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마친 북 산림조성 사업, 성과는 여전히 의문
2018.03.17
앵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우선순위로 지시한 ‘산림조성 10년 전쟁’의 1단계 사업이 끝났습니다.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나무 심기 사업이 진행됐지만, 부족한 자원과 열악한 경제력, 주민의 생존 문제 등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상업위성이 2017년 11월에 촬영한 북한 황해북도 신계군.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강조한 식수 사업의 변화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지역입니다.
황폐해진 산림을 10년 안에 복구한다는 명목으로 전국에 걸쳐 ‘벌목금지’와 ‘나무 심기’ 등을 강조해 온 가운데 신계군의 5개 지역에서도 식수사업이 진행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2년 당시 아무것도 없던 황량한 땅에 2017년에는 푸른 나무가 심어져 있는가 하면, 2007년 당시 나무가 없던 산과 언덕 등에도 적지 않은 나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전국적으로 시행된 나무 심기 사업, 위성사진으로 확인돼
- 지난해 1차 사업 마무리, 올해도 산림복원 노력 강조
- 김정은 집권 이후 산림복원 사업 전개, 성과 내기에 한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산하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은 북한의 산림복구 사업이 황해북도 신계군뿐 아니라 북한 전국에서 시행됐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또 과거에는 기찻길 옆과 같은 일부 지역에만 나무를 심었지만, 이번처럼 산림조성을 위한 나무심기는 위성사진에서 처음 확인했다고 멜빈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위성사진으로 확인된 나무 심기의 결과가 김정은 위원장이 강조한 ‘푸르른 산’이라고 말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해보입니다. 듬성듬성 빈 곳도 많이 보입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산림복구를 우선 정책의 하나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3월에 발간한 ‘KOREA’ 잡지에도 ‘전국의 산을 푸르른 숲으로 만들 것에 대하여’란 제목의 글에서 지난 2일 북한 식수절을 맞아 산림복구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관심과 함께 지난해 1차 사업을 마친 것에 대한 성과를 소개했습니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북한 국토환경보호성 산하 산림총국의 주도 아래 약 400개의 나무 농장과 산림관리소가 만들어졌으며 북한의 언론매체가 이를 정기적으로 보도해 왔습니다. 또 북한 잡지에서 소개한 것처럼 나무 농장 운영과 식수 사업 등에 북한 인민군이 투입됐으며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일 담당 부대를 직접 방문해 나무를 심을 만큼 산림복구 사업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멜빈 연구원은 전국적으로 시행 중인 산림복구 사업이 아직 온전히 뿌리를 내린 것 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1차 나무 심기 사업이 끝났지만, 산림복구가 성공을 거두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의 관측입니다.
한국의 환경 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부소장] 북한의 ‘산림복구 전투’는 말 그대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산림을 복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나무 모 키우기에 주민을 총동원했습니다. 모든 성, 중앙 기관, 공장, 기업소들에 나무 심기 과제를 주고, 나무는 나무를 심는 기관에서 책임지고 살려낼 수 있도록 하는 ‘담당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미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산림조성 10개년 계획’을 수립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성과는 미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실효성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 산림복구 노력에도 성과 파악에 한계
- 북한 언론 매체, 양적 확대만 강조할 뿐 질적 성과는 저조해
- 산림복구 이행에 뙈기밭 일구는 북한 주민 생존권 위협
- 올해도 나무 심기 강조하지만, 자원 부족∙열악한 경제력∙주민 생존 문제 직면
한국 평화문제연구소가 2017년 11월에 발간한 ‘북한의 산림 관련 보도 분석: 산림복구사업 현황 및 한계’에서도 북한 당국이 산림 황폐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산림복구 전투’에 주력하고 있지만, 성과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북한의 언론매체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적으로 수십만 정보에 나무 심기를 진행했고, 수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보도하는 등 목표량 달성을 위한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고 있을 뿐 정작 산림복구의 질적 성과는 저조하게 나타났다는 것이 평화문제연구소의 지적입니다.
또 여전히 심각한 식량과 에너지 부족은 산림 황폐화를 부추기면서 산림복구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백명수 부소장] 북한의 산림 황폐화 문제는 근본적으로 식량과 에너지 부족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다락밭 개간인데요. 북한의 땔감 지급도 사라지면서 난방을 위한 땔감을 산림에서 마구잡이로 채취하면서 산림 훼손이 약화됐습니다. 또 북한의 산림정책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양된 것도 산림 황폐화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가 침체하면서 충분한 재원을 받지 못한 지방행정기관이 주민 생존과 큰 관련이 없고 중앙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분야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루기 때문에 산림조성과 보호 사업이 식량 생산이나 외화획득에 대한 경제정책에 밀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멜빈 연구원은 산림복구 사업이 그동안 산에서 뙈기밭을 일궈오던 북한 주민의 삶의 터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 아래 나무 심기 전투가 진행되면서 뙈기밭을 이전하거나 밭의 면적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산림복구 정책으로 산간지역 주민이 생존에 큰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관련 내용) 북한 당국이 나무 심기를 위해 뙈기밭 농사를 금지하고 산에 접근하는 것조차 단속하면서 취약계층만 피해를 봤기 때문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이번 ‘나무 심기’가 나쁜 지시는 아니지만, ‘산에 밭을 만들고 먹고 사는 사람은 어떻게 하느냐?’라는 해결책이 동시에 나와야 하는데, 그것 없이 나무를 심으라는 것이 얼마나 유용성이 있는지 의문이었습니다. 특히 산에 들어가 화전을 만드는 사람은 하층민입니다. 도시에서 제일 살기 어려운 사람이 산에 들어가 화전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아주 중요한 삶의 터전을 빼앗기면 바로 식량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1단계를 마친 산림복구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KOREA’ 잡지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 시대에 산림복구 사업을 위한 더 적극적인 노력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산림복구 사업은 나무 심기의 준비부터 성과는 물론 주민의 생존권 위협까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또 부족한 자원 탓에 일반 주민이 직접 많은 양의 나무를 준비해 심어야 하는 데다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무조건 이행해야 하는 간부들의 막무가내식 지시에 주민의 불만과 갈등이 커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이 성과로 내세우는 ‘산림조성 사업 10년 전쟁’의 1단계가 지난해로 끝났지만, 앞으로 북한의 부족한 자원과 열악한 경제력은 물론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진행하는 산림복구 사업이 과연 성공을 거둘지에 많은 전문가가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