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볼튼 전 대사, 미북 정상회담으로 NSC 보좌관 인선 ‘빨간불’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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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대니얼모건안보대학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대니얼모건안보대학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미북 정상회담이 결정되고 미국의 대북정책이 대화국면으로 급속히 선회하면서 대북 강경론자인 존 볼튼 전 유엔 대사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인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입니다. 미국의 바뀐 대북전략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이유에서인데요. 한편, 전문가들은 백악관과 국방부에 대북협상 경험자가 여전히 남아있다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우려가 과장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초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 강령론자인 존 볼튼 전 유엔 대사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볼튼 전 대사와 만나 허버트 맥매스터의 뒤를 이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직에 관해 논의했으며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의 외교∙안보자문역을 맡았던 볼튼 전 대사는 최근 미국 언론과 한 회견에서도 “미북 대화를 크게 기대하지 않으며 오히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역량을 갖추기 전에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한 인물입니다.

특히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의 뒤를 이을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지만,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월 안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공식화하면서 볼튼 전 대사의 거취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최대의 제재와 압박을 지속하고 효과가 없으면 군사 행동의 가능성까지 언급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전략에 볼튼 전 대사가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데니스 핼핀 전 하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북 정상회담이 결정되고 대화 국면으로 선회한 때에 대북 강령론자인 볼튼 전 대사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고 관측했습니다.

또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선호하고 이로 인해 한반도와 미국에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도 크게 고려하지 않는 볼튼 전 대사가 갑자기 상황이 바뀐 대북전략에 합당한 인물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As John Bolton has publicly advocated a “surgical strike” on North Korean nuclear sites, he would not be a good fit for Trump’s new engagement strategy.)

- 미국 언론∙전문가 “미 행정부에 대북 협상 경험자 없다” 우려
- “국방부, NSC에 아직 경험자 남아 있어” 반론도
- 경험자 적어진 것은 사실, 백악관과 국무부에 협상 노하우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많은 언론매체와 전문가는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대북 협상의 경험을 갖춘 인물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미국의 CNN방송은 빅터 차 주한미국대사의 낙마와 조셉 윤 전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은퇴 등으로 대북 협상에 무방비 상태로 놓일 위험에 처해있다고 꼬집었고, 전문가들도 이른 시일 내에 경험이 풍부한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촉구했습니다.

특히 대북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대면 접촉 경험이라고 지적하면서 북한 측 인사를 만나 본 외부 인사의 영입을 독려하고 있는데,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거론되는 대북 경험자는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보좌관과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우려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국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을 담당하는 고위 관리들과 꾸준히 접촉해 온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는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조셉 윤 특별대표의 은퇴로 국무부에 인재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방부와 백악관에 여전히 대북 경험자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란코프 교수] 근거 없는 우려는 아니지만, 조금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문제는 국무부입니다. 국무부에서 얼마 전 조셉 윤 대사가 퇴직한 뒤 북한을 잘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무부 외에 국방부도 있지 않습니까? 특히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는 대외 정책에 군대와 국방부의 역할이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큽니다. 그리고 국방부에는 전문가가 많이 있습니다. NSC에도 북한 전문가가 사실상 한 명 뿐이지만, 동아시아 상황을 잘 아는 경험자가 있습니다. 물론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경험자들이 적어졌지만, 매우 위험할 정도의 위기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옛날만큼 많지 않지만, 여전히 있습니다.

-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북한 관련 특사직 4개 vs 트럼프 행정부는 모두 공석
- ‘협상의 기술’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듯한 인상 강해
- 대북 경험자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으로 비핵화 이끌어낼지 관심


이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는 6자회담 특사, 대북정책 특별대표, 대북제재 특별조정관, 북한인권특사 등 북한과 관련한 대표적인 특사직이 4개나 됐습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교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과 관련한 4개의 특사직이 임명된 것은 그만큼 북한 현안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 관련 특사직에 임명된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북한인권특사도 지난해 1월 이후 1년 넘게 공석인 데다 남북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주한미국대사, 대북정책 특별대표직도 공석입니다.

8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 특사로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백악관에서 만나 북한을 방문했던 결과를 보고 받고 있다.
8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 특사로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백악관에서 만나 북한을 방문했던 결과를 보고 받고 있다. 사진-백악관 제공

하지만 핼핀 전 전문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협상에도 나서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인물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자신이 쓴 저서 ‘협상의 기술’을 대북협상 전략에 이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랴튜 사무총장도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안에 대북협상에 관한 노하우는 남아 있다고 말합니다.

[그레그 스칼랴튜] 북한 관련 관리들이 없지만, 노하우는 아직 국무부에 있죠. 백악관에도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특사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 정말 필요한 특사라면 북한인권특사예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현안에 관심 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니까 전망은 밝다고 봅니다.

사전 북미접촉 없이 오는 5월 파격적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

언론과 전문가들의 우려처럼 대북 경험자의 공백으로 미국의 협상력이 떨어질 것인지,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협상의 기술’처럼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대면해 비핵화의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 오는 5월, '화끈하고 통 큰' 두 정상의 만남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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