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스페셜] 코로나에 포위당한 탈북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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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스페셜] 코로나에 포위당한 탈북 동남아시아 국가에 도착한 뒤 현지 경찰에게 보여주기 위해 탈북민의 휴대전화에 저장해 놓은 문장. ‘한국에 가고 싶어요’라는 말이 영어로 번역돼 있다.
RFA photo

앵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은 북한 주민들의 탈북과 이들을 안전하게 구출하기 위한 활동도 가로막고 나섰습니다. 북∙중 국경 경비가 한층 강화된 데다 중국 내 이동도 엄격히 제한됐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탈북민들을 중국에서 동남아 제3국으로 구출해왔던 활동가들에겐 지금도 ‘도와달라’는 탈북민들의 요청이 계속되고 있지만, ‘당분간 기다리라’는 답변밖에는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국경 경비의 강화’, ‘2배 이상 치솟은 탈북 비용’ 등 삼중고에 포위돼 버린 탈북과 구출 활동의 현주소를 노정민 기자가 짚어 봤습니다.

“작년부터 탈북 구출 활동 거의 중단”

[구출 활동가] 작년(2020년)은 구출 활동이 거의 없다고 보셔야 합니다.

한 탈북민 구출 활동가(신변 보호와 구출 활동 위해 익명 요청)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실상 활동 중단 상태라고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털어놨습니다.

그의 탈북민 구출 시계는 북∙중 국경이 봉쇄되기 직전 중국으로 넘어가 숨어 지내던 탈북민 4명을 한 동남아시아 국가로 인도한 지난해 6월 이후 멈췄습니다.

[구출 활동가] 브로커가 말하길 지금 일절 버스나 기차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고요. 검문소를 피하기 위해서는 승용차로 소수 인원만 이동이 가능하다면서 한 번에 최대 4명씩이라며 비용을 6천 달러를 요구합니다. 엄청나게 큰돈이죠.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국가의 국경을 넘는 데까지입니다. 저희도 탈북민들이 언제까지 안전 가옥에 머무를 수 없어서 어려운 결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4명씩 이동했는데, 첫 조는 무사히 동남아시아 국가에 도착했지만, 두 번째 조는 움직이자마자 공안에 붙잡혔습니다. 그때가 작년 6월이었습니다.

기자: 그럼 작년 6월 이후에는 전혀 활동을 못 하셨습니까?

[구출 활동가] 지금 못 하고 있는 상태죠. 아직도 중국 내 안전 가옥에 일부 탈북민들이 있습니다.

탈북민 구출 활동을 하는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국과 베트남(윁남),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국경까지 막히면서 탈북민들의 이동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나우’의 지철호 구출 팀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기까지 탈북민 구출 활동은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지철호 팀장] 작년 1월부터 활동을 못 했고요. (최근) 간간히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들은 대부분 제3국에서 체류하다 오신 분들인데, 요즘에는 (중국에서) 구출 활동을 통해 들어왔다는 소식은 거의 안 들리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구출하는 것이 거의 어렵고, 지금까지도 그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요. 앞으로도 코로나19가 지속되면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탈북민 구출 비용도 크게 올랐습니다. 한층 엄격해진 중국 당국의 신원 확인 탓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어 브로커들이 제공하는 승용차나 승합차로 소수 인원씩 이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국가까지 이동하는 데 드는 구출 비용이 한 사람당 2~3배나 올랐다고 탈북자 구출 단체는 설명합니다.

[구출 활동가] 이전에는 중국에서 직행버스를 탈 때는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직행 버스표를 살 때도 여권을 요구하더라고요. 다 신분증을 요구하니까 신분이 없는 상황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서 승용차나 승합차를 이용하는데, 아주 소수인 3~4명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죠.

[지철호 팀장] 예전에 이용했던 이동 수단들은 가격이 안정화됐는데, 지금은 감시가 강화되다 보니까 여러 가지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해서 부르는 것이 값인 상황이거든요. 옛날에는 버스를 이용했다면 지금은 택시나 오토바이 등을 다양하게 이용해야 하고, 실제로 지금은 이동할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까 가격을 책정하기도 어렵죠. 이동수단 같은 것은 2배 정도 오른 것 같고요.

“작년에 탈북한 사람은 거의 없을 듯”

지난해 1월,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국경 경비가 크게 강화한 것도 탈북과 구출 활동이 주춤해진 이유 중 하나입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방역을 내세워 북∙중 국경을 굳게 걸어 잠근 겁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인권단체 ‘징검다리’의 박지현 대표와 지 팀장은 뇌물을 받으며 탈북을 눈감아줬던 국경경비대가 교체되거나 ‘폭풍 군단’이라는 특수부대가 추가로 배치됐다고 전했습니다.

[박지현 대표] 작년 11월에 국경 경비대를 모두 교체한 겁니다. 국경경비대 안에서 불법적인 일이 발생하면서 완전히 물갈이했거든요. 그래서 이전에 아는 경로를 통해 중국에 갔던 것도 지금은 힘든 것 같고요.

[지철호 팀장] 이전에는 국경 경비대가 두만강, 압록강을 지켰는데, 지금은 폭풍 군단이 들어와 일선에서 경비를 서고, 국경경비대는 2선에서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령 쪽에서는 3~5m마다 한 명씩 경비를 설 정도여서 탈북이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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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북∙중 국경지역의 역과 공공장소 등에 붙은 사회안전성 명의의 포고문. / 사진 제공 – 아시아프레스



일본 ‘아시아프레스’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북한 당국의 포고문 내용은 더 섬뜩합니다. 지난해 8월, 북∙중 국경지역에 붙은 포고문에 따르면 압록강이나 두만강에 접근하는 자는 무조건 사격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북부 국경봉쇄작전에 저해를 주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을 경고한 포고문에는 ‘북한 측 강 안에 침입한 대상과 짐승은 예고 없이 사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이는 생계가 어려워진 북한 주민의 탈북을 막는 목적도 있다고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코로나19 방역을 구실로 해서 두만강과 압록강 지역의 국경경비를 강화했습니다. 국경경비대뿐 아니라 특수부대까지 일부 배치하면서 밀수와 월경을 막으려고 합니다. 이전과 비교해 국경 경비가 더 살벌해졌는데, 작년 8월 말에는 포고문까지 나오지 않았습니까. 강에 접근하는 자는 무조건 사격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탈북 도움 요청에도... “지금은 어렵다”

지금도 탈북민 구출 단체에는 도와달라는 요청은 계속 이어지지만, 선뜻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북한을 탈출해 중국 내 안전 가옥에 머물고 있는 탈북민들도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에 동남아 제3국으로 이동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기자: 지금도 탈북을 도와달라는 문의는 계속 들어옵니까?

[지철호 팀장] 그런 문의는 들어오고 있는데, 오히려 지금 계신 곳이 더 안전할 정도로 이동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까 그런 문의를 받아도 “좀 더 기다려 달라”, “참아달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죠.

[구출 활동가] 지금도 한국에 가족이 있는 분들을 통해 “탈북하고 싶다. 나가도 되느냐”라는 연락이 간간히 옵니다. 그러면 “지금은 안 된다. 나와도 도와줄 수 없다. 기다리라”고 하거든요.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수는 229명으로 전년도(1천 47명)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이들도 대부분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이미 탈북해 중국에 머물러 있었던 경우입니다.

[구출 활동가] 2020년에 탈북해 한국에 들어 온 탈북민은 우리 단체에는 한 명도 없고요. 다른 단체에도 거의 한 명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북∙중 국경 봉쇄와 경비 강화로 탈북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국가까지 이동이 어려워진 데다 탈북 비용이 급등하는 등 총체적 어려움에 직면한 탈북과 구출 활동.

코로나에 포위당해 시작부터 끝까지 완전히 멈춰 버린 탈북 여정의 현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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