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긴급설문] 미북, 기회 놓쳐...실패는 아냐

워싱턴-노정민, 한덕인 nohj@rfa.org
201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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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mp_kim_hanoi_b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8일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P PHOTO

앵커: 예상과 달리 합의에 실패한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 행정부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정상회담 직후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진행한 긴급 설문 조사에 응한 21명의 전문가는 정상회담에 앞선 실무협상의 준비가 부족했고, 미국 내 정치 상황도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비핵화∙상응 조치에 대한 양측의 안일한 접근 방식이 결국 회담 결렬로 이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결렬됐다 해도 실패라 볼 수 없으며, 실무협상을 통해 대화가 재개될 것이란 기대도 나타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설문 조사 결과를 정리했습니다.

- 2 미북 정상회담에 점수를 준다면?

- 21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 대체로 실망

전 세계의 이목과 관심을 끌었던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결렬된 가운데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회담 직후인 지난 28일, 미국 행정부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에 어떤 점수(grade)를 줄 수 있느냐?’란 질문에 답한 21명의 전문가 대부분은 이번 회담 결과에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에 한 걸음 더 나아갈 기회를 미국과 북한 모두 놓쳤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특히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여러 진통 끝에 회담이 열렸고, 영변 핵시설의 동결∙폐기에 대한 일부 대북제재의 완화, 연락사무소 설치 등 단계별 비핵화∙상응조치가 예상됐지만, 실제 회담에서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요구 조건이 오가고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 대부분 전문가 이번 정상회담의 점수는 C , D’”

- 대부분 전문가 회담 결과에 실망

- 트럼프 대통령 잘했다 평가도 소수

설문에 응한 21명의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의 답변 중 이번 회담 결과에 ‘C’ 또는 ‘D’와 같이 낮은 점수를 준 전문가가 13명이나 됐습니다. 미국은 비핵화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북한 역시 대북제재의 완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겁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은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낙제점인 ‘F’에 표를 던졌습니다.

카토연구소의 테드 카펜터 선임연구원은 “양측 모두 비현실적인 요구에 매달리면서 갑작스럽게 회담이 결렬된 것이 실망스럽다”고 답했고, 유라시아그룹의 스콧 시먼 아시아담당 국장은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무산된 것은 가뜩이나 도전적인 과제들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랭크 엄 평화연구소 북한전문가는 “합의는커녕 앞으로 정기적인 실무협상이 열릴 수 있는 여지도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정의와 비전을 공유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 안 좋은 결과물은 없다“고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쁜 합의를 하지 않고 물러난 점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고,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한 합의를 하지 않고 회담장을 떠난 것에 ‘A’라는 높은 점수를 줘 눈길을 끌었습니다.

RFA Graphic/김태이


- 정상회담 합의 실패 원인은?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합의에 실패한 원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 정상회담 준비 시간 부족

- 개인적 친분에 의존해 협상에 나선 한계

- 요구 조건 높인 트럼프 대통령 vs 사전 합의된 것만 논의한 위원장

첫째는 준비 부족이었습니다. 킹 전 특사는 “두 정상이 만나기 전 경험 많은 협상가들이 긍정적인 성과를 이끌어낼 시간이 없었다”고 지적했고, 로버트 매닝 애틀란틱카운슬 선임연구원도 정상회담 전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에 관한 최소한의 합의가 이뤄졌어야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개리 새모어 전 조정관과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개인적인 친분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비핵화를 이루기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꼬집었고, 데니 로이 동서센터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노벨상을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을 유인하는 데 실패했다”며 실무협상을 통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정상회담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또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작은 합의로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 큰 것을 요구할 수 있던 반면 김 위원장은 이미 양보하기로 한 사안만 회담장에 가져온 것이 차이점”이라고 해석했습니다.

RFA Graphic/김태이

- 국내 정치 상황에 궁지 몰린 트럼프 대통령

- 작은 합의에 대한 역공 우려로 요구해

- 미국 정치 이용해 압박하려던 위원장의 실패

둘째, 미국 내 정치상황도 이번 정상회담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입니다.

고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마이클 코언 변호사의 하원 청문회가 정상회담 기간에 열림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에게 작은 합의를 이루기보다 협상에서 물러서는 쪽을 택하게 했을 것으로 풀이했고, 로이 연구원도 “낙제점을 받을 수 있는 거래에 합의하는 것보다 결렬이 나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존 메릴 전 국무부 정보분석센터 동북아국장도 트럼프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든 하원 청문회를 합의 실패의 한 요인으로 꼽았으며 시먼 국장도 “김 위원장이 미국의 정치 상황을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를 얻어내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 좁히지 못한 비핵화상응 조치 범위와 수준

- 이번 회담 통해 미북 견해차 명확해져

셋째는 여전히 좁히지 못한 비핵화, 상응 조치의 범위와 수준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북한의 견해 차가 명확해졌다는 평가도 많았습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결렬된 원인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측이 내놓은 주장이 서로 다른 가운데 랄프 코사 CSIS 태평양 포럼 소장은 “미북 양측의 근본적인 입장 차가 명확해졌다“며 “이제 협상 전문가에게 맡길 때“라고 조언했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한 합의에 동의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김 위원장이 자기 생각을 재평가하게끔 만들었다”고 평가했고,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석좌교수는 “싱가포르 회담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흔들 수 있다고 오판한 쪽은 김정은 위원장“이라며, “북한이 대북제재의 해제를 얻어내기까지 앞으로 협상이 더 어려울 것이란 신호를 받았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더 명확한 비핵화의 정의와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핵의 비확산은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사안이며 영변 핵시설뿐 아니라 우라늄 농축 시설과 무기 생산 능력 등 포괄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과거처럼 매우 힘겨운 길을 가야 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대북제재와 관련해 리언 시걸 사회과학연구위원회 국장은 “일부 대북제재의 완화는 비핵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 열쇠”라고 주장했고, 메릴 전 국장도 “일부 대북제재 완화의 대가로 영변 핵시설과 다른 미신고 시설의 동결, 폐기, 검증을 약속하는 단계적 접근을 중시했다면 이번 정상회담이 훨씬 더 잘 됐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대북제재에 대한 미국의 유연성을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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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이 회담 결렬이 실패는 아니다

반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기대했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번 회담이 꼭 실패라 볼 수 없다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데이비드 산토로 CSIS 퍼시픽 포럼 선임연구원은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고 아직 대화가 깨진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실무차원에서 대화가 진전된다면 양측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전망했고, 앤드류 여 카톨릭대 교수도 “두 정상이 완전히 나쁜 상황에서 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실무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 방위연구국장도 “이번 정상회담이 역사적인 실패로 보일 수 있겠지만,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할 기회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두 나라가 모든 것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역할에 기대를 건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메릴 전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로 미북 대화가 재개되길 기대했고, 카지아니스 국장도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관계에서 진솔하게 중재 역할을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 전직 관리와 전문가 중 이른 시일 내에 미북 간 고위급 또는 실무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내다보는 답변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언제 회담이 재개될지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실패로 당분간 교착상태를 피할 수 없겠지만, 다시 미북 대화가 재개된다면 이번 사례를 교훈 삼아 두 정상의 결정에 모든 것을 의존하는 하향식(탑다운) 방식이 아닌 실무회담을 통해 충분히 준비하고 입장 차를 좁혀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설문 조사에 응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RFA 긴급설문에 응한 행정부 전직관리와 한반도 전문가> : 21.

1.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2.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센터 선임연구원)

3.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4. 스콧 시먼 (유라시아그룹 아시아 담당 국장)

5. 프랭크 엄 (평화연구소 북한연구원)

6. 리언 시걸 (사회과학연구위원회 국장)

7.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

8. 존 메릴 (전 국무부 정보분석국 동북아국장)

9. 테드 카펜터 (카토 연구소 선임연구원)

10.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11.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

12.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 방위연구국장)

13. 로버트 매닝 (애틀란틱카운슬 선임연구원)

14.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15. 앤드류 여 (카톨릭대 교수)

16.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교수)

17.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 석좌교수)

18. 랄프 코사 (CSIS 퍼시픽 포럼 소장)

19. 데니 로이 (동서센터 선임연구원)

20. 데이비드 김 (스팀슨 센터 연구분석관)

21. 데이비드 산토로 (CSIS 퍼시픽 포럼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