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을 넘은 한류, 북한을 깨우다] ③ “한국 영화 보려면 목숨 걸어야”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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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을 넘은 한류, 북한을 깨우다] ③ “한국 영화 보려면 목숨 걸어야” 북한 북부지역에 사는 취재협조자 두 명이 최근(지난 8일)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대해 중국에 밀반입한 휴대전화로 전해 준 북한 당국의 한류 단속 상황. 한국 영화 보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어려워졌다고 한다.
사진 제공 – ‘아시아프레스’

앵커: 한류에 대한 북한 당국의 단속이 심상치 않습니다. 가택수색, 불시 검문, 모든 전자기기 검열 등 단속의 강도가 심해진 데다, 처벌 수위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영화 한 번 보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인데요. 그렇다 보니 한국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 한국 물건을 찾아보기도 어렵고, 자녀들에게 한국식 이름을 지어주기도 눈치가 보이는 실정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특별 기획 ‘분단을 넘은 한류, 북한을 깨우다’, 오늘은 세 번째 시간으로 북한 당국이 한류에 대한 단속을 어느 정도까지 엄격하게 하고 있는지 북한 내부 소식을 통해 노정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적발되면 5년 이상 교화소행... 뇌물도 안 통해

“최근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전화기에 한국 노래를 넣고 다니다 적발돼 교화소에 갔다.”

“요즘에는 한국 영화를 보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한국 영화는 보기 힘들다.”

“국경지역에서 중국 전화기로 한국 드라마를 내려받아 복사해 판매했던 사람들이 적발돼 교화소 5년 형을 받았다.”

“109 상무조 2~3명이 불시에 들어와 모든 전자기기를 검열한다. 걸리면 뇌물도 통하지 않는다.”

“구매, 복사, 전파, 유포, 시청 등은 무조건 10년 이상 간다. 특히 유포는 용서라는 것이 없다”

북한 북부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일본 ‘아시아프레스’ 취재협조자) 최근 한류 단속 상황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답변한 내용입니다. 이들이 전해준 북한 내 한류 단속의 강도는 예상보다 훨씬 강했습니다.

한 주민에 따르면 가택수사와 불시 검문, 손전화기 회수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컴퓨터를 통째로 들고 가 한국 영화를 봤는지, 이를 복사해서 유통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정도입니다. 또 다른 주민도 ‘109 상무조’ 소속 2~3명이 불시에 집으로 들어와 컴퓨터와 노트텔, 녹화기 등 모든 전자기기를 검열하는 데 요즘은 안전원, 당 일꾼, 행정일꾼 등이 한 조로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이전처럼 뇌물도 통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이 때문에 작년부터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이를 유통하다 적발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공통된 증언입니다.

적발 시 처벌의 강도도 매우 무겁습니다. 길에서 주운 USB, 즉 컴퓨터 저장장치 안에 있던 한국 노래 동영상을 보고 빌려줬다는 이유로 교화소 6년 형을 받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북∙중 국경지역에서 한국 드라마를 복사해 팔던 사람은 5년 형을 받기도 했습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지금은 북한에서 한류 문화를 한 번만 접해도 최소 5년 이상 교화소형을 받기 때문에 요즘은 한국 영화를 보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2019년경부터 단속이 매우 심해져서 이전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겁니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싶지만, 적발되면 엄벌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하려 하고요. 지난해 12월에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채택됐는데,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판매하면 매우 무거운 벌을 받게 되면서 지금은 사실상 드라마와 영화의 유통이 거의 막혔다고 봐야 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 제품과 한국식 이름까지 단속 강화

한류에 대한 북한 당국의 단속은 드라마와 영화, 가요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한국 제품과 한국식 이름에까지 단속 범위는 확대됐습니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 시장에서 한국산 화장품과 양말, 속옷 등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단속 탓에 거의 사라졌습니다. 또 한국 상표를 없앤다 해도 적발될 것을 두려워하다 보니 잘 팔리지 않는 실정입니다.

또 요즘 북한에서 유행하는 한국식 이름 가운데 남자아이는 ‘지우’, ‘명준’처럼 ‘ㅈ’자 돌림, 여자아이는 ‘나리’, ‘유라’ 등 받침 없는 글자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한자 풀이가 되는 이름 짓기를 강요하다 보니 한국식으로 짓기가 쉽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빠’, ‘동생’ 등의 호칭에 대해서도 강력히 단속하는데, 적발되면 단련대에 갈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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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북한 북부지역에 사는 취재협조자 두 명이 최근(지난 8일)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대해 중국에 밀반입한 휴대전화로 전해 준 북한 당국의 한류 단속 상황. 한국식 이름은 물론 ‘오빠’, ‘동생’이란 호칭에 대해서도 강력히 단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제공 – ‘아시아프레스’)



거듭된 한류 단속 의지... 과거와 분위기 달라

한류 문화처럼 비사회주의 현상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은 지난해부터 예고됐습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가 제공한 북한 내부문서 가운데 지난해 5월 13일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을 인용하고 6월 말에 배포한 비준방침에 따르면 ‘괴뢰들의 말투를 본따거나 흉내 내는 현상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데 대해 대단히 심각한 문제’로 보고, 이에 대한 저격전, 추격전, 수색전, 소탕전을 강조했습니다.

또 이를 위해 외국에서 귀국한 사람들은 물론 학생들의 손전화기와 컴퓨터, 노래 수첩 등을 점검할 것을 지시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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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한류의 영향을 받은 북한 젊은이들의 말투에 대해 강력한 단속을 지시한 김정은 총비서의 지침이 담긴 내부 문서. (사진 제공 – ‘아시아프레스’)



절대 비밀로 지정된 2020년 9월 10일 자 내부 문서에서도 김 총비서의 말을 인용해 ‘남녀들 속에 괴뢰 말투를 본따 ‘오빠’, ‘동생’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과 관련해 여러 차례 경종을 울렸지만, 아직도 일부 청년들 속에 그렇게 말하는 현상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이후 지난해 12월 4일에는 최고인민회의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하고, 한국 영화, 노래 등을 소유하거나 유포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상 1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을 비롯해 특히 유포하는 사람은 무기징역과 사형에 언도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7일에는 북한 노동신문이 언어와 옷차림을 비롯한 생활 전반에서 우리식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사상과 문화를 지키지 못하는 것을 매우 심각한 정치적 문제라고 지적하는 등 한류 문화의 유입과 확산을 차단하려는 분위기는 점점 고조하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2019년을 시작으로 한류에 대한 단속이 점점 강화했으며, 지금은 정치범 수준의 처벌로 다스리기 때문에 한류 문화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와 접근은 크게 위축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우연히 적발되면 처벌한다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가택수사까지 하고, 지방에서도 컴퓨터, 노트텔, 손전화기 등을 일일이 검사하는 사례는 계속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뇌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작년부터는 뇌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사실상 교화소에 가야 합니다. 영화 한 편 보고, 거래했다고 해서 10년 형까지 받았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상 아주 큰 정치범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됐는데요. 김정은 정권이 말만 아닌 실질적으로 한류 문화의 유입과 확산을 근절하겠다는 강경한 의지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한류 문화를 경험한 탈북민들에 따르면 과거에도 이에 대한 당국의 단속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김정은 총비서부터 비사회주의 현상에 대한 단속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적발 한 번에 5년 이상부터 무기징역까지 처벌이 가능한 최근의 분위기 속에 “한국 영화 한 번 보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라는 말이 단순한 엄살은 아닌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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