완화는 안 되며 반드시 미사일 개발의 동결도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은 대북제재가 비핵화를 위한 강력한 지렛대의 역할을 하지만, 일반 주민의 고통을 동반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나타내면서도 제재 완화는 검증 가능한 비핵화의 절차를 동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유력한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버니 샌더스 버몬트 주 상원의원은 추가적인 제재보다 핵 동결에 따른 점진적 제재 완화를 선호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개인적 외교(personal diplomacy)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는 등 다른 후보들보다 대북 관여(engagement)에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의 대북정책을 놓고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전의 정책을 유지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합니다.

오랜 기간 미 의회와 정치권에서 활동해 온 김동석 미주 한인 유권자연대 대표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민주당 측에서 눈에 띄는 대북정책을 내놓는 인물이 없다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김동석 대표] 민주당 측에서 북한과 관련해 눈에 띄는 정책을 내는 인물이 없습니다. ‘북한이 핵을 갖게 하면 안 된다’, ‘인권 문제에서 확실한 개선이 없는 한 경제제재를 해제해서는 안 된다’ 등의 말만 해 왔거든요. 민주당 측의 노선은 안정된 정책이라는 경계 안에 있다는 겁니다.

대니스 핼핀 전 하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도 최근(1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동맹을 중요시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해 온 민주당 후보들이 대북제재의 완화를 주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독재자인 김정은 위원장을 친구라 부르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동맹의 가치를 중요시하고 독재국가를 반대하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이 과연 대북제재 완화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미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 담당 국장도 “민주당 후보 상당수가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만큼 이들이 당선되면 ‘북한의 선 핵 포기 없이 대화도 없다’는 오바마 전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재제 완화’ 카드 꺼낼 수도

대북제재 완화가 미북 협상의 돌파구라고 주장해 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최근(1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 중에서 대북 관여에 적극적인 샌더스 의원을 제외하고는 제재 완화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관측했습니다.

[켄 고스]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도 그럴 것으로 보이지만, 버니 샌더스 의원만이 유일하게 북한과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고, 나머지 후보들은 지극히 전통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피트 부티지지 전 시장도 조금 열려있는 것 같지만, 아직 북한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고요. 바이든 전 부통령은 과거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따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마찬가지고요.

고스 국장은 샌더스 의원만이 대통령이 됐을 때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대북제재의 완화를 안건으로 꺼내놓을 유일한 후보일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됐을 때 실질적인 제재 완화의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때 북한과 합의를 진지하게 고려하면서 제재 완화 카드를 내놓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켄 고스] 실제로 제재 완화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쪽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그 시점에 북한과 합의에 진지하게 관심을 둘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의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민주당의 후보 중에 제재 완화에 관한 어떤 신호도 주고 있지 않습니다.

고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재선되기까지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등을 중단하면 앞으로 미북 협상에서 제재 완화 카드를 꺼낼 것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며 이에 관한 신호를 북한에 보내고 있지만, 인내와 도발 중 선택은 김정은 위원장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켄 고스] 어떤 것도(도발) 하지 말고, 자신이(트럼프 대통령) 재선될 때까지 기다려라. 그러면 그 후에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만나겠다는 거죠.

대북제재 완화를 간절히 바라는 북한 주민 중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민주당 후보들에게 이를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지금까지 미북 협상을 이끌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 외교를 고수하는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들보다 오히려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어 보인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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