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을 넘은 한류, 북한을 깨우다] ④ 체제위협 가능성…처벌수위 높여

워싱턴-노정민, 천소람 nohj@rfa.org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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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을 넘은 한류, 북한을 깨우다] ④ 체제위협 가능성…처벌수위 높여 중국 길림성 연변의 한 가게에서 한국 드라마 DVD를 판매하고 있다.
AP

앵커: 한류에 대한 북한 당국의 단속은 이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단속 범위와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졌는데요. 갑자기 한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류를 근절하기보다 정기적인 단속을 통해 주민들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과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느슨해진 경계심과 한국에 대한 기대 심리 등을 차단하기 위해 단속 수위를 높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특별 기획 ‘분단을 넘은 한류, 북한을 깨우다’, 오늘은 네 번째 시간으로 북한 당국이 최근 한류 단속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에 대해 노정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한국이 어떤 나라이길래 공개처형까지 할까”

20대 탈북 여성 박진희 씨(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요청, 2019년 탈북)는 북한에서 한국 영화를 보고 유포한 사람에 대한 공개처형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박 씨는 공개재판 직후 처형까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영화 한 편 보는 것이 왜 큰 문제인지’, ‘한국이 도대체 어떤 나라이길래 이렇게까지 처벌하는지’ 더 궁금해졌고 단속의 배경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지도 알고 싶었습니다.

[박진희 씨(가명)] 한국 영화를 봤다고 이 정도까지... 북한 당국이 그것을 못 보게 하고 총살함으로써 공포심을 주는 이유가 너무 궁금했어요. 왜 저럴까. 영화 한 편 보는 것이 그렇게 큰 문제인가. 한국이라는 나라가 도대체 어떤 나라이길래 드라마 하나 때문에 저럴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난해 한국에 정착한 30대 탈북 여성 김선영 씨(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요청)는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한국식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을 직접 느꼈습니다. 북한에서는 말투가 달라지면 사상이 변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한류 단속을 강화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김 씨는 덧붙였습니다.

[김선영 씨(가명)] 제가 평양에 가봐서 아는데요. 평양에서도 한국말을 엄청 많이 써요. 동무들끼리 놀면요 한국말을 공공연히 쓰는 거예요. 예를 들어 가까운 사람들끼리 ‘꺼져’, ‘짜증나’ 같은 경우, 북한 말에는 ‘짜증나’란 표현이 없거든요. 무조건 한국말이거든요. 한국말을 쓰는 것 자체가 사상이 변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한류 문화를 단속하는 이유에 대해 북한 주민들이 한국 유행과 생활 방식을 모방하고 대안적 삶을 희망하게 되면서 체제 유지에 위협을 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미 기업연구소(AEI)의 올리비아 쉬버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이 한류 문화를 통해 남북한의 모습을 비교하게 되고 김정은 정권이 주장하는 체제의 정당성에서 모순이 드러난다는 겁니다.

[올리비아 쉬버 연구원] 한국 미디어가 (김정은 정권에게) 특히 위험한 이유는 북한 주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의 내용에서 보여주는 부와 자유, 기술 등에서 두 나라의 격차를 확연하게 보여주잖아요. 북한 당국으로서는 주민들을 통제하고 체제 선전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정권을 유지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또 한류 문화는 북한 주민에게 한국 사회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상대적으로 북한에서의 생활과 체제에 대한 좌절감을 안겨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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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절보다 주민 관리와 분위기 전환용 성격”

반면, 한국에서 트로트 가수로 활동 중인 노수현 씨는 꼭 한류를 근절하겠다는 것보다는 정기적인 단속을 통해 주민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사회적 분위기 전환을 꾀하려는 목적이라는 겁니다.

[노수현 씨] 제가 북한에 있을 때부터 한 번씩 바람이 불었다가 없어지는 경우거든요. 북한 사회는 예전부터 한 번씩 비사회주의 그루빠가 쫙 내려와서 도는 겁니다. 저희 어머니도 북한에서 사회단체 활동을 많이 하셨는데, 비사회주의 단속도 자주 나갔거든요. 한 번씩 부는 바람 같은 거죠. 주민들에게 주는 영향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개성 출신의 탈북 여성 김진아 씨도 노 씨의 견해에 동의합니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한류라는 단어의 뜻도 잘 모르고 단속은 이전부터 있어 왔기 때문에 정작 북한 주민들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에 확산한 한류 문화를 뿌리 뽑겠다는 목적보다 주민들을 관리하는 차원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김 씨는 강조했습니다.

써니 윤 한국 한양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과 교수도 탈북민들은 단속이 ‘정작 한류는 막지 못하고 뇌물을 받기 위한 수단’이라고 한다며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한류의 확산은 체제에 큰 위협이지만, 이를 막지 못하고 뇌물의 수단이 되는 것은 통제 능력의 한계를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장은 이미 20년 가까이 한류 문화에 익숙해진 북한 사회에서 단속만으로 근절될 수 없다는 것을 북한 당국도 알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수단이 과거보다 발전해 단속이 쉽지 않은 것도 한 이유입니다.

[안경수 센터장] 사실 한류 문화가 북한에서 10년 넘게 있었기 때문에 최고 지도부가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진다는 것은 좀 아닌 듯합니다. 체제와는 관련이 없단 말이죠. 또 한국 드라마 등을 본다고 해서 체제에 위험요소가 발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류 문화 때문에 체제에 균열이 생긴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경험적으로 증명이 되고 있으니까요.

북한 내 한류 문화를 연구한 독일의 비앙카 밀라노위치 연구원도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한류에 대한 북한 당국의 정기적인 단속은 주민들에게 영구적인 두려움이 될 수 있다며 이를 늘 의식하고 조심해야 할 정기적인 행사의 하나로 인식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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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분위기 달라져

북한 내부에서 전해진 소식들에 따르면 한류에 대한 단속의 범위와 처벌 수위는 이전과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소극적인 단속에서 적극적인 검열과 처벌로 바뀌었고, 주민들의 두려움과 사회적 경각심은 더 커졌습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최근 1~2년 사이에 갑자기 한류 단속과 처벌을 강화한 배경으로 2018년에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을 꼽았습니다.

당시 1차, 2차,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북한 주민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경계심이 풀리고, 기대감은 커진 것을 우려해 한국 드라마와 물건, 말투에 이르기까지 한류 문화의 근절을 들고나왔다는 분석입니다.

- 한류는 오래전부터 단속해왔는데, 왜 지금 이렇게까지 한류 단속을 강화했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대표] 2018년 이전에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지금은 수준이나 차원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볼 때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부터 많이 경계하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하는데요. 실제로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 내에서는 한국에 대한 경계심이 아주 느슨해졌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도 하고, 대화도 나누는 모습을 방송에서 다 보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민심도 한국으로 기울어지고, 한국에 대해 동요하고, 북한보다 남한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죠. 그래서 이에 대한 경계심이 생겼고, 한국 문화의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공포와 엄벌 외에는 근절 방법이 없다는 결단을 했다고 봅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 주민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평가하고, 실제로 남북교류와 협력을 통한 한국의 도움도 많이 기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북한 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질수록 한국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면서 한국과 북한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한류의 유입은 김정은 정권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올리비아 쉬버 연구원] 지금 현 상황을 통해 우리는 유추해볼 수 있죠. 지금 북한 상황이 정말 좋지 않다는 것을요. 코로나19 상황에 식량 문제까지. 김정은 총비서도 당 대회에서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습니까. 이는 정말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의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안 좋을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은 매우 큰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겠죠. 김정은 정권이 권력층조차 통제하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반동문화사상배격법’까지 제정하고, 한국 영화 한 편 본 것만으로 최소 노동교화형 5년 형 이상에 처하는 것은 그만큼 한류로부터 북한 사회를 분리해야겠다는 북한 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북한 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커질수록 비교와 기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한류 문화를 더 단속하고 통제해야 하는 이유도 확실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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