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사용∙개발 중인 전자카드 20여 종

워싱턴-노정민 nohjw@rfa.org
2018-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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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사용 중이거나 개발 중인 전자카드 종류. 은행 거래는 물론 휴대폰, 지하철, 도서관, 주유소 등 다양한 목적으로 전자카드가 사용 중이거나 개발 중임을 알 수 있다. 북한은 평양 정보기술국 산하 카드연구소가 전자카드 체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북한에서 사용 중이거나 개발 중인 전자카드 종류. 은행 거래는 물론 휴대폰, 지하철, 도서관, 주유소 등 다양한 목적으로 전자카드가 사용 중이거나 개발 중임을 알 수 있다. 북한은 평양 정보기술국 산하 카드연구소가 전자카드 체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사진-북한 조선중앙TV 캡처

앵커: 북한에서 현재 사용 중이거나 개발 중인 전자카드의 종류가 최소 20여 종이 넘습니다. 북한 당국은 전자카드의 개발을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의 업적으로 선전하는데요. 하지만 오늘날 북한의 경제구조와 통치체제를 고려하면 전자카드는 외화와 현금을 회수하고 주민의 생활을 감시하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 전자카드의 효과와 우려를 노정민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서 사용하거나 개발 중인 지능카드, 즉 전자카드의 종류는 최소 20여 종.

조선무역은행이 2010년에 ‘나래카드’를 발급한 이후 북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성카드’와 ‘대성은행’(발행카드: 금길) ‘고려은행’, ‘황금의 삼각주 은행’(발행카드: 선봉)이 발행하는 직불카드를 비롯해 휴대폰 회사인 ‘고려링크’와 ‘평양지하철’, ‘주유카드’, ‘자전거 공유카드’ 등도 볼 수 있습니다.

또 편의봉사시설인 ‘장미원’과 ‘약수(mineral water) 결제카드’ 고속도로 통행료를 지불할 수 있는 ‘미래전자결제 카드’ 등 북한에서 사용 중이거나 개발 중인 전자카드의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 이 중에는 먼저 일정 금액의 돈을 내고 구매해 현금처럼 사용하는 카드(Pre-Paid)도 있습니다.

- 각 은행에서 발급하는 직불카드 비롯해 휴대폰, 지하철 카드 등 다양화
- 자전거 공유, 주유, 도서관 이용은 물론 통행료 지불 카드와 우대 카드도 등장
- 북 당국 ‘카드 연구소’ 성과 소개하며 ‘인민 생활 향상’, ‘경제 강국 건설’ 선전

평양과 원산을 잇는 고속도로의 통행료도 전자카드로 지불해야 한다. 미래은행 전자결제 카드로만 지급할 수 있다.
평양과 원산을 잇는 고속도로의 통행료도 전자카드로 지불해야 한다. 미래은행 전자결제 카드로만 지급할 수 있다. 러시아 평양대사관 페이스북

이뿐만이 아닙니다. 특권층을 위한 ‘해맞이식당’, ‘광복지구 상업중심’, ‘모란상점’ 등에서도 특별 우대 카드를 만들어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카드는 사용한 금액만큼 점수나 일정 금액의 우대표를 저장했다가 나중에 보상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모란상점 회원이 사용하는 전자카드. 사용할 때마다 포인트가 적립되고, 사용금액이 500달러에 다다르면 선물을 증정한다.
모란상점 회원이 사용하는 전자카드. 사용할 때마다 포인트가 적립되고, 사용금액이 500달러에 다다르면 선물을 증정한다. 사진-커티스 멜빈 제공

최근 북한 당국은 전자카드의 연구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언론매체는 지난해 9월 6일, 12월 31일, 그리고 올해 1월 21일 보도를 통해 평양 정보기술국 산하 카드연구소의 업적을 소개하며 ‘경제 강국의 건설’과 ‘인민 생활의 향상’을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31일과 올해 1월 21일 보도 내용입니다.

[조선중앙TV 보도: 12월 31일] 평양 정보기술국의 일꾼들과 과학자, 기술자 종업원들이 3대 혁명 붉은기 쟁취 혁명을 힘있게 벌여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특히 카드 연구소에서는 최근에만 해도 가치 있는 연구 성과를 많이 내놓음으로써 경제 강국 건설과 인민 생활의 향상에 적극 이바지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조선중앙TV 보도: 12월 31일] 평양 정보기술국의 일꾼들과 정보사들이 인민 경제 여러 부문의 현대화, 정보화 실현을 위한 과학연구 사업을 힘있게 벌이고 있습니다. 이곳 카드 연구소의 연구사들은 전자카드의 한 형태인 지능카드 조작체계를 우리식으로 더 발전시키는 것과 함께 가입자 식별카드를 비롯한 각종 지능카드들의 도입범위를 넓히기 위한 연구개발 사업을 본격적으로 다그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북한은 ‘만리마시대와 정보화 열풍’이라는 제목의 방송과 전람회를 통해 전국 정보화의 성과를 계속 선전하고 있으며 전자카드와 함께 전자카드 관리 체계인 ‘울림’처럼 운영 프로그램 개발 사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3일, 북한 조선중앙TV의 보도에 따르면 전력 공업성 산하 전력정보연구소도 전자카드는 물론 손전화기로 결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 중입니다. 또 이미 광흥전자상점에서는 전자카드를 단말기에 갖다 대기만 해도 지불 결제가 되는 체계도 갖추고 있습니다.

광흥 상점에서 사용하는 전자카드와 휴대전화로 결제하는 전자카드. 북한의 언론매체는 지난 2월, 전력 공업성 산하 전력정보연구소가 휴대전화를 이용한 지불수단을 연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광흥 상점에서 사용하는 전자카드와 휴대전화로 결제하는 전자카드. 북한의 언론매체는 지난 2월, 전력 공업성 산하 전력정보연구소가 휴대전화를 이용한 지불수단을 연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북한 조선중앙TV 캡처


- 전자카드 긍정적 효과보다 거래 내역 통한 ‘감시’, ‘통제’ 우려 더 커
- Pre-Paid 카드, 직불 카드 등은 외화∙현금 회수용 지적도
- 전자카드의 사용 지역 평양에 집중, 일반 주민과 거리 먼 것도 한계


북한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자카드를 폭넓게 개발하면서 이를 이용하는 외국인과 북한 주민에게 편리성과 안전성 등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아직은 현금 위주의 거래가 많은 북한 주민에게 전자 카드는 편리하고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전자카드는 북한 당국이 ‘인민 생활의 향상’을 과시하며 선진 기술과 함께 체제를 선전할 수 있는 수단도 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생활 경제를 연구하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산하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커티스 멜빈] 북한에서 그동안 외교관과 민간단체 관계자, 외국인 관광객 등에 의해 일부 전자카드가 사용되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미리 돈을 내고 구매한 뒤 사용하는 pre-paid 카드도 사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하지만 대부분 전자카드는 현재 개발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도 대부분 북한 주민은 매일 현금으로 거래하는데, 전자카드는 현금 도난의 위험을 줄여주고 거래 명세를 살펴볼 수 있어 매우 합리적인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인 효과와 달리 북한의 전자카드가 가진 어두운 측면이 더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멜빈 연구원도 오늘날 북한 사회에서 전자카드의 개발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고 꼬집습니다. 국가가 경제를 통제하는 북한 체제에서 전자카드는 일반 주민의 거래 내역을 살펴보고 개인의 수입∙지출 등의 사생활을 감시할 수 있어 현금의 순환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한다는 겁니다.

또 북한 당국이 휴대전화 사업을 통해 북한 내 외화를 회수한 것처럼 미리 돈을 내고 사는 전자카드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외화나 현금 등을 한꺼번에 거둬들일 수 있는 수단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외국인에게 외화를 입금한 ‘나래카드’의 사용을 독려하면서 환율에 따른 시세차익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고속도로 통행료를 꼭 전자카드로 받는 것도 한 예입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과거 나래카드는) 현금거래를 일절 금지하고 특별한 환율을 적용해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제안한 뒤 전자결제만 허용한 이중적인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외화를 가진 사람을 표적으로 외화를 회수하는 제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커티스 멜빈] 북한 당국이 전자카드를 통해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현금을 최소화하길 기대하죠. 전자카드에 넣으면 되니까요. 그리고 당국이 개인의 모든 거래 내역을 살펴볼 수 있는 겁니다. 그럼, 사람들의 수입과 지출을 비교할 수 있고, 결국 일반 주민의 생활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날 북한의 경제구조와 통치체계를 고려하면 전자카드의 기술 발전이 인민 생활의 향상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라선경제지구와 함경북도 등 지방에도 전자카드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외국인이 많은 평양에만 집중적으로 전자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오히려 전자카드가 현금 회수용과 주민 감시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또 시장이 독립적으로 전자카드를 개발하지 않고 당국이 앞장서서 이를 부추기는 것에 대해 의심스러운 행보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에서도 시장경제가 많이 활발해지면서 고정환율제가 사실상 무의미해졌는데, 외국인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특별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에 고정 환율제를 적용하고 강제적으로 고정환율제를 강요하는 제도가 돈벌이가 되는 거죠. 그래서 (과거에) 평양을 중심으로 ‘나래카드’에 돈을 입금하게 하고 지정된 서비스 업체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했는데...

전문가들은 전자카드가 북한을 현대화 이미지로 포장해 준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중에는 전자카드의 사용을 인상적인 경험으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한정된 곳에서 사용하는 전자카드가 북한 경제 전체를 대변할 수 없으며 궁극적으로 전자카드의 역할과 기능 등 모든 주도권을 온전히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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